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편지
글모닝,
음양탕을 마시고 매트에 앉았어요. 밤사이 어떤 모험을 걸었는지 고양이 세 마리가 조르륵, 나란합니다. 물끄러미 올려다보며 골골 속삭이네요. 얼마간 다정한 친구들을 어루만지다 눈을 감았어요.
나약함과 희망이 드러나는 새벽이에요. 발과 발목에 걸친 고양이 온기를 느꼈습니다. 생명은 사랑이지요. 잠시 손바닥 안쪽을 느껴보실래요? 살아있는 그대는 사랑이에요.
하루 지나고 돌아보면 우리 참 바빠요. 새벽이 없을 때엔 눈뜨자마자 아이들을 챙기고 출근하기 바빴어요. 내내 누구나와 함께인 셈인데요. 잠시 혼자 있을 때면 책을 읽거나, 영상을 보거나 통화를 할 수도 있겠죠. 쉴 새 없이 살았는 기분이에요. 거기엔 어떤 신념이 있기 마련입니다. 저라면 당연하게도 '열심히 살아야 한다'는 관념 덩어리를 안고 있더라고요.
무거운 건 내내 바빠서가 아니라, 바로 그 지점이었다는 걸 지금은 압니다. ~해야 한다,는 신념을 들여다보면 '~하지 않으면 안 된다.'라는 게 깔려 있지요. 내 안에 옳고 그른 것이 있어요. 삶이, 오늘이 어떤 의무라면 나는 보상을 바라게 됩니다. 상응하는 대가가 없을 때엔 좌절하고 분노해요. ~해야 한다,는 내 뜻과 다르게 살아가는 사람이 제 발로 눈에 띄게 됩니다. 실은 자기 마음에서 거슬리고 엉키는 거예요.
내가 가진 신념이 무엇인지 나는 잘 몰라요. 대개 커다란 사태를 통해 '내가 틀릴 수도 있다'는 걸 온몸으로, 전심으로 깨닫게 됩니다. 쥐고 살았다는 걸 그제 알아요. 하필 이곳을 떠나기 직전일지 몰라요.
새벽 시간에 모든 게 드러나기 쉬운 건 고요한 침묵 때문일까요? 편지를 쓰기전까지 저는 아무것도 하지 않아요. 눈 뜨고 매트에 자리합니다. 아시다시피 몸을 굴리고 관찰해요. 마음이 흘러가는 대로 바라봅니다. 판단과 해석을 내리면서 어깨를 놓고 나를 살핍니다.
치졸하고 욕심 많은 나를 만나요. 그런 내가 있는 줄 정신없는 중엔 알지 못해요. 비교하고 좌절하는 나를 보기도 해요. 그런대로 귀엽습니다. 욕심과 절망이 다녀갑니다. 온데간데 없이 오고 가요.
오늘은 아침부터 이곳저곳 다니렵니다. 오후 늦게는 림태주 작가님 북콘서트에 가고요. 덕분에 저녁 외출을 다 하네요.^^ 술술 흘러가는 수요일 보내시길.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