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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봄 Apr 17. 2024

아들의 심리를 조종해 지배하고픈 시모


 나 대부분의 상식적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심리적으로 사람을 이용하는 것을 싫어한다. 상대가 어떤 면에서 약자라고해서 이용하는 것도  반대로 이용당하는 것도. 젊어서 연애할 때 혹은 소개팅할 때 상대방의 이상 의도가 보이면  매너상 시간을  채우고 헤어지는 게 너무 힘들었다.  상대가 약자인 점을 간하여 심리적으로 파고들어  장단기적으로 조종, 내지는 통제하여 결국에는 '이익'을 취하려 하는 인간에 대해서는 나중에 연구하고 싶을 정도로 희한하게 관심은 있지만 극단적으로 혐했다.



이유가 있다. 친모는 평생  독실한 불교신자였지만 하늘나라로 올라가기 전에 기독교로 개종했다. 친부를 따라 평생 불교신자로 살았지만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혼자가 된 어머니는 뭔가 적으로 의지할 것이 필요했는지 약 3년간 불교에서 파생된 사이비 종파에 빠졌던 적이 있었다. 내가 중고등학교 다닐 나를 데리고 산에 기도를 간 적이 있는데 그곳에서 사이비의 이모저모를 내 눈으로 직접 확인하고 나니 성인이 돼서도 사람을 쉽게 믿을 수가 없게 되었다. 사이비 교주들은 먹잇감을 찾는데 세계적인 천재들이다. 그들이 그 두뇌와 촉으로 선하게 살아야겠다고 결단했다면  이 세상이 긍정적인 방향으로 많이 달라졌을 것이다. 해자들인 교주의  먹잇감들은 심리적으로 곤경에 처해있거나 육체적으로 고통받는 분들, 또는 여러 면에서 사회적 약자인 사람들인데  교주들은 약자를 돕는다는 미명 하에 결국은 그들을 착취하는 단계에까지 이르게 된다. 약자만 탐하는 게 아니라 간혹 비즈니스를  조언하는 관계도 빈번해서 큰 사업을 하건 작은 사업을 하건 무속인들에게 또는 사이비교에 빠지게 되는 경우도 있다.  어머니는 그 사이비 교주 및 그 일가들이 여러모로 대단한 사람들이라고 칭찬했지만 난 전혀  믿기지 않았고 그들이 이상해 보이기만 했다. 아주 어렸을 때부터 인간의 이중적인 면을 너무 많이 체험했기에 눈으로 보이는 이미지에 잘 속아지지가 않았다. 이미지는 말 그대로 '이미지'일뿐이기에...


늘 마음이 허했던 걸까. 친모는 음이 힘들어지거나 사업이 어려지면 점을 보러 다녔다. 어느 날 나를 데리고 아주 용하다는  무속인한테 갔는데 문을 열고 자리에 앉자마자 그 여자는 화를 버럭 내며 큰 소리로, 


"얘(필자)를 왜 데리고 왔어? 얘는 내 말을 믿지 않아! 그래서 내 점이 잘 안 나온다고!"


친모는 너무 놀라며 날 보며 물었다.


"너 ,진짜 이 분 말을 안 믿니?"


그때 속으로 화들짝 놀랐다. 정말 용한 무속인이 아닌가? 어찌 내 마음을 읽는단 말인가? 정말로 난 단 1퍼센트도 믿지 않았다.


사람을 잘 못 믿는 며느리와  인간을 심리적으로 이용하려는 시어머니... 우리 관계가 좋을 리가 없다.



그런데 시어머니는  자신의 아들, 즉 내 남편의 성향과 심리를 잘 알고 있었고 어떻게 이용해야 이익을 취할 수 있는지 정확히 알고 있는 사람이었다. 


남편은 어렸을 부터 신앙생활을 한 사람으로 신실하고 이타적이어서 타인이 힘들어하면 공감하는 능력 대단히 높은 편이다. 이는 곧 어머니가 '아프다, 힘들다.' 하면 남편이 그녀를 불쌍히 여겨 뭔가 하나라도 주고 싶어 하거나 혹시 못 줄 형편이면  너무 괴로워한다는  점이다.

연애시 남편은 나에게도 똑같이 했다. 내가 가장 힘들었을 때 나를 위로해 주었고 옆에서 지켜주었다. 그런 경위로 결혼까지 이르렀는데... 난 처음에는 나한테만 잘하는 줄 알았데 모든 사람에게 매너 있게 진심으로 잘하는 인간이었다.


