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림 Jan 27. 2024

요리는 일상을 즐겁고 행복하게
만드는 기술이다

음식에서 행복한 감정을 느끼고 싶을 때 외친다


이른 새벽을 깨고 아들 가게의 청소로 오늘도 이른 시각 먼 새벽길을 나선다.

새벽길을 여는 사람들의 모습은 다양하다.

버스와 전철을 갈아탄 공간에는 새벽 아침을 가르고 온 연로하신 나이가 든 어르신들이 대부분이다. 

그 모습들은 덜 깬 하루를 시작하는 일상이 지치고 피곤한 모습의 군상들의 집합체이다. 

그 속에 나 역시 같은 살아가는 희망을 잃은 채 묻혀 가고 있는 듯하다. 


도착한 충무로 근처는 강북의 남산 끝 자락에 걸쳐 있는 필동이다.

그 풍광은 아주 오래된 서울의 지난 역사를 보는 듯, 골목길은 차는커녕 장정 2 사람이 겨우 지날 수 있는 

아무렇게 나 난 구부정한 길들의 연속이다.

방향 찾기도 어려운 길들을 따라 겨우 목적지에 닿는다..
 그 길을 따라가면 세찬 바람과 향긋한 풀 냄새가 났다. 

겨울답게 찬비가 와 축축이 젖은 땅 내음이 주변으로 찬 기운이 흘러나왔다. 

특히 요즘 같은 강추위에도 필동 남산자락에서 불어내려 오는 새벽에 맞는 찬 아침 바람은 눌러쓴 모자까지도 벗겨가 버린다.


청소도구를 챙기고 일주일에 2번 정도 하는 일이지만 청소를 마치면 뿌듯한 만족감과 깨끗한 

가게가 다가와 “오늘도 깨끗하게 청소해 줘, 고마워!”라고 인사를 하는 듯하다.

그걸로 땀방울도 힘든 노고는 금방 가신다.

사실 누군가에게 도움이 된다는 그 사실이 비록 힘든 일이지만 확실히 보람은 있다. 

새벽 불 밝히며 청소가 끝나면, 

챙겨 간 재료로 가게 종업원이 먹을 기본 반찬류를 준비한다. 

사실 반찬이라고 해 봐야, 젊은 친구들이 좋아하는 소시지, 베이컨 볶음, 감자볶음들이다.

4인분을 만들면 젊은 장정들이 하루나 길어봐야 이틀 안에 전멸해 버린다.

“음식점에서 무슨 반찬을 만드냐?”라고 하지만, 실제는 전혀 다르다.

매일 같은 음식을 먹을 수는 없지 않겠는가?

소시지 볶음을 만들고 어제 준비한 일본식 카레를 식탁 위에 놓고는 다시 집으로 향한다.

이젠 아들의 한식당 가게에 손님이 많아지고, 예약도 많아지고 있다는 사실만으로 즐겁다.


남산골의 차갑지만 시원한 바람이 청소로 흘러내린 땀을 식혀준다.

새벽을 가르고 돌아온 집에서는 늦은 아침을 준비하고 하고자 다시 주방으로 향한다.

나의 전공은 디자인이지만 여유시간에 취미생활로 시작해서 이젠 루틴이 된 요리하는 즐거움이 하나의 

일상이 되었다.

과거 궁핍한 청춘시절 4년간의 아르바이트 경험을 살려 이젠 양식과 한식, 중식까지 오가는 오리엔탈 풍의 

음식 만들기가 취미이자 특기가 되었다.

그래서 조리를 끝내고 식사를 할 때에 주방이 가까운 곳이나 아예 멀리 떨어진 입구 쪽에 앉는다.


살기 위해서 생명을 이어가려고 먹는 ‘식사’와 맛을 따져가며 먹는 ‘미식’과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음식의 맛과 영양을 끌어올리고 조리에의 냄새와 소리와 완성된 요리를 입에 넣는 순간 느끼는 

식감을 음미하며 재료의 색감과 배치를 생각할 때, 바로 그때, 비로소 ‘제대로 된 미식’은 태어난다. 

