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바다소라수경 Jul 04. 2024

"여러분이 나의 선생님입니다!"

청소년 현장에서.... 

 월봉 54만 원의 강사가 된 그 시간부터 나에게 수업을 받아주는 학생들에게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일정기간 교육을 받고 강사가 되었지만 나의 실력은 미천했고, 학생들을 만나기 위해 해야 하는 공부는 단시간 내에 끝낼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특별히 독서를 주제로 하는 강사는 강사 본인이 독서에 능해야 했다. 

어릴 때 책은 나의 놀이 도구였다. 책으로 집을 짓고 마을을 만들고 길도 만들고 강도 만들다 보니 책을 내 방부터 거실까지 늘어놓아야 했다. 어느 때는 동생과 징검다리를 만들어 건너기도 했다. 그렇게 놀다가 지치면 책으로  침대를 만들고 베개를 만들어 베고 잠에 들곤 했다. 잠에서 깨어 책에서 나는 특유의 향내를 '흠 흠' 맡으며 거실 창으로부터 불어오는 산들바람에 행복했던 그 시절을 나는 또렷이 기억한다. 생각해 보면 책에서 나는 향은 '피톤치드 '의 그것보다 더 좋았던 것 같다. 


 아이들과 수업을 하려고 책을 읽다 보니 책을 좋아했지 잘 읽지는 못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책을 한 번 읽고 두 번 읽고, 핵심단어를 찾아내고 질문을 만들었다. 인물과 사건, 작가의 의도에 대해 질문하며 책 속으로 파고들었다. 공부를 해야 가르칠 수 있는 이 부족한 내게 수업을 받는 학생들로부터 깨달음을 얻으며 피교육자에게 감사했고 학생들의 필요를 채워주려고 노력하면서 나의 학생들이 진정한 나의 스승이라는 생각을 했다. 

 7세부터 만난 학생이 책 읽기를 깨달아가는 과정은 그야말로 경이로웠다. 나는 나의 학생의 교사라기보다 이들이 길을 찾아가도록 돕는 촉진자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학생들의 독서를 돕기 위해 학교의 교과서를 공부하기 시작했는데 학교의 교육과정이 학생들의 성장을 고려하여 체계적으로 설계되었다는 것을 직접 경험하면서 교육과정에 대한 신뢰도 생기기 시작했고 공부하는 것이 꽤나 즐거워졌다. 

'이 즐거운 학습과정을 아이들과 함께 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독서로 아이들을 만나면서 진로에도 관심이 가기 시작했다. 진로 수업을 하기 위해서 새롭게 교육을 받고 수업을 준비해야 했다. 진로수업을 처음으로 한 날 교육회사 대표는 "선생님, 오늘 강의 어떠셨어요?"하고 물었다. 그것은 매우 단순한 질문이었다. 

"아.... 제가 많이 부족했던 것 같습니다." 

 대표는 나의 부족한 부분을 되도록 상세하게 설명해 주었는데 그 피드백이 매우 아팠다. 운전하던 차를 가생이게 세우고 한참 운전을 하지 못했다. 첫 강의라 그럴 수 있다고 했지만 나의 부족이 크게 다가왔다. 이때까지 그 중심에는 <부끄러운 내가> 있었다. 나는 이리저리 좌충우돌 수업을 했던 것 같다. 이때도 <잘하고 싶은 내가>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나의 문제 해결의 방향이 잘 못 되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이 바보야! 네가 아니야! 수업을 받는 대상에 주목해!   
수업 네가 빛나는 것이 아니라
수업의 대상인 학생이 주인공이 되어야 하는 것이야!"

    내가 부끄럽고, 내가 힘들고, 잘하고 싶은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학생들이 무엇인가를 발견할 수 있는 수업, 학생들이 자기 자신에 더 집중할 수 있도록 촉진하는 수업, 학생들이 스스로 움직일 수 있는 수업이 되어야 했다. 나의 관점을 옮기기 시작했다. '나를 버리자! 내가 주인공이 되려 하지 말자' 


 어느 날부터인가 수업 후 학생들이 작성한 설문조사 결과를 자세히 보기 시작했다. 


나의 꿈과 내가 나중에 어른이 되었을 때에 모습을 그림과 글로 써보았다. 그림과 글로 써보니 한 번 더 나의 마래에 대해서 진지하게 생각해 본 것 같아 좋았다. 또 내가 쓴 꿈 리스트가 있는데 리스트를 거의 다 이루고 싶다.


항상 망설였던 꿈에 대해 조금 믿음이 생긴 것 같다. 굳이 다른 꿈을 꾸지 않아도 된다는 걸 알았다. 고민이 덜어져 시원하고 즐거웠던 자리였다.


오늘 수업을 통해 저의 진로를 위해 한 걸음 더 나아갔고 앞으로도 이런 수업이 있다면 학생들의 미래의 직업에 관해서 좋은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입니다.


나의 꿈과 내가 나중에 어른이 되었을 때에 모습을 그림과 글로 써보았다. 그림과 글로 써보니 한 번 더 나의 마래에 대해서 진지하게 생각해 본 것 같아 좋았다. 또 내가 쓴 꿈 리스트가 있는데 리스트를 거의 다 이루고 싶다.


평가가 좋은 설문들을 읽어 내려가다가 눈에 걸리는 글이 하나 있었다. 


"재미있고 다 좋은데, 이 수업이 진로와 무슨 관계가 있는지 모르겠다."


'내가 오늘 놓친 것이 있다면 이것 아닐까? 분명 내가 언급하긴 했어도 어떤 친구는 파악을 하고 어떤 친구는 파악하지 못하고 수업을 종료한 것이다. 오늘 이 친구로 인해 내 강의의 빈 부분이 채워졌다. 수업의 목표와 더 가까워질 수 있도록 계기를 만들어 주자. 빈손으로 돌아가는 친구가 없도록 세심히 살피자. 


 '그래! 이들이 나의 스승이구나....!"라는 생각을 했다. 오늘도 겸허한 마음으로 학생들을 만난다. 나의 스승된 이들 스스로 자신의 삶을 사랑하며 성장할 수 있기를 바라며...!

작가의 이전글 월봉 54만 원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