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이게 뭐예요? 저희 치킨도 시켰어요. 조금 있으면 도착해요. 아이들은 그거 먹으면 돼요!"
"아니, 나는 그냥..."
"아버지!아버지! 아버지!"
남편은 이때 시아버지 방으로 뛰어 들어갔다. 나도 걱정되는 마음에 따라 들어갔다.
"아버지!아버지! 아버지!"
"... 왔냐?"
시아버지는 대자로 누워서 휴대폰을 보고 계셨다. 쓰러진 건 맞는데 의식이 없거나 어디가 아파 보이지는 않고 그냥 졸린 것처럼 보였다.
"아버지, 엄마가 아버지 쓰러졌다고 전화를 했어!"
"뭬야? 뭬야? 이 여자가 노망이 났나? 조금 피곤해서 누워 있겠다고 했더니 그새 너희들한테 전화를 한 것이냐?"
"그럼 아버지 괜찮으세요?"
"괜찮아. 조금 피곤해서 누워 있을라고 한 거야."
남편은 방문을 급히 닫고 시어머니에게로 향해 뛰어갔다.
"엄마! 아버지 괜찮다는데? 뭐야?"
"아니, 아까는 죽을 듯이 아프다고 쓰러질 것같다고 하더니 저 양반이 헛소리를 하나..."
"엄마! 지금 장난하세요? 뭐야? 이건 또 뭔 육수를 만들고 있어요? 아파서 아무것도 못한다고 치킨 시켜달라고 하더니 무슨 육수를 끓이고 있어요?"
남편은 충격을 받았나 보다. 시아버지가 쓰러졌다고 해서 초밥을 먹으려고 하다가 차를 몰고 집으로 미친 사람들처럼 달려왔는데 시아버지는 그냥 조금 피곤한 것이고 몸이 아파 주방일은 아무것도 못한다고 하는 시어머니는 세숫대야 만한 냄비에 다시마, 멸치 등을 넣고 육수를 우리고 있었으니...
그날 이후 시어머니가 큰일 났다고 두 분 중 한 분이 쓰러졌거나 너무 아파서 병원 가야 할 것 같다고 전화가 오면 남편은 이렇게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