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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나요 Mar 26. 2023

제네럴리스트로 살아가기

요즘은 그야말로 전문가의 시대다. 엔지니어 개발자들의 몸값은 천정부지로 높아지고, 의대를 들어가기 위해서는 초등학교 때부터 의대입시반 학원에 들어가야 할 정도다. 자신의 전문분야가 있으면 그만큼 확고한 미래의 길이 생기고, 안정적인 미래를 꾸려갈 수 있다. 




나는 전문가가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다. 뭐 하나 전문적으로 하는 게 없다. 나란 사람을 설명하자면...


첫째, 나는 전략가이다. 전략컨설팅에서 커리어를 시작했고, 전략부서에서 전사단위 사업전략을 수립하고, 조인트벤처(JV)나 신규사업 업무도 담당했으며 사업개발도 맡았었다. 스타트업의 전략과 IR도 담당했다. 


둘째, 나는 마케터이다. 글로벌 소비재회사의 싱가포르 지사에서 아시아 전체 소비재 마케팅을 담당했고, 영화 마케팅, 전사단위 브랜드 마케팅도 맡았다. 


셋째, 나는 운영 Operation을 한다. 디즈니플러스 사업을 런칭하기 위해 운영총괄을 맡으면서 말 그대로 이것저것 다 했다. 콘텐츠 뒷단 딜리버리를 총괄했고, 국내 통신사와 시스템 통합, 네트워크, 콜센터, 데이터 분석 등 정말 이것저것 가리지 않고 다 했다. 스타트업에서는 재무회계, 인사 등 사업이 돌아가기 위한 지원분야도 다 했다. 


그런데 누가 나에게 "당신은 마케팅 전문가인가요?"라고 하면 섣불리 답하지를 못한다. "전략 전문가이신가요?"라고 해도 마찬가지다. 그걸 잘 못 해서라기보다는, 그거 하나로서 나를 설명하지 못한다는 생각 때문이다. 링크드인이나 여러 헤드헌터에서 연락이 올 때도 마찬가지이다. 대부분의 job offer는 하나의 역할, 전문가의 역할을 기대한다. 나는 이런 세 가지 분야를 다 합친 사람인데, 세상은 계속 하나로만 나를 정의 내리려고 한다. 




다행히 여러 가지 일을 할 줄 안다는 것을 높이 평가하는 분야가 간혹 있다. 아래 세 분야가 내가 경험한 바에 따르면 제네럴리스트를 환영하는 곳들이다. 


1) 한 조직 내에서 내가 여러 일을 성공적으로 성사시키면 그 조직 내에서는 이를 높이 평가한다. 디즈니에서 그랬던 것 같다. 실제 디즈니는 위로 올라갈수록 여러 경험이 축적된 사람들이 많고, 일부러 전혀 다른 일을 맡겨서 이 사람이 여러 일을 할 수 있는지 평가해보기도 한다. 내가 디즈니 내에서 여러 역할을 맡으면서 성장할 수 있었던 것도 이런 조직문화 때문이었다고 생각한다. 


2) 작은 조직에서는 한 사람이 여러 역할을 해야만 한다. 그리고 역할도 잘 나누어져 있지 않다. 따라서 작은 조직일수록 이런 사람을 귀하게 여긴다. 나는 디즈니에서 나오기 위해 여러 스타트업들과 인터뷰를 했는데, 스타트업도 몇 백 명이 되는 곳에서는 나를 여전히 전문가로 데려가려 했다. 반면 작은 스타트업일수록 내가 여러 역할을 했다는 사실에 귀 기울이고, 나에게 다양한 기회를 주었다. 


3) 남을 위해서 일하지 않고 나를 위해서 일할 때이다. 나는 아직 경험해보지 않은 세계이지만, 언젠가는 이렇게 해야만 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때를 위해서 내가 필요한 스킬을 하나하나 쌓아나가는 중이다. 




전문가의 시대에서 제네럴리스트로 살아가기. 쉽지는 않고 또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도 많지만,  그것만으로도 확실한 차별점이 있다고 생각한다. 전문가만큼 미래가 확실히 정해져 있는 것도 아니지만, 오히려 내가 마음껏 미래를 그려갈 수 있다는 게 매력! 


Image by Karolina Grabowsk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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