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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재용 Feb 15. 2023

요즘 어떠세요?라는 질문에 대한 대답

요즘 어떠세요? 잘 되세요?라고 물어보면 어떻게 답을 해야 할지 도무지 모르겠다.


"네 잘 되고 있습니다", "일이 많아서 바쁘게 지내고 있습니다"라고 하면 뭔가 겸손하지 않아 보일뿐더러. 상대방이 '저 변호사는 바쁘고 잘 되고 있다니까 내 일은 제대로 못해주겠구나'라고 생각할까 봐 걱정이 된다. 그렇다고 "한가합니다",  "사건이 안 들어와요"라고 말하면 무능한 변호사로 보일까 봐 걱정이 된다.


솔직한 대답은 "돈 안될 일로 많이 바쁩니다"이다. 주로 그렇게 대답을 해왔다. 그게 사실이니까. 그런데 이렇게 대답을 해보니 상대방과 대화가 더 이어지지도 않고 재미도 없고 하나마나한 대답인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 찝찝했다.


영업을 잘하는 선배 변호사에게 이럴 때 어떻게 대답을 해야 하냐고 물어봤다. 그 선배 말은 "앵벌이 하고 있습니다, 도와주세요"라고 하라는 거다. 정말 힘든 사람은 그런 말을 할 수가 없기 때문에 상대방은 '이 변호사가 잘 나가는데도 재치가 있구나' 하고 즐거워하면서 "뭘 도와드려야 하느냐"라고 대화도 이어 나갈 수 있다는 것이다.


선배 변호사의 조언에 무릎을 치며 이제 누군가가 물어보면 바로 저렇게 대답해야겠다고 마음먹고 있었다.


얼마 전에 사내변호사 시절 같은 실에서 근무하던 사람들과 점심을 먹게 되었다. 7년 전에 같이 일했던 멤버들이고 지금은 여러 부서로 흩어져 있지만 여전히 서로 애틋하게 생각하며 그 시절을 좋게 추억하고 있는 좋은 관계다. 외국의 다른 회사로 가신 실장님까지 한국에 오셨고, 그 참에 몇 년 만에 다 모여서 밥을 먹게 되었다.


역시나 어떤 분이 나에게 "진변 요즘에 좀 어때?" 하고 물어봤다. 나는 준비한 대로 당당하게 "앵벌이 하고 다니고 있습니다"라고 대답했다.


그러자 "아 진짜 힘들구나", "힘들어서 머리도 빠진 것 같다" 이러면서 되게 안타깝게 보는 게 아닌가. 이게 아닌데...ㅠㅠ

나를 진정 걱정해 주고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써서는 안 될 대답이었나 보다. 


즘 어떠세요?라는 질문에 뭐라고 답을 해야 할지 다시 고민이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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