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편지
좋은 아침입니다. 새벽은 무시로 졸다 퍼뜩 깨고 했네요. 엊저녁 림태주 작가님 북콘서트를 다녀왔어요. 더 앉아있고 싶은데 아이들끼리 있는 것이 마음에 걸려 9시 전에 일어났지요. 저녁을 차려주고 나온 참이에요.
노벨 문학상보다 밥상이 더 중요하다고 말하셨어요. 동감입니다. ^^ 집에 돌아가 아이들 책 읽어주고 누웠어요. 고단해 그냥 자려는데 아이가 먼저 감사 일기를 말하겠다고 합니다.
"엄마가 맛있는 밥을 해줘서 감사해, 콘서트에 더 있고 싶었을텐데 우리 챙겨 주셔서 감사해요."
말이 예쁘지요. 이 역할은 의무가 아니라, 행복임을 알아요. 그걸 아는 나 스스로에게 고맙습니다.
요즘 저는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어요. 실은 1년 반을 백수로 지냈습니다. 수입이 똑 끊어진 건 아니지만 입금 내역은 출렁였어요. 마침 이혼도 그렇고 새벽이 그런데요. 하고 있는 건 납작 엎드리는 거라는 걸 문득 알았어요.
비행기는 이륙하기 전에 바닥을 종횡합니다. 처음은 느리게 한참을 달리는데요. 점점 세게 달리면서 저항이 임계치에 다달을 때 하늘로 오르는 거지요.
살고 보니 때가 있더라는 거예요. 웅크린 채 숨을 골라야 할 때도 있고, 살살 움직이는 때가 있어요. 무엇이든 열정적으로 이뤄낼 때도 있습니다.
밤길 차 안에서 저는 내가 어디에 있는지를 선명히 알았어요. 은둔하는 실패자처럼, 바닥을 기는 중이라는 것도요. 살던 습이 있고 생겨 먹기를 발랄해요. 사람을 아예 멀리 두진 못합니다. 그래요, 제가 사람을 참 좋아해서요.
다만 구석에 들어간 건 상상이 아니에요. 실제 먼 외곽으로 이사했는걸요. 제대로 일을 하는 게 아니라 아르바이트를 하는 것도 그래요. 이런저런 퍼즐이 맞아 들며 그림이 나오네요. 물론 고정된 그림이 아니라는 것도 잊지 말아야겠습니다.
캄캄한 동굴이 환해지는 건 일순간이라고 해요. 초 한 번 켜면 그만입니다. 저는 지금 동굴 생활이 마음에 들어요. 내가 이 삶을 바랐다는 걸 잊지 않습니다. 편지를 인스타에 올린 지 2년이 넘었을 거예요. 하루도 빠짐없이 글을 썼어요. 이 사람 참 고집 세지요. 좋아서 하는 일이면 바짓단을 잡아끌어도 하는 게 우리잖아요.
함께인 그대 덕분에 저는 참 따듯합니다. 감사만 남네요. 바닥이든 천장에 계시든 우리, 오늘을 마음껏 즐기기로 해요. 저는 늘 그대 편 할게요.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