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봄 Jul 17. 2024

시어머니와 여행을?(2)

공포의 복층 펜션

                                                                                                                                              나는  결혼 후 시어머니와 10년간  같이  살았다. 그 당시 나는 창업을 시작해 장사와 사업을 확장시키고 있었고  아이 둘을 2년 기간을 두고 내리 출산을 했다. 짧은 기간에 결혼과 출산, 그리고 창업을 동시에 하다 보니 시댁과의 합가에 대해 신중하게 생각을 못했다.


합가하고 보니 시월드는 정말이지  놀라움과 충격의 연속이었다. 물론 100% 시모의 잘못과 실수만 있지는 않았겠지만  필자와 시모는  도저히 화합을 이룰 수 없는 계가 되고 말았다.  현재는 분가했지만 관계는 끊어내지 못했다.


오늘은 시어머니와 같이 살 때 여행에 관련된 에피소드를 소개하고자 한다. (참고로 연재글 1부에 '카이저 소제' 시모의 지병에 대해 자세히 언급을 했기에 여기에서는 생략하기로 한다. )

 




어느 토요일 오후.


베이비시터 이모님은 휴가를 가서 집에는 시부모님과 아이들, 그리고 우리 부부가 있었다.  로 30분 정도 가면 작은 산이 있는데 초입에서 중턱으로 올라가는 곳에 펜션이 하나 있었다.


당시 어디로 멀리 가기가  여러모로 부담돼 가까운 곳에 가서 쉬다 오자고 시부모님께 제안했다. 특히 시어머니는 활짝 웃으며 좋아했다.


간단하게 고기만 구워 먹고 하룻밤만 자고 올 거라 최대한 간단히 짐을 준비하고  온 가족이 정신없이 차에 올라탔다.


그런데, 시어머니가 안 보였다.


대폰으로 전화를 해보니 금방 내려오신다고 해서 우리는 차 안에서 각자 휴대폰으로 동영상을 보면서 기다리는데 아무리 기다려도 10분이 지나도 30분이 지나도 심지어 1시간이 지나도 안 내려오시는 거였다.


'아, 진짜... 어머니가 또 뭐를 하시는데 안 내려오시나?'


분위기가  험악해지니 시아버지가 총대를 메고  다시 전화를 걸었다.


"아! 진짜 왜 안 내려와! 애들이 기다리고 있다고!"


전화를 끊은 시아버지는  


"곧 내려온단다. 화장실이래. 속이 좀 안 좋은가 보더라."


'속이 안 좋으시다고? 아까는 괜찮아 보이시던데...'


그 펜션의 바베큐장 이용 방침에 의하면  늦어도 저녁 7시까지는  도착해 '바베큐 세트' 예약해 놓은 걸로 고기를 구워 먹을 수 있는데 그 이후에 가게 되면 펜션 예약한 의미가 없어진다.


1시간이 넘어갔다. 우리의 인내심은 바닥을 드러내고 있었다.


"에잇! 뭐 하고 있어! 가봐야겠다!"


시아버지는 자리를 박차고 집 방향으로  달려 나갔다. 시어머니가 이런 적이 한두 번이 아니라 놀랄 것도 없지만 특정 시간대를 넘기면  고기를 구워 먹을 수 없기에  머리에서 지진이 나기 시작했다. 나는 호젓하게 고기를 구워 먹으며 주말을 보내려고 했건만 도대체 시모는 왜 집에서 안 내려오는지  알 수가 없었다.           

                                                 

항상 가족끼리 어디를 가고 결정이 되면  이상하게도 그 순간부터 에서 뭔가를 아주 오랫동안 하시는 그 심리를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다. 왜 가만히 잘 계시다가 우리가 나들이를 간다고 하면 갑자기 옷장을 정리하고 수납장에서 10년 전 구매한 그 무언가를 찾느냐 말이다.


시아버지가 시어머니를 찾으러 집으로 올라가신 지 또 30분이 지났다.


'아, 진짜! 지금은  예약을 취소도 못하는데... 미치겠네, 휴..'


그런데,


갑자기 저 멀리 시부모님이 걸어오시는 게 보였다.


'아니, 저분 시어머니 맞는 것 같은데?'


여행용 가방을 2개나 끌고 오시는 분은 다른 그 누구도 아닌 바로 나의 시어머니였다.




