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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은혜 Oct 20. 2024

새로운 선택

아침 공기는 여전히 차가웠다. 하지만 아이를 보내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은 이전과는 달랐다. 예전 같았으면 회사로 가는 버스를 타고, 머릿속에 끝없는 업무 목록을 그리며 긴 하루를 준비했을 것이다. 그러나 이제는 다른 길을 걷고 있었다.


회사를 떠난 후 처음으로 느꼈던 자유, 그리고 그 자유 속에서 피어난 새로운 고민. 육아와 나만의 일을 병행하는 이중생활은 나에게 두려움이었지만 동시에 기회였다. 집으로 돌아오며 나는 다시 한번 결심했다. 이 시간 동안 나의 길을 찾겠다는 결심.


복직을 앞둔 불안

1년 동안 아이를 키우면서 나는 끊임없이 고민해 왔다. 이 아이와 함께할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인지, 혹시 아이가 아플 때 내가 어떻게 바로 달려갈 수 있을지를 생각했다. 아이가 돌이 지나 어린이집에 가게 되면, 나는 그때쯤 무슨 일을 하고 있어야 할지에 대해 복잡한 생각들이 머릿속을 가득 채웠다. 아이를 중심에 두면서도, 나 자신을 잃지 않고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찾는 게 무엇인지 고민에 고민을 거듭했다.


이 모든 고민은 단순하지 않았다. 아이와 함께하면서도, 내가 하고 싶은 일과 충돌하지 않는 길을 찾기 위해 더 깊은 생각을 했다. 내가 정말 하고 싶은 일과 육아를 함께 병행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했다. 그게 바로 내가 회사로 돌아가지 않기로 결심한 가장 큰 이유였다. 아이가 아프면 언제든지 달려가고, 동시에 내가 원하는 일을 이루어갈 수 있는 그 균형을 찾고 싶었다.


아이를 돌보는 동안 나는 아이의 작은 변화들에 집중했다. 아이의 웃음, 처음 걸음마를 뗀 순간들, 그 모든 것들이 나에게는 새로운 영감이 되어 주었다. 그 영감은 나를 다시 일하게 만들었다. 회사에서의 삶과는 달랐다. 회사에서는 시간에 쫓기고, 정해진 틀 안에서 일했지만, 이제는 나만의 시간 속에서 아이와 함께 새로운 가능성을 찾아 나가고 있었다.


자유 속에서 마주한 선택

자유는 처음엔 달콤했다. 하지만 그 달콤함 속에 불안이 함께 있었다. 더 이상 내가 돌아갈 곳이 없는 것처럼 느껴질 때도 있었다. 내가 해야 할 일, 그리고 내가 이루고 싶은 목표가 마치 거대한 벽처럼 나를 가로막고 있었다. 하지만 나는 그 벽을 넘고 싶었다. 엄마로서, 그리고 나로서.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고 돌아온 집은 잠잠했다. 그 고요함 속에서 나는 내 컴퓨터 앞에 앉아 있었다. 화면을 바라보며 나는 이 시간이 나에게 주어진 선물임을 느꼈다. 이 시간을 잘 사용해야 했다. 육아는 나의 일부였지만, 그 안에서 나는 나 자신을 잃지 않아야 했다.


나는 아이가 어린이집에 가 있는 시간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 구체적으로 계획하기 시작했다. 회사에서의 일상은 내가 다시 마주하고 싶지 않은 현실이었다. 그곳에서 나를 찾을 수 없다는 사실을 나는 잘 알고 있었다. 그 대신, 나는 내가 진정으로 원하던 일을 하기로 결심했다.


내가 하고 싶은 일

업무를 하던 시절, 나는 이모티콘 작가로 활동을 병행했다. 처음에는 그 일이 소소한 즐거움이었지만, 점차 일이 많아지면서 겸직으로 이모티콘 작업을 원활하게 할 수 없었다. 그래서 꽤 오래전에 시작한 이모티콘 작업도 한동안 멈춰야 했다. 회사의 규율 속에서 자유롭게 창작할 시간이 부족했던 나에게, 그 일이 점차 힘겨운 부담으로 다가왔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더 이상 회사의 일정과 규율에 얽매이지 않고,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자유롭게 할 수 있는 시간과 여유가 주어졌다. 이모티콘 작업뿐만 아니라 내가 오랫동안 꿈꿔왔던 스톡 이미지 작가로서의 일도 병행할 수 있게 되었다. 스스로가 원하는 분야에서 전문가로서 경력을 쌓아갈 수 있는 이 시간은 나에게 큰 의미가 있다.


그동안 손끝에만 맴돌던 나의 꿈들이 이제는 현실이 되어가고 있었다. 무엇보다도, 나는 지금 이 순간에 내가 진정으로 원하던 일을 할 수 있게 된 것이 너무나 기뻤다. 단순한 부업을 넘어서, 이모티콘 작가와 스톡 이미지 작가로서 나만의 성공을 이루고 싶다는 꿈이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는 생각에 가슴이 벅차올랐다.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고 남는 이 시간은 더 이상 불안한 시간이 아니라, 나를 위한 시간이었다. 아이가 돌아오기 전까지, 나는 이 시간을 온전히 나 자신에게 쓸 수 있게 되었다. 내가 꿈꾸던 삶을 향해 한 걸음 더 나아갈 수 있는 기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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