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 <이원>을 소개합니다
정확한 지명은 없다. 미라클 포레스트, 기적의 숲. 보는 사람에 따라 사계절이 시시각각 달라지는 신비로운 공간. 그 곳에 <이원>이 있다. 어떤 날은 카페였다가 어떤 날는 분식집이었다가 어떤 날은 중국집 어떤 날은 이탈리안 레스토랑. 방문하는 사람에 따라 달라지는 공간의 모습이 경이로울 지경. 그렇지만 변하지 않는 게 두 가지 있다. 바로 공간의 주인과 꿈꾸는 방이 있다는 사실.
일단 공간 <이원>의 주인은 두 사람이다. 티마스터 래이와 설계자 래원. 래이는 이 곳을 찾는 사람들이 편안하게 잠에 들 수 있도록 돕는 차를 제조한다. 차의 주 재료는 공간 <이원>에서 조금 걸어가면 있는 슈퍼마켓에서 구해오는데 래이와 래원은 마켓 여사장 지혜와 각별한 사이다. 언제부터인지도 모를 오래 전부터 거의 매일 새벽 얼굴을 보고 지내니 그럴 수밖에. 한편 또 다른 주인 래원은 공간 <이원>을 찾는 사람들이 꾸는 꿈을 설계한다. 이 곳에서 꾸는 꿈은 시작부터 끝까지 래원의 설계에 따라 철저하게 계획된다.
꿈꾸는 방이란 말 그대로 손님들이 들어가서 숙면을 취하며 꿈을 꾸는 공간이다. 그냥 꿈이 아닌 래원에 의해 설계된 꿈. 공간 <이원>이 분식집이 되어도, 중국집이 되어도, 이탈리안 레스토랑이 되어도, 한식당이 되어도 꿈꾸는 방은 가게 한 켠에 마련되어 있다. 배경이 바뀌어도 한결같이 안락한 분위기로.
삶과 죽음의 경계, 미라클 포레스트. 하루에도 수십명이 숲 속을 헤매지만 누군가는 공간 <이원>을 보지 못하고 지나친다. 누군가는 보고도 선뜻 들어갈 용기를 내지 못한다. 누군가는 맴돌다가 입구를 찾지 못해 돌아서기도, 누군가는 타는 듯한 갈증에도 굳게 잠긴 문을 부서져라 두들기다 포기하고 가던 길을 마저 가기도 한다.
그리고 누군가는 그 곳에 들어선다. 하루에 한명 많아봤자 두명. 공간 <이원>에서 맛있는 식사를 대접받고 래이의 차를 마시는 특권은 그렇게 수십분의 일의 확률로 소수에게만 주어진다. 찻값은 선불이며 돈이 아닌, 극히 사소한 세 가지 조건.
첫째, 자살을 시도했을 것. 둘째, 자살에 실패했을 것. 셋째, 살면서 스스로 기억하지 못하는 선행을 베풀었을 것. 돈이 아무리 많아도 마음대로 공간 <이원>에 들어갈 수 없고, 아무리 봉사활동이나 기부를 많이 했더라도
그 선행들이 본인들의 기억 범위 내에 있다면 래이의 차를 마실 수는 없다. 또한 타인에 대한 배려가 몸에 베어 기억하지 못할 선행을 세 가지 이상 베풀었더라도 자살로 생을 마감하려 시도하지 않았다면 혹은 시도하여 성공해버렸다면 공간 <이원>의 문턱을 넘을 수 없다. 찻값이 꽤 비싸다고, 아니 까다롭다고 보일 수도.
하지만 공간 <이원>은 기적의 공간이고, 기적은 쉽게 일어나지 않는다. 래이는 말한다. <이원>이 신의 실수를 만회하기 위해 만들어진 공간이라고. 신은 가끔 실수로 선악의 균형을 깨곤 하는데 깨진 틈으로 추락한 가련한 영혼들에게 <이원>은 그저 한번의 기회를 더 주는 거라고 말이다.
혹자는 공간 <이원>의 이름이 래이와 래원의 이름 끝자를 따서 지은 거라 하고, 또 다른 혹자는 '이'번 생은 망했지만 다시 한번 살아보기를 '원'합니까 의 줄임말이라고도 추측하지만 진실은 아무도 모른다. 공간 <이원>이 언제부터 미라클 포레스트에 존재했는지도, 지금껏 그 곳을 거쳐간 손님이 몇 명이나 되는지도 정확히 아는 사람은 없다. 다만 확실한 것은 단 하나, 공간 <이원>의 경영철학. 착하게 살았으나 세상에 외면당한 이들에게 다시 한 번 삶의 의지를 심어주는 것. 성공확률은 33.3%. 세 명이 래이의 차를 마시면 그 중 한명은 영원히 삶을 등지고, 다른 두 명은 코마상태에서 기적처럼 깨어난다.
새 삶을 살아내기 위하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