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은실-'도를 좋아하는 아이'
책을 읽는 사람으로서 나는 특별히 좋아하는 작가가 몇 있다. 도서관에 갈때면 자료검색대에 가장 먼저 쳐 보는 최애 작가들. 독서를 즐기는 사람이라면 이런 작가 몇 명쯤은 모두 마음에 품고 있지 않을까?
마찬가지로 아이를 낳고 아이에게 책을 읽어주면서 좋아하는 어린이책 작가가 생겼다. 작가에 주목하니 좋은 점은 마구잡이로 책을 사들이거나 빌리는 대신 작가를 본다는 거다. 오, 왠지 진짜 독서가 취미인 사람이 된 것 같아 으쓱해진다. 또 아이도 나를 따라 작가 얘기를 하기 시작했는데 이건 '읽는 사람'으로 성장하기에 분명 유리한 조건일 테다. 아이가 서너 살땐 에릭 칼, 앤서니 브라운, 최숙희, 백희나 같은 그림책 작가들 책을 탐닉했다. 존 버닝햄과 헬렌 옥슨버리 부부도 좋아했고. 존 버닝햄의 유작이 된 '날아라 마일즈'-작가가 작고하기 전 완성을 하지 못하여 아내인 헬렌 옥슨버리와 친구인 빌 살라만이 완성을 했다는 책-를 보면서는 어느 페이지는 남편이 그렸고 어디는 아내가 그렸는지를 아이와 즐겁게 찾아보기도 했다. '이건 헬렌의 그림체야, 이건 남편 존 버닝햄이 그린게 확실해!' 같은 얘기를 아이와 나누던 순간, 내게 보석같은 추억으로 남아있는 반짝이는 기억의 조각들이다. 그 후 조금 더 글밥 많은 책을 읽을 만큼 컸을 때엔 김영진 작가가 우리의 최애였고 100쪽 안팎의 저학년 문고판을 보는 지금은 김리리 작가와 유은실 작가의 책을 섭렵하고 있다. 이 글에서는 아이가 요즘 잘 읽는 유은실 작가의 책 '내 머리에 햇살 냄새'에 수록된 '도를 좋아하는 아이'라는 단편에 대한 얘기를 하고자 한다.
'도'를 좋아하는 아이라니, 혼자 번화가를 지날 때면 "인상이 좋으시네요. 잠시 얘기 나눌 수 있을까요?"하며 나를 붙잡는 그런 도 말인가, 이걸 아이가 이해할 수 있을까? 잠깐 어리둥절 했는데 여기서 '도'는 그 도가 아니라 나'도', 엄마'도'할때 '도'-영어로는 too-를 말하는 거였다.
주인공 현우는 새 학년을 맞아 새로운 짝꿍과 만나게 된다. 지수라는 여자 짝꿍이다. 내게 먼저 적극적으로 말을 걸어주고 아는 것이 많은 모습에 붙임성이 좋고 똑똑한 아인가 싶어 호감이 들었는데 곧 현우는 짝꿍을 바꾸고 싶다는 마음을 먹게 된다. 지수의 너무 많은 '도' 공격에 지쳐버린 것이다.
"너 어느 학원 다녀?"
"영어랑 태권도."
"나도 영어학원 다니는데. 우리 사촌 언니는 태권도장 다니고."
(중략)
"너 인라인 잘 타?"
"보통"
"나도 보통인데."
(중략)
하지만 지수는 틈만 나면 물었어. 무슨 음식을 좋아하는지, 어떤 가수를 좋아하는지, 어떤 색깔을 좋아하는지...
내가 딴 애랑 얘기하면 "나도."하고 끼어들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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