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편지
안녕하세요. 날 좋은 토요일 아침이에요. 같은 자세로 매트에 앉아 있는데 짧은 반바지에 솟은 허벅지가 허전합니다. 비스듬한 빗줄기가 억수같이 쏟아지던 창밖이 떠올라요. 여지없이 다가오는 가을에 안심이에요. 역시 하늘은 멈추는 법이 없습니다.
꿈을 꿨어요. 침대에 누워 '아, 이걸 써야겠다.'라고 생각했어요. 명상할 때만 해도 '이것'을 잊지 않고 '그래, 이걸 써야지.' 했는데 어쩜, 백지처럼 허옇게 사라졌어요. ㅎㅎ 종종 이런 때가 있어요. 특히나 잠결에 떠오른 생각은 열외 없이 날아가기 일쑤예요. 서랍 어딘가엔 들어갔으려니, 내버려 둡니다.
어제 라방에서였어요. 마지막으로 이야기하고 싶은 걸 말하는데 생각지도 않은 이야기가 줄줄 나와요. 늘 그렇듯 대본이 없어요. 당연한지 몰라도, 라이브는 유튜브 방송과는 다르지요. 서랍에서 나오는 대로 그대를 그림 그리며 말하는 겁니다. 실시간으로 소통하는 점도 마음에 들어요. 이야기가 산으로 가려고 하면 중심을 잡아 돌아가는 점이 매력 있고요.
티브이 방송은 아니지만 '생방'의 묘미인가 봅니다. 온데간데없이 날아간 생각이 그런 때 튀어나오기도 해요. 물론 다른 날 글을 쓰다 길어 올리기도 하지요.
읽고 쓰는 삶에는 관찰하고, 질문하고, 사색하는 시간을 요구받게 돼요. 누가 시키는지는 모르겠어요. 절로 그렇게 하게 되죠. 말하는 입에도 인내심을 갖고 들여다본 이야기가 묻어 나올 수밖에요. 끊임없는 줄 압니다. 쓸 게 없다는 작가님 이야기를 믿을 수 없어요.
잘 쓴 글이 없을 수는 있어요. 저라도 매일 이른 아침 곧바로 윤색하지 않은 글을 올리는걸요. '하민혜'라는 사람이 돋보이기 위해 쓰는 게 아니에요. 아침편지는 365일 문을 여는 편의점과 같아요. 어김없이 거기 서있는 나무처럼, 편안한 악수를 건네고 싶은 겁니다.
우리의 오늘은 불확실해요. 내일도요. 예측하고 싶은 '생각'에 사로잡히면 지금을 살기 어렵지요. 정답은 언제나 '지금 여기'뿐인데, 눈을 부릅뜨고 어제와 내일을 살피기 쉬워요. 그런 그대를 '지금 여기'로 데려오고 싶어요.
즐거운 토요일이네요. 작은 아이가 아침 헬스장에 다녀오자고 해요. 같이 운동하고 나면 종일 책을 읽고 싶네요. 7시부터 조카가 집에 와있어요. 아이 셋이랑 오늘 즐겁게 보낼게요. ^^ 꿈처럼 아름다운 토요일이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