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편지
좋은 아침이에요. 동물은 분명 꿈을 꿉니다. 매트 앉아 명상하다 눈을 뜨고 앞에 잠든 고양이를 만졌어요. 슬몃 달콤한 목소리로 조잘거립니다. 아름다운 꿈을 꾸었다고요.
혼자 아이들을 키우고 있어요. 세상은 이혼녀라고 부르나요. 이혼하려고 기를 쓰지 않았고 이혼하지 않으려고 애를 쓰지 않았어요. 물이 흐르듯 지나고 보니 어느새 혼자예요. 마치 묵상하듯 그 시간을 지나왔어요. 고맙고 미안합니다. 그 사람 인생에 해줄 수 있는 게 없어서요.
누군가 내 삶을 책임지고 나 역시 누군가를 책임져야 한다고 믿었어요. 결혼이 그렇고 양육이 그래요. 무게를 갖고 집착하기 좋습니다. 여러 일을 지나오며 느끼는 것은 삶에 의무를 내세우는 게 의미가 없다는 거예요. 내 뜻대로 되지 않아요. 있는 그대로를 나는 수용한 적이 없다고 말하지만, 수용할 수밖에 없어요. 마치 기필코 이 생에 마지막 숨을 내뱉게 되는 것처럼요. 나는 아픔을 받아들일 수 없다 해도 이미 받아들인 셈입니다.
3년이 더 됐을까요. 그때엔 이혼하려고 힘을 썼어요. 경제적으로나 부모로서, 배우자로서 저를 참 어렵게 만든다고 여겼어요. 생각은 꼬리가 길어요. 끝을 잡고 늘어지면 상황은 정말이지, 꼭 내 생각대롭니다. 때가 그러할 뿐인데 눈앞에 일을 해석하고 결론을 내리지요.
아플 때면 타당한 원인 하나를 쥐고 싶어 합니다. 나빠서가 아니라 아파 그래요. 숨이 잘 쉬어지지 않았어요. 한 번이라도 미안하다, 고맙다는 말을 들었으면 숨을 쉬었을까요.
일순간이라고 말할 순 없지만 어느 날 마음이 바뀌었습니다. 내 마음 하나 달라졌을 뿐인데, 모든 게 달라졌어요. 문제는 그대로지만 아무 문제가 없다는 걸 알았어요. 그가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덕에 저는 돈을 많이 버는 엄마였어요. 그가 아이들에게 다정하지 않아 상대적으로 저는 살캉거리는 엄마일 수 있었어요. 매일 정장을 입은 채 저녁을 차린 덕에 좋아하는 요리 실력이 늘었을 뿐이에요.
아이들은 건강하고 전남편도 그랬어요. 일하고 밥 할 뿐이지, 거기 아무 문제가 없다는 걸 알았어요. 제 가슴을 후비고 난도질했던 말들조차 오직 제 머릿속에나 존재할 뿐이라는 것도요.
아직도 그가 했던 아픈 말이 동동 떠오릅니다. 재밌는 건 그 모든 말에서 사랑이 느껴진다는 거예요. 지금 곁에 없지만 그 어느 때보다 사랑을 느낍니다. 부부로서의 연이 끝난 것은 저나 그 사람이 한 게 아니에요. 겨울이 찾아오듯 시절이 다가왔을 뿐이에요.
아무리 사랑하는 부모 자식 관계라도 끝이 있어요. 처음 아이를 출산했을 때 가슴이 울컥하고 눈물이 나왔어요. 인연의 시작에는 끝이 함께지요. 누군갈 참 많이 사랑할 때 괜히 가슴이 저릿한 게 아니에요. 처음이 있다는 건 마지막이 있다는 뜻입니다.
곁에 누가 있거나 말거나 그대는 오직 그대 삶의 주인이에요. 책임을 남에게 떠밀지 말아야겠죠. 고통은 피할 수 없지만 괴로움은 선택입니다. 아프지 않을 도리는 없어요. 대신 아픔 속으로 걸어 들어갈수록 태풍의 눈처럼 고요한 중심에 닿을 수 있습니다.
벌어진 일의 원인은 중요하지 않아요. 이 일을 통해 나는 무엇을 느끼고자 하는지를 묻고 또 묻는 겁니다. 마치 내가 원했던 일을 만난 것처럼요.
아무것도 몰라도 좋아요. 늘 무엇을 알겠다고 말할 때가 더 문제지요. 차분하게 오늘, 그리고 지금을 살아갑니다. 그대는 혼자이지만 세상 전부임을 잊지 마세요. 늘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