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구무언(有口無言)

말이 멈추는 자리

by JENNY

유구무언(有口無言)

할 말이 없어서가 아니라,

차마 말을 잇지 못할 때가 있다.

무엇을 말해도

그저 핑계 같고,

해명을 해도

그저 변명처럼 들릴까 봐—

그저 입을 다물게 된다.


사실은 말하고 싶지 않다.

더 이상 설명하지 않아도 되는 사람이 되고 싶다.

굳이 이해받으려 애쓰지 않아도

괜찮은 사람이 되고 싶다.


소통조차 갑갑해질 때가 있다.

말을 꺼냈는데,

벽을 마주한 기분.

상대는 듣는 듯하면서도 듣지 않고,

나는 말하는 듯하면서도

점점 목소리를 잃는다.


서로를 향해 다가가는 줄 알았는데,

어느샌가 각자의 울타리 안에서만 맴돌고 있었다.


그래서일까.

요즘은 말보다 침묵이 편하다.

비워두는 쪽이 덜 외롭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느림의 미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