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아침입니다. 10월 마지막 월요일이에요. 스피커에서 재즈가 들려오니 크리스마스 길거리 풍경이 떠오르네요. 어려서 서울 거리를 참 많이 걸었어요. 뭐 눈에 뭐만 보인다고, 온통 남의 가게에 정신이 팔려서요. 누가 보면 노는 줄 알 테지만 상권을 파악하는 게 재밌었어요. 어떤 가게는 왜 잘되고, 안 되는 건지 파악하는 걸 좋아했어요.
돌이켜보면 뭘 하든 하는 일이 즐거웠던 것 같아요. 앓는 소리를 낼만큼 잘 해내지 못한 적도 있지만, 대개 성적이 나쁘지 않았던 건 즐기는 성격이 한 몫했을 거예요. 왜, 그런 말이 있잖아요. 천재는 노력하는 사람을 이길 수 없고, 노력하는 사람은 즐기는 사람을 이길 수 없다고요. 다 가진 자보다 즐기는 자가 위너인 셈이에요.
때가 있는가 봐요. 언제라도 감자를 팔 의향이 있지만 지금은 읽고 쓰는 게 즐겁습니다. 이러다 눌러앉으면 어쩌나, 생각한 적도 있는데요. 몸은 어느 때보다 튼튼한 것 같아요. 요가는 물론이고 계단 오르기도 여전합니다. 근육이 꽤 늘었어요. 씻으며 제 몸을 만지다 놀라곤 합니다.
20대 한창 건강할 나이에 깔아 누운 적이 많아요. 한 번은 혼자 사는 집에서 가위에 눌렸는데요. 가만 둬도 열이 치솟아서요. 암막 커튼 사이로 볕이 새어 들어왔어요. 전등을 켜거나 천을 들춰낼 기운조차 없었습니다. 펄펄 끓다 그대로 용암이 돼서 흘러내릴 것만 같았지요.
20대 끝자락, 결혼하고도 별반 다르지 않았어요. 몸 마음을 살핀 적이 없습니다. 무식하게 앞만 보고 살았어요. 차라리 재벌이 되겠다는 뜻이 있었더라면 모르겠는데 어떤 뜻도 없었어요. 닥치는 대로 눈앞에 일을 해치우는 식이에요. 저를 포함해 우리 한국인들 참 열심히 삽니다. 그렇지 않나요?
그래, 다른 어느 곳에도 유래없는 경제 발전이 있었던 걸까요. 지금 쌀식빵을 우물거리며 노트북 앞에 글을 쓰는 것이 당연하지 않아요.
제가 초등학교, 중학교 다닐 때만 해도 해외여행이 흔하지 않았어요. 이젠 툭하면 가족끼리 비행기를 타잖아요. 요즘 우리, 어렵지 않다는 건 아니에요. 부와 가난이라는 게 늘상 비교를 통해 말하잖아요. 옆에만 비교하지 마시고 과거랑도, 또 바다 건너 다른 나라도 좀 껴주세요.
알다 마다요. 문제가 많지요. 여기 대한민국에도, 나에게도 그래요. 언제 문제가 없던 때가 있던가요? 조건을 갖춰야만 느낄 수 있는 감정은 행복과는 거리가 멀어요. 진짜 행복은 사랑처럼 무조건적이고 은은합니다.
그대는 오늘 '그럼에도 불구하고' 행복할 수 있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하는 것처럼요. 따듯한 월요일 시작해요 우리.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