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편지
푸른 새벽이에요. 명상하고 몸을 풀었어요. 희한한 기분입니다. 다시 태어난 것 같은 느낌이에요. 어젯밤 의도를 품고 잠에 들지 않았어요. 새벽 1시가 넘도록 멀뚱하게 두 눈을 뜬 채로 있었습니다.
늦은 밤 명상도 좋았어요. 잠이 부족하지만 이따 좀 자면 되지요. 낮잠을 자본 일이 없던 것은 맞아요. 이년 전 즘까지 그랬어요. 이전의 저라면 '휴식하는 법'을 잘 몰랐던 것 같아요.
바쁘게 밖을 쏘다녔어요. 아이가 있고부터는 양쪽에 아이를 끼고 나갔지요. 가만히 있는 게 세상 제일 어려운 사람처럼요. 집순이와는 거리가 멀었지요.
책을 읽더라도 한 곳에 머물기 어려웠어요. 계속해 장소를 바꾸는 식으로요. 외향적인 건 아니라 사람을 많이 만나고 다닌 건 아니에요. 그렇지만 일 때문이라도 사람에 치여 살았지요.
오늘, 지금이 신기해요. '가만히' 있는 게 좋다는 점에서요. 그렇다고 정말 가만히 있는 것만도 아니에요. 성과를 그래프로 만들면 바닥인 점도 있을 테지만, 더 나아간 점이 많아서요.
'칸트'의 말이 생각나네요. 타인을 포함해 나 자신을 '수단'삼지 말라고 했어요. 행복한 삶을 위해라도 자기 스스로를 도구 삼아선 안된다고요. 2년 전엔가 이 말이 가슴에 박혔어요. 불현듯 떠오른 참이에요.
만일 바라는 게 성공이거나 성취라면 그 목적을 위해 '나'와 이 삶을 '이용'하지 말라는 거예요. '나'와 타인을 목적 자체로 두어야 한다는 말인데요. 내가 그리는 행복이 목적이어선 안된다는 거예요. 나 자신이 도구가 아닌 순수한 목적일 때, 드디어 진짜 행복을 맛볼 수 있다는 말이었어요.
3시간 즘 잤나요. 눈이 반짝입니다. 어느 날 어려서부터 자리한 목주름이 옅어진 걸 보고 의아했던 것처럼. 잠이 많은 제가 이토록 똘똘한 게 낯설어요. 지금의 나와 오늘의 그대가 생경해요. 새롭게 보인다는 건 설렌다는 거죠. 기분이 좋다는 말이에요. ^^
다음 주 말복이 지나야 한풀 꺾이려나요. 낮은 열렬히 뜨거워서요. 어제 물놀이터 다녀와선 냉연한 수박으로 더위를 삭였어요. 푸하, 여름맛이 한창이지요. 선풍기 앞에 입 벌리고 즐기는 사람이 위너예요.
땀 좀 흘리면 어떤가요. 일부러 찜질방도 가면서요. 낯선 오늘의 문을 열고 반갑게 맞이해요. "안녕, 처음 만나는 오늘!"
쉬엄쉬엄한 일요일은 어때요? 편안하시길 바라요.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