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10년간 시어머니와 함께 살았다. 지금은 분가해서 살고 있지만 같이 살았을 때 에피소드를 하나 소개하려고 한다.
"콜록! 콜록!"난 감기로 고생을 하고 있었다.
"에미야,감기 걸렸냐?" 시어머니가 다가와 묻는다.
"네, 어제부터 기침이 더 심해지네요."
"... 에휴, (갑자기) 콜록! 콜록! 나도 지난주부터 가래가 끓고 기침이, "
누가 봐도 멀쩡하셨는데 갑자기 기침을 하며 아프다고 한다.
.".에미야, 너 눈은 왜그러냐?"
"어제 몸이 안 좋아서 잠을 못잤더니 충혈이 됐나 봐요."
"... 나도 지난주부터 눈물이 계속 나고 찌르는 것처럼 눈이 따끔따끔 거리네. 아야야..."
내가 눈이 아프다고 하니 어머니도 눈을 찌르는 듯한 통증이 있다고 한다.
"그런데 너 손목에 뭘 부쳤냐?"
"인대에 염증이 생겼다고 해서 병원에서 치료 좀 받았어요,."
."... 아휴, 나도 인대가 끊어져서..."
"네?네? 네?"
"...아니, 그게 아니라, 저기, 여기, 저기, 여기...거... 뭐라더라?인대가..."
어머니가 또 나보다 더 아프다는 게임을 하다 손목 인대까지 끊어졌다고 하는 판국이다.,
"어머니 인대가 끊어졌다고요?"
"아니.. 그게 아니라, 그게 아! 저기 인대가 늘어졌다고."
"인대가 늘어졌다고요?"
"아... 갑자기 혈압이 오르는 것 같네, 아! 어지럽구나... 쉬... 어야겠다."
우리 집에서 일상이 돼버린 그 흔한 대화다.
내가 어디가 아프다고 하면 어머니는 더 아프다고 한다.
그냥 ' 에미야,얼마나 힘드니? 쉬어라.'이 한마디면 될 것을 무리수를 두어 오히려 민낯이 드러나게 되는 경우가 속출한다. 그러니 아무리 몸이 아프고 힘든 일이 있어도 말문을 닫게 된다. 왜냐하면 내가 이야기를 해봤자 어머니는 더 아프고 더 힘들다고 할 게 뻔하기 때문이다. 시어머니는 당신도 아프다고 하소연하는 것일 테지만 며느리 입장에서는 이 유치하기 짝이 없는 '누가 누가 더아픈가.'대회가 지겨워져 더 이상의 말을 안 하게 된다. 고부 사이에 진실된 대화는 사라진 지 오래요, 피상적이고 상투적인 대화만 오갈 뿐이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