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움을본 죄, 아름다움을 들은 죄
수라는 잊고 있는 사람들에게 보내는 생존의 보고서이다.
30년전 시작되었던 새만금간척사업은 우리에게 비옥한 농토를 약속했었다. 시대의 변화 속 쌀 소비가 줄어들며 방향을 잃은 새만금 사업은 버려진 갯벌만 남기고, 수많은 생명들이 사라져갔다.
2005년 황윤감독은 새만금 간척사업에 관한 다큐를 제작하고 있었으나, 처음 카메라를 잡는 법을 가르쳐주던 선배의 죽음과 방조제의 밀물에 희생된 김귀화씨의 죽음에 촬영을 접었다.
그렇게 잊고 있었던 감독은 개인적인 사정으로 군산으로 유배당하는 느낌으로 내려갔을 때, 폐허와 같은 곳에서도 묵묵히 새만금의 자연을 지키고 노력하는 이들을 만나고 다시 카메라를 든다. 감독은 관찰자와 화자로 오동필씨와 그의 아들 오승준씨의 이야기를 담아간다.
‘아름다움을 본 죄’
오동필씨가 여전히 새만금을 떠나지 못하는 이유는 간척사업 이전에 수만마리의 도요새의 군무를 보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는 여전히 남아서 수많은 하늘과 바다의 생물들의 기록을 남긴다. 정부의 잘못된 보고서에 반박하는 보고서를 만들어가며, 새만금의 자연적 가치를 알리고 결국 하루에 2번뿐이지만 해수가 갯벌로 들어오는 귀한 결과를 만들어낸다. 방조제를 사이로 두고 썩어 들어가던 한 쪽 바다가 다시 서서히 회복하기 시작한다. 모두가 죽었을 거라 생각한 흰발농게는 10년을 버티고 있었고, 4미터만 내려가도 썩어 있던 갯벌이 다시 살아나기 시작한다. 아름다움을 들은 죄로 새만금을 떠나지 못했던 오동필씨와 시민사회단의 노력에 다시 새만금에 생명이 돋아난다.
‘아름다움을 들은 죄’
그러나 새만금은 새로운 개발사업에 직면하고 있다. 군산 신공항 개발과 이와 연계된 미군기지 확장에 수라갯벌은 다시 사라질지도 모른다. 이에 다시 정부의 부실한 환경보고서에 대처하기 위해 오동필씨의 아들 오승준씨는 쇠검은머리쑥새의 쏭(울음소리)를 녹음하려고 한다. 쇠검은머리쑥새의 쏭은 수컷이 암컷에게 들려주는 구애의 노래로 번식의 증거가 되며, 새만금이 살아있다는 증명이 된다.
마침내 승준씨가 녹음에 성공한 쇠검은머리쑥새의 쏭으로 감독은 아름다움을 들은 죄를 관객들에게 내린다.
생생하게 전달되는 아름다운 갯벌과 이름 모를 수많은 생명들의 처절한 사투를 기억하며, 우리에게도 포기하지 않겠다는 다짐을 받아내려고 한다.
그렇게 우리는 아름다움을 보고 들은 죄로 수라를 잊지 못하게 되는 벌을 받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