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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pplepie Nov 24. 2024

예비초1,예비초2가 꼭 해야 하는것

(3)스마트폰 규칙 정하기

얼마 전에 학교 축제가 있었습니다. 축제의 여러 코너 중 레크레이션 시간이 있습니다. 매일 수업시간에 만나는 교사 대신 노련하고 재밌는 레크레이션 강사가 진행을 맡았습니다. 강사님은 흥을 돋구기 위한 음악들을 틀어주고 아이들은 신나게 몸을 흔들었습니다.  여기서 큰 세대차이를 느꼈습니다. 그래도 나름 나이에 비해 요즘 유행하는 노래를 많이 아는 편이라 생각했는데 그 날 나온 노래는 거의 모르는 것들이었습니다. 노래조차 모르는 저와 달리 아이들은 음악이 들리자마자 반가운 표정을 지으며 마치 사전에 합을 맞춘 듯 같은 춤을 추고 있었습니다. 어리둥절한 교사들과 군무를 추는 학생들. 단순히 세대차이라고 생각했는데 그 중 가장 젊은 선생님이 알려주십니다.

"이거 다 틱톡에서 유명한 노래들이에요. 어휴, 우리반 수업시간에 집중 가장 안하는 애들이 춤은  제일 잘 추네요."

농담 반으로 하신 말씀이지만 그러고 보니 정말 그랬습니다. 수업시간에는 적극성을 잃어버린 아이들이 틱톡의 춤들은 섭렵하고 있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비단 위의 사례가 아니더라도 요즘 초등학생들은 스마트폰에 푹 빠져있습니다. 등하교시간에 초등학교 앞을 지난 적이 있나요? 혼자서 혹은 모여서 스마트폰에서 눈을 못떼는 아이들이 거리를 가득 메웁니다. 저러다 교통사고가 나면 어쩌나 걱정이 될 정도입니다. 더 심한 건 학교 복도입니다. 저는 교실에서는 핸드폰을 끄게 하는데, 이 규칙도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을 뿐더러 하교 인사를 하고 교실문을 나서자마자 폰을 켜서 고개를 폰에 파묻고 있는 아이들을 보면 이상한 기분이 듭니다.

 저는 뇌과학자가 아니지만, 현장에서 아이들을 10년 넘게 관찰한 결과 스마트폰이 아이들에게서 집중력을 앗아갔다는 사실을 확신할 수 있습니다. 제가 파릇파릇하던 초임 교사이던 2011년, 스마트폰이 대중화되었습니다. 그때의 아이들은 초등학교때 처음 스마트폰을 접했겠지요. 시간이 지나며 태어나자마자 스마트폰과 패드를 보며 자란 아이들이 입학했습니다. 제가 느낀 집중력의 차이는 어땠을까요? 어릴때 스마트폰과 패드를 접한 아이들일수록-즉, 최근으로 올수록-집중력은 현저히 나빠집니다. (스마트폰과 집중력의 상관관계에 관한 연구는 많습니다. 책 중에서는 '도둑맞은 집중력'에 인간의 집중력을 앗아가는 스마트폰의 여러 장치에 대한 설명이 풍부합니다.)

 집중력 문제뿐 아니라 스마트폰으로 비롯된 학교폭력도 큰 문제입니다. 2012년에 카카오스토리에서 한 학생에 대한 비방글을 여럿이 올려 제가 지도했던 일이 떠오릅니다. 아직 한참 어린 2학년 여학생들이었습니다. 그 일을 시작으로 스마트폰을 매개로 한 다양한 문제를 지도했습니다. 이런 것들은 진화되어 사회면에 등장할 정도로 심각해지기도 하고 확산도 쉬워서 여러 학교의 학생들이 얽혀있기도 합니다. 해결하기 아주 까다로운 유형이 되는 것입니다. 

 이렇듯 스마트폰은 아이들의 집중력을 쉽게 뺏어가고 중독성이 강해 무분별하게 사용했을 경우 숙제를 안하거나 잠을 자지 않고 게임을 하는 등 일상의 루틴이 망가질 수 있습니다. 또 적절한 사용윤리를 익히지 못한다면 여러 학교폭력에도 노출되게 됩니다. 그래서 저는 아이와 부모님이 가정에서 스마트폰에 대해 시간을 들여 얘기하고 적절한 울타리를 둘러주는 것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아예 사주지 않는 것도 좋지요. 예비초1,2는 스마트폰에 노출되기에 너무 어린 나이이니까요. 하지만 아이의 기질과 또래집단에 따라 그게 꼭 능사는 아닌 경우를 종종 봅니다. 학생 본인은 스마트폰이 없지만 친구가 하는 게임을 같이 많은 시간 하는 경우, 부모님이 주무신 후 부모님 폰으로 몰폰(몰래 폰한다를 요즘 아이들은 이렇게 말합니다)하느라 늦게 잠이 드는 경우를 봤습니다. 이런 학생들을 보면 물리적 금지보다 충분한 대화를 통해 스마트폰의 위험성을 아이가 인지하고 규칙을 세워서 자율적으로 지키게 하는 편이 더 낫다는 생각이 듭니다. 

 또 주의하실 점은 스마트폰 사용은 또래집단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는 것입니다. 주위 친구들이 모두 스마트폰 게임을 하는데 나는 가만 있기가 힘듭니다. 저희반 한 학생이 이렇게 썼습니다.

'왜 게임하는 소리를 들으면 나도 하고 싶어질까?'라고요. 친구들의 스마트폰 사용이 제한되어 있는지 무제한인지도 아이와 대화를 통해 알아보시고 친구가 무분별하게 노출되어 있다면 너는 어떻게 할 건지도 함께 얘기를 나누면 좋겠습니다. 부모님과 아이가 세운 규칙이 또래집단의 분위기를 이길만큼 단단하면 됩니다. 

실제로 스마트폰을 갖고 있고 틱톡에서 유행하는 것들을 많이 아는데도 수업시간 집중에 아무런 문제가 없으며 오히려 학습태도나 성취도가 우수한 아이들도 있습니다. 학부모 상담때 어머니께 여쭤보니 대화를 통해 스마트폰 사용에 대한 규칙을 정했다고 하시더라구요. 그리고 어머님께서 아이에 대해 갖는 단단한 신뢰가 엿보였습니다. 그 아이는 엄마가 믿어주는 만큼 스마트폰을 현명하게 사용하고 있었습니다.

 문제가 닥쳤을 때 해결하는 건 효과가 현저히 낮습니다. 지금부터 아이가 핸드폰이 있든지 없든지 찬찬히 핸드폰 사용에 대해 얘기를 나눠보는 것을 권합니다. 사실 제게 하는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내년 3월, 입학한 학교에서 재밌는 게임을 하는 친구들을 맞닥뜨릴 아이가 그려집니다. 눈이 휘둥그레지겠지요. 정신없이 빠져들지 않도록, 저도 아이와 대화를 하며 울타리가 될 규칙을 차근차근 정해야 겠습니다. 미리 예방접종을 하는 것처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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