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
너네 자랑하고 싶은 거 있으면 얼마든지 해
난 괜찮어
왜냐면 나는 부럽지가 않어
한 개도 부럽지가 않어
어?
<중략>
너한테 십만원이 있고
나한테 백만원이 있어
그러면 상당히 너는 내가 부럽겠지
짜증나겠지
근데 입장을 한번 바꿔서
우리가 생각을 해보자고
나는 과연 니 덕분에 행복할까
내가 더 많이 가져서 만족할까
아니지
세상에는 천만원을 가진 놈도 있지
난 그놈을 부러워하는 거야
짜증나는 거야
<중략>
아 그게 다
부러워서 그러는 거지 뭐
아니 괜히 그러는 게 아니라
그게 다 부러워서 그러는 거야
부러우니까 자랑을 하고
자랑을 하니까 부러워지고
부러우니까 자랑을 하고
자랑을 하니까 부러워지고
아주 뭐 너무 부러울 테니까
너네 자랑하고 싶은 거 있으면 얼마든지 해
난 괜찮어
왜냐면 나는 부럽지가 않어
한 개도 부럽지가 않어
-<부럽지가 않어>중에서, 장기하
심리학 용어로서의 부러움이란, 욕망의 대상을 본인은 가지고 있지 않지만 상대방이 가지고 있을 때 느껴지는 괴로운 감정을 말한다고 한다. 한때 가장 친한 친구를 부러워한적이 있다. 그래서 괴로웠다. 나는 내 친구를 사랑하고, 친구가 잘되길 바란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내 마음 저 깊은 곳에서는 친구를 향한 부러움이 커져서 그 친구가 좋기도 했다가 밉기도 했다. 내 스스로가 참 별로인 것 같다고 느껴져 더 괴로웠다. 10여년 전, 나는 직장에서 자리를 잡지 못했고, 인간관계도 내 뜻대로 되지 않았다. 반면 친구는 일찌감치 번듯한 직장에 취업했고, 많은 친구, 선후배들과 끈끈한 인간관계를 맺고 있는 것 같았다.
마음의 죄책감을 덜고자, '부러움은 인간이라면 누구나 가지는 마음이다. 오히려 부럽다고 인정하는 것이 더 심리적으로 건강한 거다.'라고 나름대로 결론내렸다. 그리고 그 부러움을 내 발전의 동기로 쓰자고 마음 먹었다. 그럼에도 여전히 뭔가 찝찝한 감정은 지울 수가 없었다.
지금에 와서 생각해보면, 부러움은 내면이 단단하지 않을 때 타인과 자신을 비교해서 생겨나는 불편한 감정이다. 커리어든, 자산이든, 외모든 무엇이 되었든 간에 타인과 자신을 비교하면 어느 쪽에서든 부러움의 감정을 가질 수 있는 상황에 놓이게 된다. 장기하의 노래 가사에서처럼 내가 백만원이 있다고 십만원을 가진 사람과 비교해 행복감을 느끼느냐 하면, 아니다. 천만원을 가진 사람을 보고 부러움을 느끼는 것이다. 즉, 타인과의 비교를 시작하는 순간 부러움은 느끼게 될 수 밖에 없다.
이 가사가 인상적이었던 건 두 가지 때문이다. 첫번째는 부럽지가 않다고 계속해서 이야기해 놓고서는, 뒷부분에 그게 다 부러워서 그러는 거라고 시인하는 것이다. 사람들의 위선에 대한 위트 있는 통찰이 재미있다. 두번째는 '부러우니까 자랑은 하고'라며 자랑을 하는 이유가 사실은 부러워서라는 것이다. 이 대목에서 무릎을 딱 쳤다. 맞는 말이다. 자랑하는 심리도 결국에는 부러움에서 온 거다. 다른 사람에게 느낀 열등감을 또다른 사람에게 우월감으로 보상받으려는 심리일 수도 있다. 또는 같은 사람을 두고, 어떤 부분은 내가 상대적으로 열등하니, 다른 부분에서 우월함을 자랑하는 것이다.
위에서 언급한 친구 외에도, 나는 많은 사람들을 부러워했다. 겉으로는 아닌 척 하면서 속으로는 타인이 가진 것-그것이 무엇이 되었든 간에-을 내 것과 비교해 부러워했다. 한편, 많은 사람들에게 내 자랑을 했다. 자랑이 아닌 척하면서 내 커리어, 물건, 성격적인 면 등 내가 타인보다 우월하다고 생각되는 것이 있으면 은근 슬쩍 돌려서 자랑하곤 했다. 이 모든 것이 내 내면이 성숙하지 못한 결과라는 결론에 이르렀다. 내 안에서 채워지지 않은 무언가를 다른 사람과의 비교를 통해서 채우려고 했던 것이다. 나는 자존감이 낮았던 것이다.
한편, 사회는 우리에게 비교를 하도록 유도한다. 명품 백을 사고 싶게 하고, 값비싼 차를 사고 싶게 하고, 학군 좋은 동네에 살고 싶게 만든다. 뿐만 아니라, 친구보다 높은 시험성적을 받고 싶게 하고, 동료보다 높은 성과를 내고 싶게 한다. 비교 프레임은 현대 자본주의, 경쟁 중심주의 사회가 현대인에게 씌운 것이다. 비교를 유도하는 사회에서는 자존감으로 중심을 잡지 않으면 쉽게 휘둘릴 수 있다.
내 삶을 살아야한다. 우리는 타인의 삶을 백 퍼센트 다 알지 못한다. 그러니 어느 단면만 가지고 비교를 하고, 부러워하고, 자랑을 하는 건 의미가 없는 것이다. 다 알지도 못하는 누군가를 부러워하기 보다는 내 내면에 귀를 기울이고, 집중하는 것이 필요하다. 장기하가 "모든 자랑을 다 이기는 최고의 자랑은 뭘까"라는 질문에서 출발해 만든 곡이 바로 이 곡이다. 나는 모든 자랑을 다 이기는 자랑은 높은 자존감이라고 생각한다. 자존감이 높은 사람은 상대가 자랑을 하더라도, 그렇구나라고 상대를 있는 그대로 인정할 뿐, 자신과 비교해 자신을 불편하고 괴로운 감정으로 몰아넣지 않는다.
내 삶에 몰두하고, 내 안을 채우면서 이제야 조금은 비교프레임에서 벗어나게 되었다. 그래서 마음이 훨씬 편안하다. 타인과의 관계에서도 나 자신과의 관계에서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