결혼 후 당연히 남편은 시모의 상태에 대해서도 늘 걱정을 했고 나 대해서도 마찬가지였다. 고부 갈등이 생길 때마다 남편은  중간에서 매우 고통스러워했다. 남편이 고통스러워하는 것이 딱해 차라리 나랑 헤어지고 불쌍한(?) 시모와 살라고  말했다. 난 당신이 없어도 살 수 있으나  당신 엄마는 당신이 없으면 못 살지 않느냐며. 그러면 남편은 내 말이 심하다며 화를 다. 아버지, 시어머니와 남편 이렇게 셋이 끌어안고 살라고 말다가 이혼의 위기까지 겪었다.


한 예로 분가를 했지만... 시모는 나에게는 전화를  안 하고 남편에게  일주일에 한 번 심하면 매일 늘 이런 전화를 한다. 꼭  울음 섞인 소리로,


"흑흑흑... 장군아... 엄마가 너... 무... 아... 파.... 이러다 곧 죽을 것 같구나... 돈도 떨어지고.... 100만 원만 보내줄래? 돈이 없어 병원도 한 달째 못 가고 있어... 흑흑흑..."


사이코패스나 소시오패스도 아니고 착한 성품의 진짜 독실한 크리스천인 효자 아들이 이런 전화를 받았다고 생각해 보라. 그렇다. 남편은 괴로워한다. 왜냐하면 우리도 경제적으로 힘들어져서 생활비를  그렇게 많이 보태드릴 수 없기 때문이다. 친모가 아파서 곧 죽을 것 같고 돈도 없다는데 속 편하게 밥 먹고 사우나 갈 자식이 어디 있겠는가. 남편은 심리적 고통으로 미안해하며 나에게 혹시 시모에게  보내줄 돈이 있느냐고 묻지만 나는 일언지하에 거절을 한다. 나도 사업이 안돼서 그렇게 큰돈을 매 보낼 수도 없을뿐더러 어머니가 거짓말하는 걸 알기 때문이다.


, 아프지 않다. 허리 디스크로 고통받고 있지만 죽을 정도는 아니라는 말이다. 정확히 우리  부부보다 의학적으로 훨씬 건강하다. 하늘에 계신 하나님은 아실 거다.


둘째, 가난하지 않다, 시부가 연금 타고 있기 때문에 그렇게 가난하지 않다. 만약 돈이 떨어졌다면  필요도 없는 각종 병원을 매일 다니기 때문이다. 병원에 가면 간호사 선생님이 '어머니, 오셨어요. 많이 힘죠?' 하는  따뜻한 말을 해주기 때문에 그 소리를 듣고 싶어 사랑과 위로를 받는 대가로 병원에 돈을 지불하고 아프지도 않은데 누워서 핫팩하고 물리치료 좀 받다가 나오는 것이다.


그런데 왜 도대 왜 어머니는 자기 자식의 마음이 힘들걸 알면서도  왜 저런 전화를 해서 심리적 압박을 가하냐? 당신 아들이 공황장애를 앓다가 무슨 극단적인 일을 벌이기라도 하면 어떻게 하려고 매일 무리수를 던져 아들을  가스라이팅 하는 것일까?  상식적인 선에서의 '모정'이 있기라도 한 것일까?


내 생각으로는  시모는 자식에 대한 사랑이 없다. 사회적 시선과 시부 문에 있는 척 연기하는 거지 우리에게 줄 사랑이 없고 마음의 여력도 없다. 그냥 최소한의 도리만 사회생활하면서 학습한 대로 실행할 뿐이다.


그러면 왜 우리에게 흘려줄 사랑이, 대부분의 어머니가 가지고 는 자식에 대한 희생이, 사랑이 어머니에겐 없는 걸까?


그건 어머니만이  알 것이다. 만약  그녀가 모른다면 위대한 전문가가 알려주고 독방에서 치료를 받아야 한다. 한 사람의 연기로 인해 우리 가정은 박살이 나고 지금도 현재진행형이다.


하지만 단 하나. 그녀는 알게 되었다. 내가  그녀의 가스라이팅이 안 통한다는 것을... 그리고 나도 알게 되었다.


난 영원히 시어머니의  사랑을 받을 수 없다는 것을........


인정해야만 한다.





"아, 아... 너무 아파! 몸도.. 마음도..."

"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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