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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아침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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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민혜 Jun 25. 2024

길을 헤메는 이유

아침편지

안녕하세요. 고개를 오른쪽 위로 올려 보니 은빛 아침이란 말이 꼭 맞아요. 평소 지저귀던 녀석이 일찍 마실 나간 건지, 다른 새소리가 들리네요. 잠은 잘 잤나요?


어제 아이들이 마라탕을 먹고 싶다 해서 외식했어요. 아직 매운 걸 못 먹는 아이들이라 0단계를 먹어요. 맑은 국물에 배추, 숙주, 버섯, 갖은 두부라 허여멀건 합니다. 물론 아이들이 고른 재료들이에요. 분모자나 치즈떡도 좋아하는데요. 담은 걸 내어 드리고 자리 앉았어요. 


금세 가져다주시네요. 순한 맛 마라탕을 먹으며 도란도란 대화가 오갔어요. 작은 아이가 말해요. 

"엄마, 00 이가 공을 차다 좀 잘 못했는데, '아~ 공이 이상하네.'라고 말하더라. 난 그 말이 왜 이렇게 웃긴 건지."


"뭔지 알아! 엄마도 그런 적 있었던 것 같은데..ㅎㅎ"


자연스레 우린 '자존심'과 '자존감'에 대해 이야길 나눴어요. 옆에 듣더니 윤우가 공 때문이라고 말하는 게 자부심이 아니냐고 물어요. 친구가 자기 자신을 너무 사랑해서 그러는 거냐고요. 


아이들이 더 어렸을 때 키즈 카페에서 어른끼리 싸움 난 것을 본 적이 있어요. 편의를 위해 한 아이를 나무, 다른 아이는 풀잎이라 부를게요. 나무는 미끄럼틀에서 자꾸만 거꾸로 올라오는 어린 풀잎을 저지했어요. 풀잎은 그런 나무에게 화가 났던 모양입니다. 미끄럼틀 위에서 풀잎이 나무를 세게 밀었는데 그만, 나무가 다치고 말았어요. 


나무는 귀퉁이에 얼굴을 부딪혀 코피가 났는데요. 바로 옆에 아빠가 상황을 모두 지켜본 겁니다. 아빠는 풀잎을 불러 세웠어요. 그 모습을 본 풀잎의 엄마가 다가왔어요. 둘이 한참 속닥이더니 나무 아빠에게 언성을 높입니다.


"우리 애는 안 밀었다고 하잖아요. 다짜고짜 아이를 혼내시면 안 되지 않나요?"


어떤 상황인지 이해 가시죠. 내 아이에만 그럴까요. 명백하게 자기 스스로의 부족한 면이나 잘못에도 인정하지 않을 때가 있지요. 꼭 풀잎의 엄마처럼요.


매일을 걷다 보면 헛발질을 하기도 해요. 진흙탕에 발이 빠지거나 철퍼덕, 엎어질 때도 있지요. 혹시나 속으로 잘잘못을 따지고 있진 않은지, 살피기로 해요. 목적지가 있으면 뭐 하나요. 출발지를 찍어야지요. 내가 지금 어딘지를 알아야 어디로든 갈 수 있는 겁니다. '나'를 바로 아는 게 우선인 것 같아요.


화요팅입니다!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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