펜션은 우리 집에서 고작 30분 밖에 안 걸리는 곳에 위치해 있어 저녁에 고기 구워 먹고 도란도란 수다나 떨다  밤에 자고 다음 날 아침에 바로 집으로  돌아올 예정이라고 누누이 말씀드렸건만 저 짐들은  다 무엇이란 말인가?  


"아니! 왜 그렇게 가방을 많이? 어머니! 어머니!"


나는 어머니에게 뛰어가


"어머니! 이게 뭐예요? 고기만 구워 먹고 내일 아침에 나올 건데요."


"아니, 가서  옷은 안 갈아입냐?"


"어머니!  그래도 이건 어디 한 달 여행 가듯이 너무 많잖아요!"


"아, 다 쓸 데가 있어! 어서 가자 시간 없어. 고기 구워 먹는다면서..."


트렁크가 좁아서 공간도 없는데 짐을 저리도 많이 가져와서 내가 이상한 건지 시모가 이상한 건지 머리가 아파오기 시작했다.


가족의 분위기를  화기애애하게 만들기 위해 뭐라도 하나 시도하면 결과는 꼭  이런 식으로 다가온다. 내 노력의 의미는 퇴색되고 힘들고 복잡한 절차가 나를 기다린다.


그러나 모처럼의 나들이, 여기서 더  논쟁을 했다가는 분위만 험악해지고  모든 게  망가질 것 같아서 일단 참고 좁은 트크에 짐을 실었다.


'휴, 무슨 짐을 렇게나 많이, 내가 어머니 문에 미쳐, 진짜...'


차 안은 갑자기 삭막한 분위기로 바뀌었다. 시아버지도 남편도  다들 표정이 좋지 않았다.


'왜, 어느 누구도 시모의 짐에 대해 말을 한마디도 안 하는 걸까?'




펜션에 도착해서 짐을 풀고, 나와 남편은 허겁지겁 바베큐 세트를 받아  삼겹살을 굽기 시작했다.


'아휴, 지겨워. 고기 한 번구워 먹는 것도 힘드네. 내가 왜 합가를 한다고 했을까? 내가 세상을, 시월드를 너무 몰랐다. 아, 짜증 나. 고기 한 번 구워 먹는 것도 가족이 딱딱 못 맞춰주나. 시어머니 하고는 1년에 1번 정도 보는 게 딱 좋은데... 아이고, 내가 뭐에 귀신이 씌어 이런 최악의 선택을 했을까.'


그렇다. 합가하고 보니 삼겹살 한 번 구워 먹는 것도 녹록지 않았다. 내가 뭔가를 제안하면 동시에 시어머니는 다른 것을 계획했고 항상 못 미더운 듯이 억지춘향식으로 따라주었다.


당신은 매달 미용실에 가서  몇 십만 원짜리 펌도, 염색도 하면서 난 외모 꾸미기에 지출을 안 하고 대신에 고기를 구워 먹자고 하면


" 어머, 얘! 난 밥에 물만 말아먹어도 되는데, 넌 어쩜  그렇 자주 고기를 구워 먹냐... 우리 아들 돈이  훌러덩훌러덩 나가버리네... 흑흑흑..."


라고 분위기를 삭막하게 만든다. 이렇게 10년을 살았더니 지금은 50대가 되었는데도 시모가 찾아오면  그 눈을 보기가 힘들어 이 나이에 도망을 간다. 그냥 문을 열고 나가 어디론가 간다. 입만 열면  아프다고 울고 세상에서 제일 불쌍한 표정으로, 우울한 표정으로 나를 대하니 그렇지 않아도 사회생활로 지친 내가 시모를 피하게 되는 것이다. 시모하고 관계가 안 좋으니 남편과도 거리가 생기는 느낌이다. 이 지점에서 나도 관계 개선을  위해서 딱히 노력할 생각을 안 한다.  냐하면 결혼 생활 14년, 시댁과의 합가 10년 동안 시월드와의 관에서 내가 지쳐 나가떨어졌기 때문이다. 몸이 방전이 돼서 관계 개선을 위해 어떠한 노력도 할 수가 없다.


자식만 아니면 어디 아이슬란드 같은 나라로  이민                                          가서 오롯이 나 자신에게 집중하며 편안하게 살고 싶을 뿐이다. 자식에게 그나마 가족이란 울타리를 만들어주기 위한 이 며느리의 헌신은 눈물겹다.


