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바람이 지나가면 홀로 남은 열매에도 파란 봄의 정령이 찾아올 거야
창밖, 공원 입구 나무들이 마지막 단풍을 뽐내며 붉게 노랗게 물들어 있습니다.
찬 북풍이 휘몰아치는 바람이 매서워지면서 모든 나무 들은 형형색색의 옷을 벗어던지고 앙상한 가지를 드러냅니다.
길가에 수북이 쌓인 은행잎을 밟을 때마다 ‘바스락’ 소리와 함께 겨울이 다가왔음을 느낍니다.
겨울바람이 매서워지면서 단풍이 물들었던 집 앞 나무에도 무성하던 잎들이 떨어져 앙상한 가지만 볼품없이 스산스럽게 남습니다.
그중 한 감나무 한그루를 자세히 보니 가지 끝에 하나 남은 마지막 열매가 곧 떨어질 듯이 바람 속에서도 달려있습니다. 새 두 마리가 창 밖 감나무에 살포시 앉자마자 앙상한 나뭇가지가 바르르 떠는 것 같습니다.
모든 것이 시들어가고 겨울잠에 들기 전,
앙상한 가지에 매달린 마지막 열매처럼 우리도 언젠간 세상과 이별해야 하겠죠.
하지만 눈앞에 있는 마지막 열매는 바람이 불고 기온이 내려가도 꿋꿋하게 버티고 있습니다.
그렇게 위험하게 달려있던 열매는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을 알리고 있는 듯합니다.
우리는 모두 저마다의 마지막 열매를 지니고 삽니다.
“‘마지막 열매’는 다양한 의미를 담는다”라고 합니다.
간직하고픈 꿈,
사랑하는 사람들에 대한 애정,
삶에 대한 열정,
그것은 희망, 사랑, 헌신, 그리고 삶에서 무한한 가능성을 주기도 합니다.
비록 세상은 변하고 모든 것엔 끝이 있지만, 우리 안에 있는 마지막 열매는 쉽게 떨어지지 않습니다.
결국! 하나 남았던 감나무 열매도 결국 새들과 자연으로 돌아갔네요.
겨울 건너 가지 끝에 위태롭게 붙어있는 마지막 열매는 삶의 마지막 순간을 맞닥뜨린 우리들 모습을 빼닮았습니다.
새들은 이제 감나무를 찾지 않고 그 열매가 쓸쓸함과 허전함을 남긴 채 그 자리에 서 있네요.
길가의 나뭇가지 잎새들도 떨어져 앙상한 모습이 될 것입니다.
한 해의 끝자락이 다가와서 그럴까요!
붉은빛이 돌던 마지막 열매가 유독 더 큰 아쉬움을 남기게 하네요.
어! 한참 먼 곳에 공원 입구 나무에는 아직도 마지막 열매가 달려있네요!
이제 찬 바람이라도 휭 하고 불 듯한 저녁에 선반을 뒤져 고이 모아둔 봄의 씨앗을 꺼냅니다.
이런 스산한 날엔 새로운 열매를 맺을 “봄의 씨앗을 뿌리기 딱 좋은 날이 아닌가요.”
겨울이 지나고 다시 봄이 오듯, 새로운 시작이 잉태되겠죠.
자, 혹독한 겨울을 이겨내고 다시 봄을 맞을 준비를 해야죠.
겨울바람이 지나가면 앙상한 가지에는 파란 세순이 봄의 정령으로 찾아올 거야!
세상은 변하고 모든 것엔 끝이 있지만,
마지막 열매는 곧 화사한 제 모습을 찾아오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