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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베로 Nov 21. 2022

닭고기 껍질

어릴 적 먹던 추억의 음식

코로나가 시작되기 전, 아파트 커뮤니티 카페를 핫하게 만든 음식이 있었다. 바로 "닭 껍질 튀김"이다. 누군가 식재료점에서 닭 껍질을 사 와 튀겨먹었다는 글이었는데 반응은 반반으로 나뉘었다. 치킨 껍데기만 먹는 느낌이 들 것 같아 바삭하고 맛있겠다며 좋은 반응을 보인 사람들 절반, 느끼하고 이상할 것 같다는 반응을 보인 사람도 절반. 그즈음해서 술안주로 닭 껍질 튀김이 유행하기 시작했다.


사실 나에게 닭고기 껍질은 그다지 낯선 음식은 아니었다. 다만 그 형태가 반죽을 묻혀 바삭하게 튀긴 것이 아닐 뿐이다. 제사가 많던 친가에서는 제사상에도 차례상에도 꼭 삶은 통닭이 올라갔다. 제사상 위의 닭은 백숙과는 다르게 겉에 양념이 되어 있었다. 특히 나와 사촌 동생은 살을 발라 먹기 편하게 찢어 놓은 닭고기 접시에 있던 닭껍질을 참 좋아했다.


큰집에서 밥을 먹을 때면 아이들은 아이들끼리 따로 상을 차려주셨는데, 나와 그 사촌 동생은 닭고기 껍데기만 쏙쏙 골라먹었다. 제사상 위에 올랐던 음식이라 차갑게 식었지만, 양념이 잘 배어 있는 닭고기 껍질은 쫀득하고 맛있었다. 쫀득한 닭껍질에 작은 김치 조각을 올려 참기름과 나물을 듬뿍 넣어 비빈 제사 비빔밥과 함께 먹으면 그 맛이 얼마나 좋았는지 모른다.


닭고기 껍질은 은근 마니아층이 있는 음식인 것 같다. 나이 지긋하신 선생님이 초임 교사 시절 소풍날이면 학부모회에서 선생님들의 식사를 따로 준비해 주었다고 한다. 스승의 그림자도 밟지 않는다던 그 시절의 학부모들이 준비한 밥상은 참 호화스러웠는데, 어느 날엔가는 선생님 한 분당 전기구이 통닭 한 마리까지 함께 포장되어 온 적도 있었다고 한다. 소풍이 끝나고 남은 것은 껍질만 벗겨 먹은 통닭 서너 마리였다고 한다. 배는 부르지만 학부모님들이 보내 준 닭고기 한 마리를 다 먹지는 못해 맛있는 껍질만 벗겨 먹은 것이다.


꼬치구이를 위주로 하는 일본식 선술집에서도 닭껍질을 구워 낸 꼬치를 취급하는 집들이 있고, 동남아 지역에서는 닭껍질 튀김이 인기 있는 간식거리 중 하나라고 한다. 하지만 나에게 있어 가장 맛있는 닭껍질은 큰 토종닭은 양념물에 삶아 기름기가 빠지고 쫀득하고 달콤 짭짤한 양념이 배어 있던, 제사가 있는 날이나 명절 식사상에서 골라 먹던 그 닭껍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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