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 솔루션 패키지가 비즈니스 문제를 모두 해결하지 못한다.
과거 폴더폰은 전화와 문자라는 핵심 기능에 충실했다. 기능은 단순했지만, 명확한 목적을 안정적으로 수행했다. 하지만 스마트폰의 등장은 시장의 패러다임을 완전히 바꾸었다. 이제 사용자들은 단순히 전화기를 사는 것이 아니라, 무한한 가능성을 가진 '플랫폼'을 구매한다.
IT 프로젝트에서 외부 S/W 솔루션이나 패키지(ERP, CRM 등)를 도입하는 것은 마치 폴더폰을 구매하는 것과 같을 수 있다. 잘 만들어진 특정 기능들을 빠르고 안정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분명히 있다. 그러나 우리 회사가 해결해야 할 문제가 남들과 똑같지 않다면, 기성복 같은 솔루션은 결코 완벽한 답이 될 수 없다. 오히려 우리 회사의 고유한 비즈니스 프로세스와 경쟁력을 표준화된 패키지에 억지로 끼워 맞추는 '커스터마이징의 늪'에 빠져 더 큰 문제를 야기하기도 한다.
[사례 연구] F병원의 ERP 도입 프로젝트
중견 종합병원인 F병원은 전사적 자원관리를 위해 ERP 패키지를 도입하기로 했다. 그러나 병원이라는 특수한 환경에는 일반 제조업 기반의 ERP 패키지로는 해결할 수 없는 고유한 프로세스(진료 예약, 의료 수가 계산, 보험 청구 등)가 너무나도 많았다.
프로젝트 팀은 패키지를 병원 실정에 맞게 수정하기 위해 수백 개의 커스터마이징을 진행했다. 이 과정에서 개발 비용은 눈덩이처럼 불어났고, 일정은 하염없이 늘어졌다. 더 큰 문제는 패키지 공급사가 버전을 업그레이드할 때마다, F병원이 추가 개발한 기능들이 제대로 동작하지 않아 매번 막대한 재작업 비용이 발생하게 된 것이다. 결국 F병원의 ERP는 누구도 손대기 어려운 '누더기 시스템'이 되어버렸다. 처음부터 범용적인 재무/회계 모듈만 패키지를 사용하고, 핵심적인 의료 프로세스는 자체 개발하는 편이 훨씬 나은 선택이었을 것이다.
진정한 비즈니스 혁신은 스마트폰처럼 '플랫폼'을 구축하는 것에서 시작된다. 우리 회사만의 비즈니스 환경과 미래 전략에 맞춰 유연하게 확장하고, 필요한 기능을 자유롭게 추가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드는 것이다. 외부 솔루션은 유용한 '앱'이 될 수는 있지만, 우리 비즈니스의 '운영체제(OS)'가 될 수는 없다. 우리 프로젝트가 해결하려는 문제가 무엇인지, 그 문제의 핵심(앙꼬)이 우리 회사에만 있는 독특한 것이라면, 우리는 기성품을 사는 대신 직접 우리만의 스마트폰을 만들 각오를 해야 한다.
[프로젝트 징비록의 교훈]
'Fit-gap 분석'을 철저히 하라: 도입하려는 솔루션이 우리 비즈니스 프로세스와 얼마나 잘 맞는지(Fit), 차이(Gap)는 무엇이며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사전에 면밀히 분석해야 한다.
과도한 커스터마이징의 유혹을 경계하라: 패키지를 우리 실정에 맞게 고치는 것보다, 우리의 프로세스를 선진적인 패키지에 맞게 혁신하는 것이 더 현명한 선택일 수 있다.
솔루션 도입은 '기술' 문제가 아닌 '변화 관리' 문제다: 새로운 시스템 도입은 일하는 방식의 변화를 의미한다. 구성원들의 저항을 극복하고 변화를 이끌어내는 노력이 병행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