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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은혜 Oct 20. 2024

육아맘의 이중생활

시작의 끝에서 -

내가 시작한 건, 결코 쉬운 길이 아니었다. 육아와 사업을 병행하는 이중생활. 아침이 되면 두 세계가 내게 동시에 다가온다. 하나는 엄마로서의 나, 그리고 다른 하나는 내가 꿈꾸던 일을 향해 달려가는 나.


처음 이 여정을 시작했을 때, 나는 그저 해야 할 일을 쌓아두고 있을 뿐이었다. 아이가 내 품에 들어왔을 때, 모든 것이 변했다. 출산 후 처음 마주한 세상은 이전과 달랐다. 내가 알던 일상은 아이의 리듬 속에 사라져 버렸다. 한편으로는 이 새로운 시작에 두려움이 있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이 기회를 통해 내가 원했던 일을 할 수 있다는 기대감도 있었다.


나는 더 이상 회사로 돌아갈 필요가 없었다. 그곳은 이미 나를 멀리 내버려 둔 공간이었다. 이제 내가 나를 찾아가야 하는 길이었다. 나의 꿈과 육아가 어우러져 새로운 삶을 그려내는 시간. 그 길의 시작점에 서서 나는 두려움보다 용기를 더 크게 느꼈다.



1장. 아침의 두 얼굴


아이가 나를 깨우는 소리가 어렴풋이 들렸다. 그 작은 손이 내 볼을 부드럽게 스치며, 하루를 시작하는 신호를 보냈다. 나는 눈을 떴다. 아직 아침의 찬 공기가 느껴지는 이른 시간, 아이의 얼굴은 빛으로 가득 차 있었다. 잠시 그 얼굴을 바라보며, 나는 지금의 내가 과연 어떤 선택을 하고 있는지 다시 한번 생각했다.


임신 전의 나를 떠올렸다. 회사에 다니며 매일 반복되던 출근길, 그때마다 내 안에서 꿈틀대던 불만과 갈망. 나는 회사에서 그저 '기능'으로서 존재하는 듯했다. 사무실의 불빛 아래, 매일 똑같은 일을 반복하며 하루가 어떻게 지나갔는지도 모른 채 퇴근을 하곤 했다.


회색빛 회사

그 당시 나는 조금씩 무너져 가고 있었다. 창밖의 풍경은 늘 똑같았고, 내가 앉은자리도 매일 변하지 않았다. 그곳에서 나는 점점 내 꿈을 잃어버리기 시작했다. 어떤 날은 모니터에 뜬 문서들을 바라보며, '이게 나의 인생인가?'라고 속으로 되뇌었다. 이 일에서 나를 찾아낼 수 없었다. 나는 그저 기계의 부품처럼 돌아가는 나 자신을 발견할 뿐이었다.


그렇게 일상을 반복하다 보니, 나는 다른 세상을 꿈꾸기 시작했다. 내가 원하던 삶, 내가 진정으로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는 세계. 하지만 그곳으로 가는 길은 멀어 보였다. 회사에서는 나에게 기회를 주지 않았고, 나는 늘 그 틀 안에서만 움직여야 했다.


그러다 임신을 하면서 나는 이 모든 것에서 벗어나기 시작했다. 내가 정말 원하던 일이 무엇인지를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되었다. 그리고 그 순간, 나는 회사를 떠나기로 결심했다. 출산 후에도 회사로 돌아가지 않겠다는 결심이 마음속에 자리 잡았다.


새로운 길을 향한, 큰 결심

아이가 나를 부르며 잠에서 깬 순간, 나는 다시 한번 느꼈다. 이 아이와 함께하면서 내가 원하는 일에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다는 확신. 육아는 내게 새로운 책임과 과제를 주었지만, 그 안에서 나는 나 자신을 더 단단하게 만들어가고 있었다.


사무실로 돌아갈 필요가 없다는 사실이 나를 더 자유롭게 만들었다. 그 자유 속에서 나는 다시 꿈을 꿨다. 아이와 함께하는 시간이 나를 더 강하게 만들고, 그 시간 속에서 나를 위한 일도 함께 해나갈 수 있음을 알았다. 엄마가 되면서, 나는 더 독해지고 더 용감해졌다.


이제 아침은 그저 육아만을 위한 시간이 아니다. 이 아이와 함께 나 자신을 찾아가는 시간이기도 하다. 그 작은 손이 나를 깨울 때마다, 나는 두 세계가 겹쳐져 있음을 느낀다. 엄마로서의 나와 꿈을 향해 달려가는 나. 그 두 얼굴이 나를 이끌어 나가는 힘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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