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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아침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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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민혜 Jun 16.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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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편지

안녕하세요. 좋은 아침이에요. 비가 오고 나선 지 엊저녁 노을이 아련해서요. 일부러 잘 보이는 공터에 서서 입 벌리고 바라봤어요. 바다 같은 하늘 한 귀퉁이로 흩뿌린 구름에 분홍빛이 선명해요. "엄마, 이 하늘은 잡아다 주머니에 넣고 싶다." 작은 아이가 말했어요. 점점 짙어지는 모습에 감탄하며 집에 돌아왔어요.


어려서부터 위를 올려다보길 좋아했어요. 내가 작아져 좋아서요. 눈앞에 커다란 일이 삶을 집어삼킬 것만 같을 때, 하늘을 향하면 아득합니다. 흘러가는 구름을 보면서 절로 아는 거예요. '이 또한 지나가리라.' 고개를 자꾸 위로 쳐드니 목이 길어졌나, 했는데. 아이들 목이 긴 걸 보니 유전인가 봅니다.ㅎㅎ


북 콘서트 다녀왔어요. 후기를 남기려는데 오후에 내내 아이들과 나가 있어서요. 인스타 자체를 열은 적이 없네요. 밤이 늦어서야 약속한 라방을 하려고 접속했는데요. 


라방이 어떻냐고 물어보는 분들이 있어요. 이제 여덟 번쯤 열은 것 같아요. 매주 한 번씩은 약속하고 있지요. 라방은 즐겁습니다. 부족한 나를 감출 길이 없어서요. 나를 꺼내드릴 수밖에 없다는 점이 그래요. 없는 것을 만들어 드리는 게 아닌 것이 라방의 묘미잖아요. 강연과는 결이 달라요. 


물론 라방도 준비할 수 있고, 얼마든지 꾸며댈 수 있지만 좀 더 드러나기 쉬운 것 같아요. 그 사람이 가진 생각과 마음을요. 


아침 편지가 그래요. 다듬고 다듬은 글을 선보이고 싶은 마음이 왜 없을까요. 피드 하나 정성 들여 고민하고 올리는 작가님들 보면 부끄럽기도 해요. 내 글이 아쉽기도 하고요. 


모자란 나를 들킬까, 불안하고 두려운 마음을 살피면요. 사랑을 주려는 게 아니라 받고 싶은 마음이 크지요.


불안하고 두려워서, 외로워서 인정을 받고 싶은 걸까요. 아니면, 인정을 받고 싶어서 불안하고 두려워지는 걸까요.


우린 모두 부족해요. 그래서 또 완전합니다. 모든 게 완벽한 상태는 죽음 말고는 없어요. 실제 우주 입장에선 살아있는 것이 기적이면서 찰나이지요. 생명은 매우 불안정한 에너지 상태입니다. 


안전, 안정을 향해 사는 것은 죽음을 향하는 것과 같아요. 날 좋은 일요일, 작은 모험은 어때요? 라방도 좋고 평소 가지 않는 길로의 산책도 좋아요. 노을이 질 때엔 하늘을 올려다보세요. 저도 같은 하늘을 올려다보고 있을 테니까요. 편안하고 행복한 일요일 보내시기를.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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