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남들이 ‘도대체 왜 저래?’ 할 정도로 기가 막히게 잘 다치는 편인데
이거, 유전이다.
오늘도 왼손 검지손가락을 크게 베여 생각보다 피가 철철 났다.
그저 나는 안경닦이에 손을 가져다 댔을 뿐이다.
사용한 지 1년도 넘은 스틸 선반에 이렇게 날카로운 부분이 있는 줄은 꿈에도 몰랐다.
고등학교 때까지 엄마와 함께 살 때에도, 그리고 가끔 집에 가서 잘 때에도 뼈저리게 느꼈다.
둘이서 집에 하루종일 있는 날은
여기서 쿵,
저기서 쿵.
청소만 하는데도 둘이 무릎이며 팔꿈치며 멍이 든다.
만날 때마다 서로 베인 상처며, 멍이며. 또 뭐 하다 그랬냐는 게 인사였다.
함께 보낸 마지막 설날도 그랬다.
엄마가 사과 깎는 걸 보고 있는데 엄청나게 불안했다.
그야말로 손가락을 베기 위해 사과를 깎는 것처럼 보였다.
그런데 내가 평소에 그렇다.(고 한다.)
택배박스를 뜯거나 과일을 깎거나 연필을 깎을 때의 나를 보는 모든 사람들은 100% 칼을 왜 그렇게 쓰냐고 묻는다.
내 나름대로는 가장 안전한 방법으로 굉장히 스마트하게 쓴다고 생각했는데
엄마를 보니 아니었다.
그렇다고 방법이 고쳐지지는 않는다. 솔직히 모르겠다 잘…
아무튼 하루만이라도 안 다치는 게 소원이라고 할 만큼 잘 다친다.
엄마를 꼭 닮아 피부도 얇고 부드러워 남들보다 더 심하게 멍들고 상처가 나는 것 같기도 하다.
교회 다닐 땐 성경책에도 엄청나게 베였다. 예수님에게 악의가 생길 정도로.
우리는 뚜껑도 못 딴다.
살아있는 꽃게로 꽃게탕도 못 끓인다.
벌레도 못 죽인다.
전부 하루종일 아빠를 기다려서야 해결할 수 있었다.
맛조개를 신나게 잡으러 갔다가, 구멍에 소금을 뿌리면 뽁뽁 올라오는 맛조개를 보고 너무 무서워 엉엉 울고 결국은 사 먹은 적도 있다.
서로 뭘 그런 것도 못 하냐며 모욕(?)했었는데 지금은 그런 게 그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