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많은 별들과 은하수, 유성우도 함께
지난 5월, 거대한 태양폭풍의 영향으로 비교적 저위도에서도 오로라 관측이 가능했지만 정작 필자는 날짜를 잘못 메모하는 바람에 오로라 관측을 놓쳤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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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두고두고 후회로 남아 이후에도 크고 작은 태양활동으로 오로라 관측 확률이 오른 날 밤에 세 번 정도 차를 끌고 나갔지만 모두 실패했었다.
이렇게 미련만 남았던 지난 8월 12일, 새로 이사 온 곳 주변에서도 전날 저녁에 오로라가 관측됐다는 소식을 뒤늦게 듣고 아쉬워했는데,
예보를 보니 그날 저녁도 오로라 관측 확률이 꽤 높은 데다가 유난히 맑았던 날이라
밑져야 본전이란 생각에 평소라면 아이들이 잠들고도 남았을 밤 10시 반에 온 가족을 이끌고 오로라가 보일만한 장소, 광공해가 적은 곳을 찾아 차를 타고 1시간 정도 달려갔다.
사실 출발쯤엔 오로라 관측확률이 뚝 떨어지는 바람에 취소하고 잠이나 자려고 했지만, 기대 가득했던 두 딸들이 서럽게 우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출발해야 했었다.
목적지에 도착해서 차에서 내리자마자 바로 눈앞엔 북두칠성이, 한국에서 봤던 북두칠성 크기의 열 배는 족히 될만한 거대한 크기의 국자가 하늘에 걸려있었고,
고개를 들어보니 수많은 별들과 은하수가 금방이라도 쏟아질 듯 하늘을 빼곡하게 채워놓고 있었다.
아무리 용을 써도 그 모습을 핸드폰으로는 담을 수가 없어서 예전에 설치해 놨던 별자리 관측 어플로 볼 수 있는 당시 밤하늘 모습을 기록용으로 찍어놨는데,
실제로 이 화면처럼 지평선부터 하늘 꼭대기까지 수많은 별들과 은하수가 흩뿌려진 모습을 맨눈으로 또렷하게 관측할 수 있었던 그 밤하늘은 정말 장관이었기에, 혹시라도 필자의 MBTI가 F였다면 시 한 편 뚝딱 적어냈을지도 모른다.
아쉽게도 아무리 둘러봐도 오로라는 안 보였는데, 눈으로 안 보여도 사진으론 찍히기도 한단 얘기가 생각나 여기저기 찍어보다가 아이폰 pro가 아니더라도 야경모드로 촬영하면 장노출로 찍을 수 있다는 검색결과를 따라 야경모드로 촬영했더니
북두칠성이 떠있던 북쪽 하늘이 희미하게나마 보라색과 초록색 빛으로 물들어서 찍혔고,
게다가 왼쪽 사진에 찍힌 것처럼, 1분에 한두 개씩 계속 쏟아지는 유성우까지 감상하느라 약 1시간 정도를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밤하늘만 계속 올려다본 뒤에야 집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아이들의 눈물에 등 떠밀려 나갔던 이 날 밤은, 비록 오로라를 육안으로 보며 감탄하진 못했더라도 오로라를 직접 찍었다는데 의의를 두고 ‘오로라 관측’이라는 버킷리스트를 절반은 지워낼 수 있었고,
동시에 ‘쏟아지듯 별이 떠있는 밤하늘 감상’과 ‘은하수 관측’ 버킷리스트를, 그것도 유성우와 함께 관측하며 지워낼 수 있는 평생 잊지 못할 밤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