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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욱이 Aug 15. 2024

오로라 관측, 버킷리스트 절반 지우기

수많은 별들과 은하수, 유성우도 함께

 지난 5월, 거대한 태양폭풍의 영향으로 비교적 저위도에서도 오로라 관측이 가능했지만 정작 필자는 날짜를 잘못 메모하는 바람에 오로라 관측을 놓쳤는데,

https://m.dongascience.com/news.php?idx=65372


 이는 두고두고 후회로 남아 이후에도 크고 작은 태양활동으로 오로라 관측 확률이 오른 날 밤에 세 번 정도 차를 끌고 나갔지만 모두 실패했었다.



 이렇게 미련만 남았던 지난 8월 12일, 새로 이사 온 곳 주변에서도 전날 저녁에 오로라가 관측됐다는 소식을 뒤늦게 듣고 아쉬워했는데,


  예보를 보니 그날 저녁도 오로라 관측 확률이 꽤 높은 데다가 유난히 맑았던 날이라


 밑져야 본전이란 생각에 평소라면 아이들이 잠들고도 남았을 밤 10시 반에 온 가족을 이끌고 오로라가 보일만한 장소, 광공해가 적은 곳을 찾아 차를 타고 1시간 정도 달려갔다.


 사실 출발쯤엔 오로라 관측확률이 뚝 떨어지는 바람에 취소하고 잠이나 자려고 했지만, 기대 가득했던 두 딸들이 서럽게 우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출발해야 했었다.



 목적지에 도착해서 차에서 내리자마자 바로 눈앞엔 북두칠성이, 한국에서 봤던 북두칠성 크기의 열 배는 족히 될만한 거대한 크기의 국자가 하늘에 걸려있었고,

거대한 크기의 북두칠성


 고개를 들어보니 수많은 별들과 은하수가 금방이라도 쏟아질 듯 하늘을 빼곡하게 채워놓고 있었다.



 아무리 용을 써도 그 모습을 핸드폰으로는 담을 수가 없어서 예전에 설치해 놨던 별자리 관측 어플로 볼 수 있는 당시 밤하늘 모습을 기록용으로 찍어놨는데,

어플에서 볼 수 있는 밤하늘 시뮬레이션 화면


 실제로 이 화면처럼 지평선부터 하늘 꼭대기까지 수많은 별들과 은하수가 흩뿌려진 모습을 맨눈으로 또렷하게 관측할 수 있었던 그 밤하늘은 정말 장관이었기에, 혹시라도 필자의 MBTI가 F였다면 시 한 편 뚝딱 적어냈을지도 모른다.

 


육안으로도 또렷하게 보였던 하늘을 가득 채운 은하수



 아쉽게도 아무리 둘러봐도 오로라는 안 보였는데, 눈으로 안 보여도 사진으론 찍히기도 한단 얘기가 생각나 여기저기 찍어보다가 아이폰 pro가 아니더라도 야경모드로 촬영하면 장노출로 찍을 수 있다는 검색결과를 따라 야경모드로 촬영했더니


 북두칠성이 떠있던 북쪽 하늘이 희미하게나마 보라색과 초록색 빛으로 물들어서 찍혔고,

북두칠성과 오로라, 그리고 유성우


 게다가 왼쪽 사진에 찍힌 것처럼, 1분에 한두 개씩 계속 쏟아지는 유성우까지 감상하느라 약 1시간 정도를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밤하늘만 계속 올려다본 뒤에야 집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아이들의 눈물에 등 떠밀려 나갔던 이 날 밤은, 비록 오로라를 육안으로 보며 감탄하진 못했더라도 오로라를 직접 찍었다는데 의의를 두고 ‘오로라 관측’이라는 버킷리스트를 절반은 지워낼 수 있었고,


 동시에 ‘쏟아지듯 별이 떠있는 밤하늘 감상’과 ‘은하수 관측’ 버킷리스트를, 그것도 유성우와 함께 관측하며 지워낼 수 있는 평생 잊지 못할 밤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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