미식은 다채롭고 풍부한 요리법을 낳고, 음식을 먹고 즐기는 다양한 방식을 낳으며 음식을 둘러싼 더 많은 

이야기와 신화를 낳는다. 


집에서 음식 조리를 준비하면서, 나만의 루틴을 가지고 있다.

아마 오래전 유학시절 학비의 일부를 조달했던 아르바이트 경험이 빛나는 순간이다.

누구도 주방 근처에 오지 않도록 당부하는 것과 준비하고 남은 재료정리와 도구는 바로 그 자리에서 청소하고 정리하는 것이다. 그 시기, 4년 가까이 일했던 친절했던 외국인 세프(chef)에게서 배운 습관이다.

그는 나의 음식에 대한 많은 생각과 영향을 심어준 사람이다.

조리와 제대로 된 음식에 대한 철학도 있던 분이다. 

“음식을 조리하는 행위를 통해 얻은 음식은 창의적 영감을 주는 행위라는 것”이다.

또 “창의적 생각과 이를 조리하는 과정에는 몰입과 조리 후, 음식을 맛보며 명상을 갖는 것”이다.

그는 항상 연구하고 그 걸 바탕으로 자신이 아는 거에 더해 밑에 있는 수습생이나 직원들에게 습득하게

 하였다. 단 강요는 그게 자신의 레시피가 전부라고 하지 않았다. 

그걸 바탕으로 “자신만의 레시피를 만들어 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항상 강조했었다.

결국 “조리하는 행위는 시간을 들여 준비하는 것은 영혼의 양식을 위해 아름다움을 창조하는 것”이다. 

그런 과정을 통해서 “요리 란 일상을 즐겁고 행복하게 만드는 기술”이다. 


"음식을 만드는 일은 현재 하는 일에 집중함으로써 명상에 들어가는 일”이기 때문이다. 

칼과 도마를 깨끗이 씻은 뒤 ‘양파 껍질을 벗기고 결로 자르는’, ‘파 송송’ 써는 행위에도 열정과 집중이라는 무아의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 

명상은 식사 뒤 주방을 깨끗이 하는 일까지 포함한다.

요리하는 행위도 일종의 명상이다. 

그 순간에는 오직 그것에만 몰입하게 되기 때문이다. 맞는 말이기 하다. 

음식을 준비하는 과정이나 조리하는 것은 거창한 게 말하면, 집중함으로써 생기는 자연스러운 현상이기 

때문이다. 

창의적 영감은 예술가와 창업자에게만 필요한 걸까? 

천만의 말씀! 조리하는 과정도 마찬가지이다.

누구나 인생의 예술가이며, 자기 삶의 경영자이다. 


사실 엄밀히 말하면, 요리는 과학이기도 하다.

불은 화학적으로 정의하면 높은 온도로 가열된 연료와 공기가 일으키는 산화 반응이다. 

요리는 딱딱한 거친 식재료의 소화를 도와 풍부한 영양소를 인류에게 제공했다. 

우리의 뇌가 다른 동물과 비교할 수 없게 커진 것도 불에 익혀 먹는 요리 덕분이다.

음식은 식재료의 고유 맛과 함께 맛과 향도 풍부해졌다. 

보다 풍미를 더할 양념이 발달하고 보다 맛있게, 보다 영양이 가득하게 진화했기에

단순히 먹는 행위만이 아니라 그에 더하여 세련된 식문화가 탄생했다. 

재료의 날것 속에 있던 미생물을 불로 제거하고 식중독, 감염 등에서 해방됐다. 

씹고 소화하는 데 드는 에너지를 절약할 수 있다 보니 뇌에 더 많은 에너지가 공급되기 시작했다. 

우리 몸무게 2%에 불과한 뇌는 전체 에너지 소비의 20%를 소모하는 데이터 처리 공장이다.
하지만 음식을 과학으로 모든 요리를 다 이해할 수는 없다. 

