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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다소라수경 Jul 06. 2024

길에서 길을 찾다.

앞만 보고 걸은 외길에서...

 일곱 살 때 나를 만나 이제 초등학교 3학년이 된 쌍둥이 남매와 초등학교 3학년 때 만나 이제 중3이 된 제자의 이야기.


  독서지도사가 되면서 나의 학생들도 같이 독서 방법을 터득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어찌 보면 내가 가르친 학생들은 베테랑 선생님을 만났더면 더 좋았을지 모르겠다. 낫 놓고 겨우 낫인 줄 아는 나에게 더듬더듬 글을 배운 격이다. 

 초등3학년이던 여학생과 남학생은 나를 만나 수업을 하기 이전부터 독서수업에 참여했던 아이들로 여학생은 성실하고 차분하면서 이성적인 성격의 소유자이고 남학생은 창의적인 상상력이 풍부한 친구였다. 여자친구는 중심질문을 매번 곧 잘 찾아내고 핵심단어로 요약하기를 매우 잘하여 장래가 기대되는 학생이다. 남학생은 성실하고 예의 바르며 책을 읽으면서 중심 내용을 파악하며 창의적 상상까지 더하여 중심 질문 만들기를 놓치는 일이 많았지만 매사에 성실했고 두 친구 모두 되든 안 되든 끝까지 한다는 특징이 있었다. 


 7살 때 나를 만난 쌍둥이 남매는 소신이 뚜렷한 어린이로 만남부터 예사롭지 않았다. 두 아이가 나의 면접을 보고 "이 선생님과 함께 할래요."라고 했으니 보통 이상인 친구들이다.  책 읽기의 기초부터 나와 함께 했고 나의 강의 일정으로 인해 수업시간을 변경해야 하는 번거로움에도 "다른 선생님과는 수업하지 않겠다."라고 하는 나름 소신이 있는 학생들이다. 


 " 선생님, 00이 이번 기말고사 점수 나왔는데요, 전 과목 수행평가가 전교에서 1등이고 지필도 곧 잘 봤어요. 모든 것이 선생님 덕분입니다." 

 " 기말고사 대체로 잘 봤고요 수행평가는 모두 만점 받았습니다." 

 " 글쓰기로 매번 담임선생님께 칭찬을 받습니다. 우리 아이들 잘하고 있는 거죠? 선생님께 감사드려요." 


 오늘 받은 인사다. 

 소경이 소경을 인도하고 낫 놓고 겨우 기억인 줄 아는 나와 함께 한 학생들이
성과를 내고 있다. 
 

 나는 나의 학생들이 이렇게 성장할 줄 알고 있었다. 학부모가 학원에 아이를 밀어 넣지 않았고 쉴 시간, 생각할 시간, 책 읽을 시간을 보장해 주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독서가 습관이 되고,  주제 질문을 만들 수 있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작가의 의도를 파악하고 주인공의 심리와 행동을 분석하게 되는 일련의 과정을 관찰하면서 확신을 갖게 되었다. 그려면서 자연스럽게 '자기 주도역량'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인생의 방향키를 전환하면서 한 번도 내 선택을 의심해 본 일이 없다. 내가 가는 그 길에 답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우연 같은 필연이 계속 같은 선상에서 일어나고 있는데 시간과 노력 없이 이루어진 것은 단 하나도 없었다. 


 나의 학생들의 <좋은 소식>은 시간이 낳은 산물이다. 하루하루가 모여 만들어진 개개인의 역량이다. 


 7살 쌍둥이 남매가 처음으로 책을 더듬더듬 읽던 날, 주인공 그리기를 하면서 한바탕 눈물을 흘렸었다. 

"우리는요.... 흑흑... 미술학원에 다니지 않아
그림 그릴 줄을 모른다는 말이에요.."   

어찌나 예쁘던지... 아이들을 내려다보다가 내가 그림을 먼저 그리기 시작했다. 가만 보더니 아이들이 눈물을 닦아 내고는 자신들도 그려나가기 시작했다. 정말 재미있는 그림이 나왔는데 사진을 찍지 못한 것이 아쉽다. 


"히히... 선생님도 그림을 되게 못 그리네요..ㅎㅎㅎ"

그렇게 그림 못 그린다며 울던 7살 아이가 초등 3학년이 되고 그림 그리기 대회에서 대상과 장려상을 받기까지 했다. 지금도 '발단- 전개- 위기- 절정-결말'의 일부를 그림으로 표현하기도 하는 두 꼬마는 오늘 <주장하기> 글을 멋지게 끝내고 나에게 사랑과 칭찬을 듬뿍 받았다. 이 아이들도 반짝반짝 빛 나는 아이들로 성장할 것이다. 


 성적이 잘 나오고 전교 1등을 하는 것보다,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선택할 용기와 자신감을 가졌으면 한다. 자기가 무엇을 잘하고 즐거워하는지 알아 가기를 바란다. 그리고 이루고 싶은 일을 위해 최선을 다할 열정을 가지기를 바란다. 오늘 두 학생들로부터 나와 함께 했던 자신들의 방법이 옳았다는 이야기를 듣고 참으로 기뻤다. 


내가 가는 길 위에 나의 학생들이 있었고, 그 학생들로 인해 나의 길을 찾았다. 기대와 사랑으로 나의 학생들이 가는 그 길을 응원할 것이다. 참 감사한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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