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편지
좋은 아침입니다. 서늘한 새벽이에요. 낮에는 한창이지만 열기가 식어가요. 신나는 금요일이네요.
어제 수영장에 다녀온 참이에요. "엄마, 첫 수업은 보나 마나 열심히 했지?" 딸이 이렇게 묻더라고요. 재밌었어요. 얼굴을 물에 넣을 땐 숨이 안 쉬어져서요. 몇 번이나 턱 하고 숨이 막히니까 '아, 괜히 등록했나, 역시 난 안 되는 건가.'생각했는데요.
명상 덕분인지, 두려움에 머무는 게 수월해졌습니다. 근 30년 만인 것 같아요. 이 몸을 물에 동동 띄우다니요. 얼마나 신났는지 몰라요. 얼굴을 처박으니 되더라고요.
'필사즉생 필생즉사(必死即生 必生即死)' 이순신 장군이 생각났어요. 명량해전에서 '죽고자 하는 자는 살고, 반드시 살고자 하는 자는 죽을 것이다.'라고 훈유했지요.
과감하게 머리를 넣어야 몸이 뜨더라고요. 나올 때에도 본능대로 머리부터 들면 가라앉고요. 의식적으로 다리부터 내려야 몸이 뜹니다. 신기하죠. 장군님 말씀 그대로예요.
하루 한 시간 배우고 와선 자신감이 하늘을 찌릅니다.ㅋㅋ 아이들에게 수영장에 가자고 말한 참이에요. 아이나 저나 스케줄이 빠듯한데 수요일에 야외 수영장을 예약했어요. 시체처럼 떠있기밖에 못하지만요. 저처럼 트라우마가 있는 분이면 알 거예요. 이만으로 대성공이란 것을요.
긴장한 몸 구석구석을 느꼈어요. 요가할 때에도 마찬가진데요. 어렵고 힘든 동작일수록 내뱉는 숨을 잊습니다. 자꾸 마시려 들어요. 수영도 그렇더라고요.
물속에 머리를 박고 숨을 마셨다간 코가 아프잖아요. 의식적으로 내쉬어야 하는 겁니다. 아프거나 무서울 때 생각해 보세요. '헙'하고 숨을 마시기 쉬워요. '헉'이라고 해야 하나.
잠시, 숨을 마시고.. 좀 더 마셔 보시겠어요? 최대한 들이마시고는 탁, 하고 '의지'를 내려놓으세요. 절로 숨이 밖으로 나갈 거예요. 내쉬는 숨에 얼굴 긴장과 목, 어깨 힘을 빼 봅니다.
긴장한 채 숨을 들이마시는 순간은 눈앞에 짐승이 나타날 때입니다. 그러니까, '실제' 짐승이 나를 공격하려 들 때요. 그때 말곤 몸 마음이 굳을 필요 없는 거지요.
어깨든 허리든, 굳어서 좋을 게 하나 없습니다. 수영만이 아니에요. 하려는 모든 일이, 인간관계가 그래요. 힘 빼는 훈련이 필요합니다. 괜찮아요. 어떤 상황이 닥치더라도 그게 가장 최선이고 최고의 일이라고 믿으면 됩니다.
오늘 라방이 있어요. 낮에 예고 올릴게요. 밤 편지 발송하는 날이기도 해요. 행복합니다. 종일 쓰는 삶이라니, 바라던 모습이에요. 이따금 내뱉는 숨을 기억해 주세요. 편안한 몸 마음으로 최선을 다하는 금요일이시길.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