과학과 문화를 잘 융합하는 균형 잡힌 심미적 문화 예술적 지식인의 자세가 요구된다. 

잘 조리된 식재료를 ‘맛있다’고 느끼는 것은 최종적으로 뇌의 역할이다. 

여기에는 기억과 감성의 감정적 요소도 작용한다. 

문화와 예술의 감성은 요리의 깊이를 더한다. 

보기 좋고, 듣기 좋고, 기분을 좋게 하는 요리가 더 맛있게 느껴진다. 

그래서 유기농, 불을 사용하지 않는 자연식은 좋고 즉석식품, 패스트푸드, 

달고 짠 음식은 무조건 나쁘다는 식의 음식을 바라보는 시각도 그 태도는 틀렸다. 


요리는 동시에 문화이기도 하다. 

전 세계 오래된 나라들의 전통 요리는 현대의 화학적 지식을 바탕으로 처음부터 정교하게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오랜 경험과 우연한 발견, 기발한 상상력이 더해져 창조된 지역의 문화라 할 수 있다. 

그래서 음식과 요리 자체를 물리학, 화학, 생리학, 생화학, 미생물학 등을 동원해 너무 분석적·과학적으로만 접근하는 방향은 옳지 못하다. 

물론, 좀 더 객관적인 지식을 갖추고 요리를 정면으로 바라볼 수 있는 잣대가 생기는 점은 인정한다


우리는 음식을 조리하는 행위를 통해 얻은 음식은 먹는 것은 어떤 의미가 있을까? 

여러분이 정성 들여 준비한 된장찌개나 김치찌개를 한입 먹어보라!

거기에다 비빔국수나 간단 알리올리에 파스타, 살짝 기름진 감자조림과 조촐한 두부조림을 한 입 맛보라. 

준비과정은 번거롭고 힘들어도 맛있게 먹는 행위 자체를 보는 것 자체만으로 도 그보다 더 소중한 경험은 

없음을 알게 될 것이다. 

살기 위해서 생명을 이어가려고 먹는 일과 맛을 따져가며 먹는 미식과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음식의 맛과 영양을 끌어올리고 냄새와 소리와 식감을 따지며 색감과 배치를 생각할 때, 비로소 미식은 

태어난다. 

미식은 다채롭고 풍부한 요리법을 낳고, 음식을 먹고 즐기는 다양한 방식을 낳으며 음식을 둘러싼 더 많은

이야기와 신화를 낳는다. 

삶의 즐거움엔 기쁨, 헌신, 자부심이 들어 있다면 요리에도 그와 같다. 

“시간을 들여 식사를 준비하는 것은 영혼의 양식을 위해 아름다움을 창조하는 행위이다

그런 과정을 통해서 요리 란 일상을 즐겁고 행복하게 만드는 기술”이다. 


고단한 일상에서 힘들거나 지쳐 비틀거릴 때마다 우리를 다시 일으켜 세운 것은 무엇이 있을까? 

사람마다 취향과 취미는 다르겠지만 삶을 즐겁게 하는 맛있는 미식 속의 긍정적 힘, 

그 역시도 삶의 위대한 힘이 될 수 있다.
음식에서 행복한 감정을 느끼고 싶을 때 외친다.

설렘이란 감각을 찾고자 한다면 지루하지만 요리 여행을 제안해 본다. 

비싸거나 우아한 자리가 필요한 요리보다는 추억의 음식, 기억의 음식, 취향에 어울리는 음식, 

자신만의 음식이 바로 미식이다.


아침에는 글을 쓰고 그 글의 배경을 따라 생각난 음식을 만들거나 굳이 찾아가 즐기면서 

산책하다 저녁에는 고단한 하루를 소주 한잔 나누며 마치는 하루의 미식일정이다. 

그런 만족을 주는 음식이 바로 나에겐 미식의 세계이자 행복여행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속 불편한 세상, '혼자 먹는 밥(혼밥)'이 말하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