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집안일을 마치고 이층에 올라오면
먼저 커피포트에 전기를 잇는다.
그런 후 전날 읽다 만 책을 펼친다.
기도로 하루를 시작하는 종교인들처럼
나는 낭독으로 한 날의 문을 심오하게 연다.
찌이찍 찌이찍 덜덜덜~
늙은 자동차의 시동 소리처럼
밤새 녹슨 목소리가 키릭키릭 튕겨 나온다.
팔팔 끓은 커피포트 물을 두 잔의 컵에 따른다.
스틱 커피가 녹으며 컵 안 가득 검은 물이 차오른다.
둥굴레 티백 물도 연갈색 뿌리 색깔로 가득해진다.
목 안에 커피와 둥굴레차 윤활유를 발라가며 읽어나간다.
오랜 세월 몸에 새긴 시간 아끼기.
내 삶 최대 욕망이 되어버린 시간 아끼기, 그 강박이
오늘도 하루의 등을 세차게 떠민다.
붕붕 부릉부릉 부르르릉 부르르릉~
시동이 제대로 걸린 하루가 속도를 낸다.
속도에 따라 밤새 무디어진 뇌와 심장이 서서히 깨어난다.
눈 귀 입 심장을 거쳐
종일 이층을 뱅뱅 돌고 도는 문장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