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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아침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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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민혜 Nov 11. 2024

나무, 그리고 개미

아침편지

좋은 아침이에요. 11-11이라고 구석에 박혀 있어요. 바깥에 다니면 빼빼로가 즐비해요. 가래떡을 먹어도 좋다고 해요. 무슨 의미인지 몰라도 맛있습니다. 


초록창에 기념일을 검색하니 매일이 특별한 날이에요. 앙골라, 폴란드는 오늘이 독립을 기념하는 날이고요. 중국은 독신자의 날이래요. 미국은 재향 군인의 날이고요. 그대에겐 어떤 날인가요?


새벽 명상하는데 하얀 눈밭에 발걸음을 내딛는 모습이 떠올라요. 틈이 없는 어둠을 배경한 발 밑으로 새하얗게 빛이 납니다. 오늘이 그래요. 우리 모두 텅 빈 도화지를 만나요. 그림을 그려나가는 거예요. 성을 쌓고 금은보화를 그리는 이도 있어요. 점 하나 찍고 말거나 선 하나 직 긋고 말 수도 있겠죠. 그건 또 그대로 멋있습니다. 


죽음 앞에 사람이 평등하다지만 시간이 그렇잖아요. 아침 눈 뜨고 하루를 시작할 때 억만장자라고 억만 번 아침을 맞이하는 건 아니에요. 100원이 없더라도 똑같은 시간이 주어집니다. 무한으로 공급받는 햇볕과 공기는 어떤가요. 


아이들과 잠들 때 감사 일기를 말해요. 그제 아이는 침대에 같이 누워있을 수 있어 감사하다고 말한 참이에요. 가만 듣다 읊조렸어요. "윤우야, 감사를 말할 때엔 가슴으로 느끼며 말하는 거 잊지 마. 알았지?"


우리 머리로 따지고 말하는 익숙하잖아요. 행동할 때에도, 행동을 선택하고 결정할 때에도 숙고하는 데에 능숙하지요. 생각을 많이 하면 좀 더 현명할 것만 같은 착각이 듭니다. 


불안에 떨고 걱정하며 사는 게 당연한 줄 알기 쉬워요. 머리를 쓰고 가슴을 닫아 열린 기회가, 세상이 눈에 들어오질 않아요. 우리 성공하기 위해 사는 게 아니에요. 오늘, 그러니까 내 삶을 살기 위해 사는 겁니다.


나무는 과연 개미보다 높고 잘났을까요? 개미는 나무와 달리 땅을 기고 뜯고 물 수 있어요. 우뚝 서서 가만있지 못하는 것은 개미의 잘못이 아닙니다. 개미가 나무가 되려고만 할 때 이 세상은 절망이고 지옥이지요.


무어가 하고 싶고 되고 싶은 마음은 계속 시동을 걸 거예요. 그 원료가 비교로 인한 열등감이 아니면 좋겠습니다. 가슴에 귀 기울이고 가슴이 뛰는 것을 즐기는 거예요. 저기 하늘을 향해 붉게 타오르는 나무를 보며 그저 감동하는 겁니다.


그대는 본래 아름답고 완전해요. 누구나가 그렇다는 것을 알면 내 삶 역시 온전함을 깨달아요. 무엇을 그림 그리더라도 붓이, 마음이 가고자 하는 대로 내맡깁니다. 진실을 말하고 보니 기운이 솟아요. 덕분이에요.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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