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남동생은 부산이 고향인 올케와 결혼해 그곳에 자리를 잡았다. 아이들 나잇대가 비슷해 고로나 이전에는 종종 서로의 집에서 며칠씩 함께 지내기도 했다. 내가 동생네를 방문하면 올케가 꼭 시켜주는 음식이 있다. 바로 무봤나 촌닭의 고추장 바베큐 혹은 치즈 새우 촌닭이다.
무봤나 촌닭을 처음 먹어 본 것은 대학생 때였다. 매운 닭고기 열풍이 불었던 2000년대 초반, 무봤나 촌닭은 매운맛을 조절할 수 있어 나처럼 매운 음식을 잘 먹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인기였다. 또 매운 요리가 아닌 메뉴들도 있었기 때문에 두루 음식을 시켜 술 한 잔 하기 딱 좋은 곳이었다.
그 당시에는 고추장 바베큐나 치즈 새우 촌닭 등 고추장 양념이 된 메뉴를 시키면 가래떡 몇 조각, 조그맣게 사려진 국수사리와 메추리알 몇 개가 함께 나왔다. 매콤함을 참기 힘들 때 아껴둔 메추리알 하나를 먹으면 고소한 메추리알 맛에 매운맛이 중화되었다. 담백한 국수사리와 매콤 달콤한 양념의 조화는 남은 양념에 비빈 밥과는 또 다른 매력이 있었다.
고추장 바베큐보다 몇 천 원 더 비싼 치즈 새우 촌닭은 모차렐라 치즈와 칵테일 새우 몇 마리가 함께 나왔다. 매콤한 닭고기를 고소한 치즈에 돌돌 감아서 먹으면 매운 양념도 맛있게 먹을 수 있었다. 또 고추장 메뉴는 아니지만 이 집 마늘 통닭의 새콤달콤하고 알싸한 맛 또한 이 집에서만 느낄 수 있는 맛이다.
무봤나 촌닭은 대학생 때 주로 마산에 내려가서 친구들을 만날 때 자주 가던 곳이었다. 성당 청년 미사가 끝나고 다 함께 어울려 맥주를 마시러 가기도 했다. 이 집은 우리 집이 마산에 있는 동안에는 항상 내 활동 반경 안에 한 군데는 꼭 있었어서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갈 수 있었다. 그런데 없는 게 없다던 서울로 대학원을 와 보니 정작 이 무봤나 촌닭 집은 없었다. 그래서 서울에 사는 동안 막장에 찍어 먹는 순대와 함께 무봤나 촌닭은 그리운 고향의 맛으로 느껴졌다. 그래서 남편과 연애하던 시절, 그가 근무하는 경상도 지역으로 내려갈 때면 촌닭도 순대도 참 자주 먹었었다.
특히 결혼을 앞두고 다이어트를 하고 있을 때 남편이 바빠서 한 달에 한 번 정도만 만날 수 있었는데 그때마다 나는 치팅데이처럼 이 촌닭을 먹어댔다. 남편이 호텔 방을 빌려 프러포즈 이벤트를 해 주던 날에도, 아침부터 밤까지 이어진 고된 웨딩 촬영을 마쳤던 날에도 나는 근사한 레스토랑 대신 무봤나 촌닭의 치즈 새우 촌닭에 공깃밥까지 야무지게 비벼서 먹었다. 서울 토박이 친구가 내 결혼식에 참석하기 전 부산에 가면 뭘 먹어야 하냐고 물었을 때도 수많은 맛집들 다 제쳐두고 이 집을 추천했다.
무봤나 촌닭은 여전히 경상도 지역이 아니면 찾기 어려운 가게이다. 한때는 서울에도 두어 군데 개업을 했다고 들었는데 지금은 없어진듯하다. 얼마 전 친정에 갔을 때 집 근처에 무봤나 촌닭이 개업을 했다고 하길래 시켜보았다. 그런데 배달이 오며 식어서 그런 건지 옛날 그 맛은 아닌 느낌에 괜히 서운한 마음이 들기도 했다. 다음에 친정에 가게 되면 아이를 재워놓고 산책 삼아 나가 맥주 한 잔에 촌닭 한 마리 먹고 들어와야겠다. 함께 하는 이가 남편이어도, 오랜만에 만난 친구여도 참 좋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