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내가 너무 직업에 몰두하다 보니 이런 생각이 들었다. 세상의 모든 것에 가치를 매긴다면, 과연 직업의 가치는 어떻게 매길 수 있을까?
우선, 첫 질문은 좀 더 다르게 던져봐야 하겠다. 과연 직업에 가치를 매길 수 있을까? 나는 "그렇다"라고 생각한다. 결국 상대적으로 얼마나 더 중요하고, 세상에 필요한지, 귀중한지 등으로 가치를 매길 수 있다고 말이다. 세상 모든 것에 가치를 매길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대다수의 것에는 가치를 매기거나 가치를 매기지 못할 정도로 귀중하다고 생각할 수 있겠다.
그럼 두 번째 질문은, 가치는 무엇으로 평가하나요? 가치를 평가하는 기준은 매우 다양하다. 사회에 얼마나 기여하는지, 다른 사람들 또는 회사들에 얼마나 많은 편익을 제공하는지 등등. 가치는 매우 주관적인 개념이고, 사람마다 다 다른 관점을 가질 수 있다. 하지만 보편적으로 사회에 기여를 얼마나 하는지라는 관점에서 보면, 소방관이나 경찰관과 같은 직업의 가치를 높이 평가하는 것이 당연하다.
나는 우리 애들을 가르치는 학교 선생님이나, 우리 아이가 병원 다닐 때마다 챙겨주시는 간호사 선생님, 그리고 아동센터에서 심리치료 및 각종 프로그램을 기획하는 상담사 선생님들을 보면 그분들이 정말 많은 가치를 창출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사실 주부야말로 one full time job (1 FTE)을 넘어서는 육아를 온몸으로 하면서 국가 인구 증가에 결정적인 기여를 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러한 직업들이 제공하는 가치와 사회가 인정하는 가치가 정말 같을지는 의문이다. 사회에서 인정하는 가치는 사실 1번은 돈이요, 2번은 사회적 명성이라고 본다. 내가 살아가는데, 우리 가족이 살아가는데 꼭 필요한 가치를 제공하는 직업을 그 관점에서 다시 보자면 1번도 아니고 2번도 아니다.
그렇다면 사회가 인정하는 직업의 가치는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결국은 희소성이라고 생각한다. 얼마나 그 직업이 얻기 힘든 것인지. 얼마나 그 일이 그 사람만이 할 수 있는 것인지. 그래서 소위 말하는 전문직 사자 직업들이 희소성이란 이름으로 많은 돈과 명성을 가져가는 것이 아닐지. 그래서 대체 불가능한 인력이 되고자 사람들은 자신의 가치를 남들과 비교하면서 끊임없이 입증하려는 것은 아닐지.
그리고 추가로, 업계에 따라 기본적으로 가져가는 소득 수준이 다른 부분도 있다고 생각한다. 돈을 다루고 만지는 업은 그만큼 더 많은 돈을 잘 주는 편이라 생각한다. 금융업이 대표적이라고 생각하는데, 대학 졸업 때만 해도 시작이 비슷했을지라도 10년 20년이 벌어지면 사실 금융업과 일반 소비재업은 top으로 올라갔을 때 받을 수 있는 연봉 차이가 현격히 벌어진다. 아무리 내가 해당 업계에서 대체 불가능한 탑 인력이 되었다고 해도, 해당 업계에서 받을 수 있는 최고치가 전혀 다르다. 처음에는 작은 차이였겠지만.
요즘은 돈이 있으면 어느 정도 사회적 명성도 가져가는 시대인만큼, 결국 직업을 사회에서 평가하는 가치는 돈이 아닐까 싶다. 하지만 사회에 얼마나 필요하고 중요한 가치를 제공하느냐는 돈으로만 재단하기에는 한계가 많다. 그럼 적어도 사회에 중요한 가치를 제공하는 사람들이 이런 고민을 하지 않을 정도로는 사회가 보상해줘야 하는 걸까? 어느 정도가 되어야지 적정한 지는 나도 잘 모르겠다. 다만 이런 고민을 하면서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사회적 가치가 있는 직업을 선택하지 않을까 걱정이 될 뿐이다.
Photo by Riccardo Annanda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