그렇다면 후일 자식들은 나의 노고를 인정해 줄 것인가? 아니다. 그들도 이 사회에서 생존하려면 힘들 것이다.

 가족이란 울타리를 만들어주기 위해 골수가 탈탈 털린 이 엄마의 노력과 헌신을 인정해 줄 시간과 정신적인 여력이 없을 것이다. 이 노력은 결국 나의 세대에서 마무리될 것이다.




서둘러 준비를 고기를 굽고 있는데  날은  빛의 속도로 저물어 갔다. 아이들을  방에 안전하게 앉혀 놓고 먼저 을 먹여 놓고 이제 어른들의 식사 만들기 위해  삼겹살, 목살  그리고 모둠 야채를 구우면서  동시에 난 마음이 급해


"어머니! "하고 불다.


그런데  시어머니가 아니라 아버지가 달려오시며


"미야! 다 됐냐? " 하셨다.


"어머니는요?"


"어, 그게, 허리가 아프다고 좀 누워 있는다고 위층으로 올라갔다."


내가 복층으로 된 펜션을 예약했는데 2층에 침대가 있어 시모가 그쪽으로 가 누워계신 모양이었다.


" 아버님, 어머님도 지금 식사하셔야 되는데요?"



 펜션 안으로 뛰어들어가


"어머니! 어머니!"


하고  소리쳐 불렀다. 이제 다 같이 앉아서 밥과 고기를 먹으며 맥주 한 잔 하면 되는데...


'왜 시어머니는 지금  펜션의 2층으로 올라갔지?'


이윽고 매일 듣던 신음소리가 들려왔다.


"이이고, 나 죽는다. 아이고... 흑흑흑"


시어머니의 목소리였다. 2층에서 내려오시는데 웬 옷을 잔뜩 들고 내려오고 계셨다.


"아니, 어머니 그 옷은 두고 오세요."


'안 돼... 내가 옷을 아직 안 갈아입었단다. 이걸로 갈아입어야 해."


"어머니, 지금 그 옷도 괜찮아요. 일단 식사하시고 조금 뒤에 갈아입으세요."


"아니, 아니, 아니, 아니야... 아, 아프다... 아야... 흑흑흑..."


시어머니는  무섭다며 한 발씩 옮겨 계단을 내려오시며 계속 울었다.


"아야 , 아야야, 아이고... 내 신세가.... 너무... 불쌍하네... 흑흑흑..."


                                                                 

"어머니, 알았으니까요. 천천히 일단 내려오세요..."


시어머니는  울면서 계단을 천천히 내려왔다. 나는 매우 당황했지만 장소 장소니만큼 내 감정을 드러내지 않고 시어머니를 다독였다.


"괜찮아질 거예요. 조금만 참아 보세요."


겨우 내려와 화실로 가서 옷을 갈아입으시겠다고 했다. 난  화장실 밖에서 시어머니를 기다리며  이젠 내 마음을 다독였다.


'조금만 참자. 맛있는 고기 먹으 마음이 좀 풀릴 거야... 어머니의 마음과 몸도 조금 나아지실 거야. 참자, 참아!'


시어머니가 드디어 옷을 갈아입고 나왔다.


그런데!


시어머니는


"미야.. 내가 옷을 잘 못 가지고 내려왔다.  저녁에는 추워서 따뜻한 스웨터를  나입어야 한다. 깜박했지 뭐니..."


'... 뭐라고요?'


"어머니, 일단 제 옷을 하나 더 입고 식사하시고 올라가세요. 제가 옷 가방을 가지고 내려올게요. 옷가지를 전부 가지고 내려올 테니 걱정 마세요!"


"아니, 아니, 안 된다. 네가 나 몰라서 그래. 난 그 스웨터를 안 입으면 허리 디스크가 더 통증이 생겨 죽을 것 같다고... 아이고! 아! 아야! 갑자기 허리가 너무 아... 파... 흑흑흑..."


"어머니! 그럼  제가 올라가서 그 스웨터를 가져올게요. 무슨 색이에요?"


"아니, 아니, 아니, 안 된다. 넌 못 찾아... 내가 올라가야 돼. 짐 깊숙이 넣어 두었거든... 아... 아! 아야!   흑흑흑... 미안하다."


