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코로나 키즈: 디지털 네이티브를 넘어선 새로운 세대의

조용한 혁명의 목격자가 되다

by 김종혁 강사

최근 20대 중반 교육생들과 진행한 디자인씽킹 온라인 워크샵에서 흥미로운 현상을 목격했습니다. 5-6명이 조별로 모이는 소회의실에서도 마이크를 끄고 채팅창으로 소통을 시작하는 이들. 브레인스토밍 때는 음성 대신 공유 문서에 메모지로 실시간 아이디어를 입력하고, 다른 조의 발표를 듣고도 질문은 채팅으로만 하는 모습. 처음에는 단순히 온라인 환경에 익숙해서 그런가 싶었지만, 곧 이것이 우연이 아니라는 것을 서서히 깨닫게 되었습니다. 이들은 '코로나 키즈(Corona Kids)'입니다. 2019년부터 2022년까지 팬데믹 시기에 고등학교와 대학교 생활을 보낸, 역사상 유례없는 디지털 전환기를 겪은 세대입니다.

02.png

침묵하는 디지털 협업자들의 등장

코로나 키즈의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비언어적 소통의 선호입니다. 이들에게 텍스트는 단순한 보조 수단이 아니라 주요 소통 채널입니다. 하지만 이들 코로나 키즈를 단순히 '소극적인 세대'로만 봐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이들의 디지털 활용 능력은 기존 세대와는 차원이 다릅니다. 미드저니로 컨셉 이미지 만들고, 피그마로 와이어프레임 짜고, 뷰티파이로 실제 앱까지 만드는 게 순식간에 가능합니다. 실제로 워크샵에서도 이들은 AI 이미지 생성부터 영상, 간단한 앱 프로토타입까지 뚝딱 금방 만들어냅니다. 특히 바이브 코딩 툴을 활용한 앱 개발 속도는 놀라울 정도입니다.


이러한 특징의 배경에는 팬데믹 시기의 독특한 학습 환경이 있다고 봅니다. 2020년 초부터 시작된 원격수업은 이들에게 완전히 다른 교육 경험을 제공했습니다. "대학교 1학년 때부터 줌으로만 수업 들었어요. 조별과제도 다 온라인으로 했고요. 처음엔 어색했지만, 오히려 각자 전문 분야에 집중하고 결과물을 공유하는 방식이 더 효율적이라는 걸 알았어요." 라고 한 교육생이 말했습니다. 실제로 많은 코로나 키즈들이 전통적인 '함께 모여서 떠들며 하는' 협업 방식보다는 디지털로 문서화된 협업을 선호하는 것 처럼 보입니다. 이들에게 구글 독스나 노션은 단순한 도구가 아니라 소통의 언어겠죠.


새로운 소통 문화의 창조자들

코로나 키즈의 영향력은 이미 여러 분야에서 나타나고 있습니다. 여러 분야에서 이들의 업무 방식이 눈에 띄고 있습니다. "최근 입사한 신입들을 보면, 회의록을 녹음해서 AI로 실시간 정리하고 슬랙으로 후속 액션까지 체계적으로 관리해요. 예전 직원들보다 훨씬 체계적이고 효율적이죠"라고 모 스타트업 대표는 '코로나키즈'를 평가합니다. 교육 분야에서도 변화가 확실히 감지되고 있습니다. 저도 자연스럽게 '하이브리드 토론 방식'을 도입하게 되었습니다. 음성 발표와 동시에 실시간 댓글 시스템으로 소통하며 더 많은 학생들이 참여할 수 있게 분위기를 만드는 거죠. 코로나 키즈들이 만드는 소통 문화는 '조용한 참여'의 가치를 보여준다고 생각합니다. 목소리 큰 사람이 주도하는 기존 회의 방식과 달리, 이들은 모든 구성원이 동등하게 의견을 낼 수 있는 환경을 선호합니다.


미래를 위한 시사점

코로나 키즈의 등장은 단순한 세대 교체를 넘어 협업 패러다임의 전환을 의미한다고 봅니다. 이들은 효율성과 포용성을 동시에 추구하는 새로운 방식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코로나 키즈는 말이 적지만 행동력은 강합니다. 이들은 기존 세대가 '소통 부족'으로 여기는 것을 '효율적 소통'으로 재정의하고 있습니다. 텍스트로 정리된 생각, 체계화된 문서, AI를 활용한 빠른 실행력—이것이 이들에게 익숙한 언어입니다. 팬데믹이라는 전 지구적 위기는 예상치 못한 부산물을 남겼습니다. 디지털 네이티브를 넘어선, 디지털과 완전히 융합된 세대의 탄생입니다. 이들이 주도할 미래의 협업 문화는 어떤 모습일까요? 한 가지 확실한 것은 그 변화가 이미! 벌써! 시작되었다는 점입니다. 조용하지만 강력하고, 느린 것 같지만 정확하며, 개인적인 것 같지만 협력적인—이것이 바로 코로나 키즈가 만들어가는 새로운 세상의 모습입니다. 재미있네요.

keyword
작가의 이전글B2B 마케팅, 왜 산업마다 전략이 달라야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