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결혼 후 10년간 시어머니와 함께 살았다. 멋모르고 단행한 시월드와의 합가에서 문화적 충격을 온몸으로 고스란히 받아내다 보니 지금은 몸과 마음이 병든 상태다.
그러나 이대로 무너질 수는 없다! 지난 세월을 하나씩 정리해 가며 꼰대 할머니의 만행을 만천하에 알리며 소소하게나마 복수를 해야겠다.
합가를 할 즈음에 나는 첫 아이를 낳은 지 일주일 만에 번갯불에 콩 구워 먹듯이 '베이비시터 구인구직 사이트'를 폭풍 검색해서 베이비시터 이모님을 급하게 구해서 시댁으로 들어가게 되었다. (아이를 양육해 주시겠다고 해서 합가를 한 것인데 도대체 왜, 무슨 이유로 베이비시터급구해 모시고 들어가게 되었는지는 연재글 1부에 기록해 놓았다.)
그날도 우리 부부는 퇴근 후 지친 몸을 이끌고 집에 도착했다. 역시나 영화'유주얼 서스펙트'의 주인공 '카이져 소제'급 연기를 펼치는 시어머니는 현관문앞에서 주저앉아 신음소리로 우리를 반겼다.
"와, 왔니? 아! 아야... 아아악!"
365일 단 하루도 빠지지 않는 신음소리 인사에 우리도 어느덧 익숙해져 무덤덤하게 반응한다.
"네, 왔어요. 저녁 식사는 하셨어요?"
"아, 아야... 아이고... 흑흑흑... 오늘 너무 아파서 하루 종일 누워 있느라 한 끼도 못 먹었어... 아! 아야! 아.... 흑흑흑..."
퇴근 후 집에 오면 매일 벌어지는 풍경이다. 이젠 아무런 감흥도 없다.
"그럼 저희도 저녁 안 먹었는데 같이 드세요!"
"미안하구나... 흑흑흑... 이 에미가 힘든 너희를 위해 뭐라도 식사를 차려 놓았어야 했는데... 흑흑흑..."
신음 소리에, 울음에, 이런 상황이면 난
'또 시아버지랑 한 판 하신 모양이네.'
라고 생각한다. 늘 그래 왔으니까...
시어머니는 시아버지와 싸우고 나면 온몸이 아프다. 그래도 오늘은 엠블란스에 실려갈 정도로 연기는 안 하실 모양이다.
난 서둘러 냉장고에서 반찬을 꺼내고 된장국을 휘리릭 끓여내었다.
"아버님이랑 베이비시터 이모님은 어디 가셨어요?"
"이, 이모님은 유모차 끌고 놀이터에 잠깐 가셨고 아버지는 어디가셨는지 몰라... 아, 아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