"어머니, 지금 고기를 굽고 있어요. 금 드셔야 맛있어요. 조금 있으면 다 식어요."


"흑흑흑... 얘, 지금 고기가 문제냐? 고기가 문제냐고... 흑흑흑... 내가 죽... 을... 것... 같다고... 흑흑흑..."



가만히 잘 계시다가 갑자기 꼭 그 스웨터를 입어야 한다니...


나는 '에라, 모르겠다.'라는 심정으로 바베큐장으로 돌아왔다.


그런데 문 열린 펜션 숙소 입구로부터 시어머니의 신음소리가 계속 들려왔다.  저 문은 닫아도 닫아도 고개를 돌려 보면 다시 열려 있다. 신기하도다.


"아... 아... 아! 꺄악! 흑흑흑.."


울다가 잠시 쉬었다가 다시 신음소리, 그리고 흐느끼는 소리에 나머지 가족들은 고기를 먹으면서도 마음이 불편했다.


1시간쯤 흘렀을까.  시어머니 분으로  구운 삼겹살을 2인분 정도 용기 담아 놓고 바베큐장을 정리하려는데 누가 울면서 다가왔다. 시어머니가  그 문제의 스웨터를 걸치고 말이다.


"아... 얘들아... 아무래도 나 돌아가야겠다. 여서 못 잘 것 아."


"네?"


남편과 나는 너무 놀라서 어머니를  하염없이 바라보았다.


"아이고, 얘들아... 미안하다... 흑흑흑... 내가 사실은 자리가 달라지면 잠을 못 잔다.... 미안해... 흑흑흑..."


머리가 지끈거렸다. 이게 무슨 자다가 봉창 두드리는 소리인가. 기가 막히고 코가 막힐 지이었다.  지금 일어나는 모든 상황을 부정하고 싶어졌다.


'그러면 왜 따라오셨냐고요?'


때, 바로 그때! 시아버지가 나서서


"아니! 당신  미쳤어? 미쳤어? 그럼 아예 오지를 말든지! 고기까지 다 굽게 하고 이제 와서 다시 집에 간다고? 빌어먹을..."


"여보... 자기는 나를 몰라서 그래.... 내가 얼마나 아픈지. 우리는 개체가 달라서 내가 아무리 설명해도 자기는 내 몸의 고통을 몰라요... 흑흑흑"


"가려면 혼자 가! 별 희한한 사람을 다 보겠네! 얘들아! 너희들은 어디 가서 쉬던지 놀던지 해라... 니 에미 신경 쓰지 말고..."


그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우리 부부는  빨리 자기를 옮겨 펜션 안으로 들어갔다. 아이들은  컴퓨터로 뽀로로를 틀어주고  우리는 냉장고에 있는 캔맥주를  집어 들었다.


"아, 진짜, 어머니 왜 저러는 거야?"


"나도 모르겠다. 이젠..."


과자 하나를 놓고 캔맥주를 홀짝홀짝 마셔댔다. 마음이  쓰리고 심란하기 그지없었다.


'당신들과  추억을 쌓으려 조촐하게나마 이렇게 여행을 온 내가 이상주의자인 건가? 아니면 당신들이 이상한 건가?'




주변이 조용해졌길래 남편과 다시 나가서 바베큐장으로 가서  요리했던 곳을 치우려고 가보니 시어머니가 홀로 불 옆에 앉아  핸드폰으로 뭔가를 보고 셨다. 인기척을  느꼈는지 돌아 앉더니 대뜸


"맛있게 잘 먹었다."



라고 말씀하시며 살짝 미소를  지으시는 게 아닌가. 그 많던 고기를 다 드시고 평화롭게 유튜브로 음악을 듣고 계셨다.


가족들의 마음을 다 무너지게 만들고 정작 당신은 평화롭게 삼겹살을 맛있게 드셨다니.


펜션의 복층 계단을 왕복으로 수 십 번 오르락내리락하시며 울고불고하시더니 나중에는 잠자리가 안 맞아 집으로 돌아가시겠다고...


 그게 마지막 가족 펜션 여행이었다.




잠깐 동안 심각하게 생각했다.

'내가 남은 인생, 맘 편하게 살려면 아무래도 이민을 가야겠다!'

작가의 이전글 시어머니와 여행을?(1)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