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잽이 칼날 좀 넣어놔라!

네모력 발동! 13년 절친의 잔소리에서.

by 윤제

동그란 줄 아는 엄마에게서 네모난 딸이 태어났다.

그래서 엄마는 네모난 딸을 항상 걱정했다.


“동그랗게 살아야 한다. 너무 각지게 생각하지 말아라.”


네모난 딸은 사춘기 시절 엄마의 잔소리에 각진 모퉁이를 깎으며 살아왔다. 그렇지만 어쩌겠냐 천성이 네모인 것을. 어느 순간 받아들이고 살아왔던 것 같다.


하지만 어렸을 적 들어왔던 잔소리의 힘은 크다.

네모임을 받아들였지만 일말에 방어막을 세우며 살아왔다.

그럴 수도 있지.

찰나에 동그라미가 될 수 있는 나의 마법 단어다.

주문을 외우듯 읊조리는 말습관이 되어버린 마법 단어.

신기한 게 말로 내뱉으면 받아들이기 쉬워진다.

그렇게 동그라미를 배워왔다.



맺고 끊음이 확실한 것. 본인만의 주관과 기준이 명확한 것. 고집이 센 것. 철저함. 아닌 건 아닌 것. 아님 말고.


참으로 내 안에 명확한 ‘룰북’을 가지고 살아간다. 내가 옳다고 믿는 방식이 있고 그 기준을 기필코 지켜야 직성이 풀린다.

‘그냥 넘어가자 ‘ 가 아닌 ’왜 이렇게 해야 해?‘ 납득이 되어야 넘어가진다. 모든 게 명확하길 바란다.


그래서인지 자신에게도 엄격했다. 내 기준대로 몰아붙이게 되어 감당하지 못하고 터질 때가 있었다.


어느 날, 처한 상황에 휘청거렸지만 인정하고 싶진 않았는지 자각도 못한 채 소중한 무언가를 잃을 뻔했던 적이 있었다.


휘청거리니 어김없이 네모력이 발휘되어 나의 주관대로 판단하고 빠르게 정의를 내려버린 것.

마음이 어떤지 묻기도 전에 기준에 맞춰 답을 출력해 버린 것이다.

나의 기준에 대한 출력값이지만 마음은 받아들이지 못했다. 아니라며 저항하고 있었다.


그때 나의 13년 된 절친을 불러놓고 술김에 엉엉 울어댔다. 절친은 가자미 뜬 눈으로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아이고 이 칼잽이 칼날 좀 넣어놔라 좀!!


놀랐다. 친구는 모를 것이라 생각했다.

이러한 나의 생각을 비웃듯이 절친은 내가 출력값을 도출하게 된 프로세스까지 정확히 짚으며 잔소리를 시작했다.


좀 느슨하게 흘려보내라. 칼잽이 마냥 칼 들고 다 쳐내지 말고 좀 느슨하게 지켜봐.




혼내는 포지션은 나였는데 도리어 혼나는 기분. 싫지 않았다. 오히려 정신이 번뜩였다.

같이 지낸 세월이 있어 긴 말 안 해도 아나보다.

현재 나한테 필요한 말을.


세상엔 복잡한 일 투성이다.

고작 머리로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많고도 많다.

그래서 어떤 순간은 ‘이게 맞는 건가?’ 보다 ‘그래서 난 어떤 기분이지?’가 더 중요할 때가 있다.

머리로 온갖 것을 분석하려 들면 오작동이 나게 된다.


덜 생각하고 더 살아보기.

친구가 진심으로 전하고 싶었던 말이었을 것이다.


너무 생각하지 말고, 그냥 느껴도 괜찮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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