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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아침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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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민혜 Nov 01. 2024

꿈인지 생시인지,

아침편지

안녕요. 곁에 앉았는데 옆구리가 시리네요. 어젯밤 꿈에 사로잡힌 새벽이에요. 어떤 곳에도 '나'는 없었어요. 영화 감상하듯 사람과 사건을 바라보았습니다. 작은 슬픔이 돌돌 굴러갔어요. 주워 담을 없어 망연자실해요.


살아본 적 없는 날에도 그리움이 돌다니 희한하죠. 한 달 한 번 오시는 손님을 맞이할 때가 됐네요. 아래로 허리가 자글거려요. 요가링으로 눌러대면 고통은 세 배쯤 커지는데요. 통증을 느끼는 중에도 꿈속을 헤매느라 가슴이 먹먹했어요.


마지막은 오목 조목 아름다운 여자가 러닝 머신을 타는 장면이었어요. 저는 어디에도 없었고 어디에나 있었습니다. 거기서 그분의 생각을 생각했어요. 여자는 샐러드를 욱여넣으며 엄마를 떠올렸어요. '그래, 나는 이럴 수밖에 없어.' 


앞에 내용이 잘려 무슨 소린가, 싶으시죠. 다 말하자면 길지만 여자는, 그리고 다른 주인공 모두 상처받은 채 나아가요. 마지막 장면 주인공은 겉으로나 딸에게나 철저하고 완벽했던 엄마와 함께였어요. 사랑하는 마음보단 남들 눈에 어떻게 보일까,에 고심하는 엄마예요. 딸은 무성한 푸성귀처럼 자라났어요. 제멋대로인 딸을 엄마는 받아들일 수 없었어요.


둘은 몇 번 즘 세게 부딪히다 결국 등을 돌리고 맙니다. 연고 없는 사람처럼 살아가는 여성은 어느새 마흔이 넘어가요. 엄마 곁에선 집시처럼 살아갔던 자기 자신이, 이젠 어딜 보나 제2의 엄마가 됐다는 걸 깨닫게 돼요. 


성격이나 살아가는 모습이 그래요. 철저하게 남의 시선을 신경 쓰며 살고요. 자기 자신을 아끼는 마음보단 불신하는 마음이 커서요. 엄마가 딸에게 그랬듯, 자기 스스로를 못살게 굴고 있음을 알겠는 거예요.


재미없으셨나요? 잠깐 이야기한다는 게 편지를 채운 모양입니다. 2년 전엔가 매일 꿈을 썼어요. 어른대다 희미해지는 옛 남자 친구처럼 꿈이 그래요. 시간이 지나면 모양이 엉키고 제멋대로입니다. 눈 뜨자마자 끝에 거스라미를 잡고 위로 올라가야 해요. 어제 꿈이라면 러닝 머신에서부터 하나하나, 올라가야 하는 겁니다.


모래성에 몇 번 즘 파도가 지나면 흔적도 없이 사라지잖아요. 의지로 해결할 수 없어요. 현실로 넘어오는 순간 이곳에의 생각과 감각이 덮쳐들지요. 눈 뜨고 곧장 끄적여야 해요.


다음 주면 막내 결혼식이에요. 어제 아버지가 덥석, 돈을 건네셨어요. 엄마랑 언니, 그리고 저도 좋은 옷을 사 입으라고 말하셔요. 그 마음이 고맙습니다. 그 돈이면 옷을 백 벌은 사 입겠어요. 그제 좋은 꿈이라도 꿨던가 모르겠네요. 


불타는 금요일인가요. 이젠 그런 말 안 쓰나요? 그리운 그대, 몸 마음 살피시고요. 은은하게 불타는 따듯한 금요일 보내시길.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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