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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왼쪽날개 Mar 11. 2022

미국의 젊은이들은 어떻게 트럼프 4년을 이겨냈나



미국의 사회민주당과 노동당이 합당해 1901년 창당한 미국 사회당은 70년을 버티다 냉전이 정점에 다다르던 1972년 즈음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68혁명의 영향으로 미국에서 좌파의 불씨가 살아나는듯도 했지만, 소련과 냉전의 축을 이루던 미국에서 좌파와 사회주의는 금단의 영역이었다. 


2011년 "월가를 점령하라" 시위는 구체적인 정치 의제에 이르지 못하고 결국은 사그라들었다. 하지만 분명히 달랐다. 좌파의 불모지 미국에서 "자본주의는 더 이상 지속될 수 없고, 지속되어선 안된다"는 인식이 이념적 판단에 앞서 경험적으로 각인된 사건이었다. 그리고 사회주의 활동가들의 전국적인 네트워크와 조직을 남겼다.


불과 5년 후 2016년, 체제를 바꾸자며 미국 대통령 경선에 나섰던 "민주적 사회주의자" 버니 센더스가 돌풍을 일으켰고, 이 선거에서 센더스의 지지를 열정적으로 이끌었던 미국 민주적 사회주의자 그룹 (Democratic Socialists of America, DSA)은 직전 5000명이던 회원수를 선거운동을 통해 3만 명으로 증폭시키더니, 이 선거에 센더스 캠프에 참여했던 젊은. 여성. 활동가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스 (AOC)가 2018년 하원의원 선거에서 민주당의 10선 하원 원내의장을 꺾고 후보직을 거머쥐고 본선에서 78%를 득표하는 기염을 토하며 당선되었다. 미국의 최연소 여성의원이자 가장 영향력있는 정치인 중 한명으로, 가장 인기있는 정치인으로 그녀가 부상했다. 2018년 AOC 당선 직후 DSA의 회원수는 5만 명을 돌파해 센더스 돌풍 직전의 5천명에서 2년만에 10배의 조직 성장을 일구었다. 다시 1년 후 2019년 DSA 활동가는 8만명을 돌파했다.


사회주의라고 하면 스탈린이 지배하는 적대국 소련을 떠올리는 부모세대와 달리 미국 청년들에게 사회주의는 "힙"한 미래지향적 가치다. AOC 돌풍 이후 2018년 여론조사에서 30세 이하 젊은이의 35%가 사회주의를 선호하며, 사회주의에 거부감을 지닌 이는 26%, 나머지는 중립적이라고 답했다. 비슷한 시기, 18~34세 청년들을 대상으로한 조사에서 58%가 사회주의를 "바람직한 것"이라 답했다. 이들은 자본주의를 선호하는 "멍청한" 이성을 피해 힙한 사회주의자 끼리  만나기 위한 데이트 앱도 만들었다!


이 극적인 변화는 트럼프 시대 4년을 살아낸 청년들에 의해 이루어졌다. 그들에게 트럼프 4년은 도망쳐야할 좌절의 시간이 아니라, 온몸으로 체제의 한계를 절감하며, "체제의 넘어"를 희망하며 열정적으로 조직하며 이겨낸 시간이었고, 그 결과 자본과 제국의 심장에서 "100년의 좌절"이라는 암흑의 터널을 지나온 "사회주의"를 정치적 실체이자 "가능한 미래"로 끌어올렸다.


우리에게 사회주의는 분단 후 지금까지 70여년의 좌절이라는 암흑의 터널이었다. 그리고 우리는 이제 반동의 5년, 그 시작점에 섯다. 이 연옥으로 이어져온 민주당이라는 보수의 끝자락과 이제는 결별하자. 모든 좌절은 그들의 몫이다. 우리는 이제 그 넘어에서 희망을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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