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 후 바로 집으로 향하는 마음

오늘도 집으로 돌아가는 선택

by JH


점심시간의 대화가 끝나고,

질문들이 하루를 스쳐 지나간 뒤,

나는 퇴근 후 바로 집으로 향한다.


퇴근 시간이 되면

사람들의 걸음이 동시에 바빠진다.


엘리베이터 안에서

누군가는 전화를 받고,

누군가는 메시지를 보낸다.


조금 늦을 것 같다는 말,

먼저 씻고 있으라는 말.

그 말들이

각자의 방향을 말해준다.




30대 후반을 지나

40대에 가까워질수록

퇴근 후의 약속은

눈에 띄게 줄어든다.


각자 부모의 집에서 나와

새로 꾸린 가정으로 돌아가느라 바쁘다.


남편이 기다리고,

아이가 기다리고,

오늘은 가족 행사가 있다는 말들.


그 말들은

설명처럼 들리지만

사실은 방향을 말해준다.

지금 어디로 가고 있는지.




나 역시

퇴근 후 바로 집으로 향한다.


누군가는 누군가를 위해 돌아가고,

나는 오롯이

나를 위해 집으로 간다.


처음에는

그 자유로움이 좋았다.


약속을 핑계로

일정을 조정하지 않아도 되고,

기다리게 하거나

기다릴 필요도 없었다.


문을 여는 순간,

북적이던 하루가 조용히 가라앉았다.


불을 켜고,

신발을 벗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아도 되는 공간.


그 고요함이

하루를 정리해주는 것 같았다.




1인가구로 산 지

1년쯤 지났을 때,

예전에는 잘 이해하지 못했던 말들이

조금씩 떠올랐다.


자취를 오래 한 사람들이

왜 결혼을 이야기하는지.


이 고요함이

외롭다거나 허전하다는 느낌은 아니었지만,

어느 순간부터는

조금 다른 감각으로 다가왔다.


너무 조용해서,

가끔은 이 고요가

나를 삼킬 것 같은 느낌.


익숙해질수록

조금은 무섭게 느껴지는 순간들.


그때 알게 되었다.

사람들이 말하는 외로움은

항상 소란 속에서 오는 게 아니라는 걸.




하지만 나는

그 고요를 밀어내지 않았다.

대신

조금씩 채우기 시작했다.


집에서 할 일들을 만들고,

나를 기록하고,

몸을 관리하고,

하루를 돌아보는 시간들을 늘렸다.


그러자 집은

쉼의 공간을 넘어서

하루의 중심이 되었다.


어둡던 터널을 지나

멀리서 빛이 보이는 것 같은 느낌.


오히려 할 일이 많아져

시간이 부족해질 정도였다.


이제는

퇴근 시간이 되면

집에 빨리 가고 싶다.


쉬는 것조차

내가 선택할 수 있다는 사실이

생각보다 큰 안정감을 준다.




나의 하루는

다른 사람들보다 조용하다.


대신

온통 나로 가득 차 있다.


그 시간이 즐거워질수록

내 시간 안으로

누군가를 들이고 싶지 않다는 마음도

자연스럽게 따라왔다.


가끔은

이게 괜찮은 걸까,

라는 질문이 떠오른다.


인간은

집단생활에 익숙한 존재인데,

이렇게 혼자서

하루를 채워도 되는 건지.


이 괜찮음이

지금만의 상태는 아닐지,

앞으로도 계속 괜찮을 수 있을지는

아직 모른다.

살아보지 않았으니까.


그래도 지금은

이 선택을 미루지 않는다.




나는 오늘도

퇴근 후 바로 집으로 향한다.


누군가는

집에 기다리는 가족을 위해 돌아가고,

나는

나로 이어지는 시간을 만들기 위해

집으로 간다.


오늘의 이 선택이

내일도 같은지는 모르겠다.


그래서 나는

또 하루를

그대로 살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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