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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아침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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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민혜 Nov 18. 2024

구덩이에 집어 넣는 마음

아침편지

하얀 잠 속에서 눈을 뜨고 세상에 색을 입힙니다. 매트 앉아 그런 나를 관찰했어요. 문득 이 몸이 비좁게 느껴집니다. 일어나 창 가까이 서서 찬 기운을 만졌어요. 찌르고 찔리네요. 따듯하게 다니셔야 해요.


어제 건너, 건너에 아는 분이 도박으로 휘청거린다는 소식을 들었어요. 아, 저라면 로또를 사는 일마저 한두 번이 전부예요. 그러고 보면 20대에 한창 만나던 친구가 그런 놀이를 좋아했어요. 같이 경마장에 가서 저는 오백 원, 원씩 여럿에 걸었습니다. 


말의 승률을 보고 있자면 괜히 안쓰러운 거예요. 공평하게 나눠주고 싶은 마음이었어요. 너에게도 희망이 있다고, 어쩌면 나 스스로에게 말하고 싶었는지 몰라요.


친구라면 말을 뜯어보고 씹고는 딱 하나의 말에 전부를 걸곤 했어요. 그야말로 승부를 거는 재미를 즐겼던 모양입니다. 후일에 친구는 다른 도박을 하느라 공금 횡령까지 했습니다. 한낱 게임에 인생을 걸다니 무모하지요.


하루 전 날 소식을 들은 분이 그래요. 차마 손을 자를 수 없으니, 손가락 걸고 약속을 했답니다. 한번 더 했다간 빈 몸으로 집을 나가겠다고요. 맞아요. 결혼해 아이도 있습니다.


근래 낯빛이 시꺼멓게 변했다고요. 엉덩이에 뿔이 달린 것처럼 가만 앉아있질 못하고요. 아니나 다를까, 집을 담보로 대출하고 사업을 핑계삼아 아내 명의로 빌린 빚이 눈덩이처럼 불어난 거예요.


아는 편은 여자가 아니라 남자 쪽이에요. 아내는 그에게서 모든 권한을 뺏었다고 해요. 이혼은 아직인가 봅니다. 급한 불을 끄는 게 우선인 건 알겠습니다. 정말은 중요하지 않은 일에 자기 인생을 거는 그 마음을 스스로 들여다보면 좋겠어요.


누구라도 그럴 수 있어요. 어떤 이는 성취에 취하고, 명예에, 명성에 목숨을 겁니다. 도박은 잘못이고 사업은 잘못이 아닌 걸까요. 내가 나를, 그리고 삶을 참 어렵게 만들어요. 구덩이에 자기 스스로를 던져 넣고 쾌락을 느낀다고 하지요. 만일 다른 삶을 선택하고 나아가고 싶다면 지금의 나를 인정하는 먼접니다. 


숨을 마실 때 우리 폐가 날개처럼 심장을 감싼다고 해요. 숨을 내쉴 때면 살짝 놓아주고요. 한 번 머릿속에 그 모습을 그려보시겠어요? 숨을 마실 때마다 누가 나를 껴안아 주는 거예요. 


그런 오늘을, 지금을 감사할 수만 있다면 삶을 새로 만들어 나갈 수 있어요. 모든 게 사라져도 '나'는 지금 여기 있으니까요. 세상 전부인 그대의 오늘을 응원할게요.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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