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실한 쌀 카스텔라를 먹고 있어요. 손바닥보다 작아 요렇게 두면 스머프 마을이 생각나요. 새벽은 매트에서 몸 마음을 살폈어요. 제가 9월부터 출근하고 두 달이 넘은 건가요. 일하랴, 밥 하랴, 책 읽으랴. 거기다 몸이 빠릿빠릿하지 못해서요. 소통하려면 틈을 내 핸드폰을 만져야 하는데 그게 참 어렵네요.
어제 아침은 반찬 만들고 서류를 만졌어요. 그러다 고개를 들면 자꾸 고양이와 눈이 마주치는 거예요. 무슨 말인고 하면, 부엌에 쌀 씻다가 화장실에 세수하다, 프린터에 종이를 채우는데 고양이가 제 하는 걸 빤히 보고 있다는 겁니다. 그 모습이 얼마나 사랑스러운지요. 문득 내가 정말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사랑은 관심이라고 누군가는 말해요. 제게 사랑은 그대 하나고 나 자신이면서 세상이지만요. 관심이라 하면 염려하는 마음을 말하나 싶은데요. 고양이가 제게 이래라저래라 하지 않듯, 정말은 관심 그 자체를 말하는 거예요. 거기엔 불순물이 없어요. 순수한 사랑뿐이지요. 판단 없이 그저 바라보는 마음이요.
아침을 보내고 복작대는 도로를 달렸어요. 출근하면서 지나치는 수많은 구름과 사람이 닮았어요. 모양이 제각각이고 계속해 흘러갑니다. 일하며 어깨를 스치는 인연도 그래요. 애틋하고 따듯합니다.
앞으로 몇 번 즘 더 보려나 싶은 사람 하나를 어제 처음 보았어요. 얼굴이 긴장해 목소리가 굳었어요. 낯을 많이 가리시는구나 마는데, 반지며 시계가 번쩍여요. 잘은 모르지만 가방과 신발에 명품 로고가 보이고요. 작은 입술로 쉼 없이 말을 내뱉어요. 잠시 대화하는 중에 '아'라는 말은 스무 번 즘 들었던 것 같아요. 말 앞에나 뒤에나 '아, 네' '아, 그런가요.'라는 식으로요.
물끄러미 보고 있으면 눈길을 팽하고 돌립니다. 옷과 액세서리로, 굳은 얼굴과 목소리로 무엇을 감추려는 걸까요. 그대는 이미 그대일 뿐인데요. 아무것도 묻지 않았는데 줄줄이 햄처럼 자기 생각을 쏟아냈어요. 끝에는 '아, 저를 좋게 보지 않으실까 봐요.'라고 말하네요.
인생책이란 말을 쓰기 곤란해요. 되도록 고정하지 않으려는데, 제가 <미움받을 용기 1,2> 책을 좋아합니다. 10년도 전에 읽고 한참 지나 두 번 더 읽었어요. 책에 철학자는 '나'의 가치를 남들이 정하는 것을 의존이라 말해요. 반면 자립은 '나'의 가치를 내가 결정하는 것이라고요.
저라고 인정 욕구가 없을까요. 단지 인정 욕구로 하는 말과 행동은 긴장의 연속입니다. 개성을 가려요. 고유한 존재를 감추는 거니까요. 이조차 타인이 보기에 어떻기 때문이 아니에요. 중요한 것은, 내가 편안하지 않다는 겁니다.
어깨를 위로 웅크렸다가 탁, 내려놓아 볼까요? 눈도 꽉 감았다가 떠보고요. 그대가 그대 자신으로 서 있을 때, 그렇게 힘을 뺀 모습일 때에 정말처럼 빛이 납니다. 아름다운 그대, 화목한 화요일 보내시길.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