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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다소라수경 4시간전

사람은 잊혀도 '일'은 남는다.

2018년도 things

2018도 나는 아이가 다니는 초등학교에 학부모 회장이 되었다. 

2014년도에 학부모회 가입, 2015년도 명예어머니회 부회장, 2016년도 명예어머니회 회장을 거쳐 2년의 임기를 다 하고 2018년도 학부모회장이 되었다. 

나에게는 사연이 있다. 내가 초등학교 3학년이었던 때, 촌지를 사랑하는 선생님으로부터 괴롭힘을 당한 일이 있었다. 교사에게 괴롭힘을 당한 이유가 <촌지>였음을 안 어느 날 나는 이런 생각을 했다. 

'교사가 원하면 돈을 주지! 나에게는 상처가 크게 남았잖아. 나는 우리 아이 학교 교사가 돈을 달라면 줄 거야... 그러면 나 같이 학교와 교사를 두려워하는 아이가 되지 않을 것 아니야!


그러나 '청소년학'을 공부하며 생각이 바뀌었다. 

아닌 경우도 있었겠지만 교사가 함부로 촌지를 받을 수 없는 문화와 환경이 조성되었다. 그런데 문제는 치맛바람 학부모였다. 학교에 와서 쥐락펴락 하는 학부모가 생겨나기 시작했다.

학부모회 활동을 하면서 건전한 '학부모회 문화'를 만들어 보자는 소신이 생겨났다. 

나는 학교에 가서 나의 아이들과 눈인사만 나눌 뿐 과도한 스킨십을 하지 않았다. 혹여라도 엄마가 없거나 조손부모 가정 아이들이 보게 되면 부러워하고 상처를 받을 것 같아 최대한 자제했다.

아이보다 일찍 학부모회실에 가서 창문을 활짝 열고 환기를 하고 학부모들이 언제나 들고 나면서 궁금한 것들을 상담할 수 있도록 상주하다시피 했다. 


그러던 어느 날 교감선생님이 나를 교무실로 부르셨다. 

"회장님, 예산사업이 있는데 혹시 학부모회실 리모델링 하시겠어요?" 

"아! 그래요? 그러면 멋지게 꾸며 볼까요?"


우리에게 주어진 예산은 500만 원이었고, 그 한도 내에서 어떻게 꾸미느냐가 관건이었다. 

학부모회 임원들과 회의에 대한 결론은 이러했다. 

학교는 학생들의 공간이다. 학부모실을 만들더라도 언제든지 학생들이 사용하기 좋게 만들어보자. 
우리가 할 수 있는 일들을 우리가 하고
구입을 해야 한다면 꼭 필요한 것들을 하자.
현재 학부모회실에 있는 물품 중 리모델링 가능한 것들을 추려 보자.

벽도 칠하고 의자와 테이블은 페이퍼 작업을 한 후 색상을 여러 번 덧대었다. 그리고 벗겨지지 않도록 후처리 작업도 했다 그럴듯한 색상이 나오기 시작했다. 어떤 학부모는 자신만의 색을 만들어 보겠다고 약한 그린으로 색을 변형했는데 중간중간 그러한 색상의 의자가 있으니 그도 제법 봐줄 만했다. 

 

바닥은 재생작업을 한 후 엄마들이 닦고 또 닦았다. 붙박이장은 내가 디자인을 했다. 학생들이 붙박이장을 어떻게 쓸지 몰라 최대한 수납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학교에서는 흔히 볼 수 없는 서랍을 넣었다. 가운데 부분은 꽃이나 액자를 둘 수 있도록 빈 듯한 공간을 만들었다. 


예산을 고려하여 업체와 협의하는 과정이 힘들기도 했지만 보람도 있었다. 

내가 회장으로 있는 동안 학부모실은 초등 저학년 학부모와 상담을 하는 공간이 되었고, 아침에는 드립커피를 내려 먹기도 하며 학교에 필요한 일들을 조용히 도울 수 있었다. 


이 공간에 대한 기억이 떠오른 이유는, 누군가

"회장님! 요즘은 학부모회실에서 학생들이 아침을 먹는데요.
굿네이버스 후원으로 아침 결식하는 아이들에게 아침식사를 제공한다고 하네요" 


내가 의도했던 대로 학부모회실은 아이들에게 돌아갔다. 

나와 함께 했던 학부모들은 다 집으로 갔지만 우리가 의도한 대로 만들어진 공간은 남아 아침을 거른 아이들이 맛난 식사를 하는 공간이 되었다. 


나의 인생도 그렇게 남으면 되지 않을까? 한 사람의 의식이 공동체를 움직이게 하고 공동체가 움직여 만든 '일'이 필요한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면 참 좋겠다. 


갑자기 가슴이 따뜻해졌다. "잘했다. 신수경" "잘했네... 나의 동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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