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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예도르노 Aug 29. 2023

만질 수 없는 음악이 만져지는 것 같을 때

현대음악 취미화 프로젝트 (3) - Talea

현대음악 취미화 프로젝트 세 번째 시간! 이번엔  작곡가와 곡 제목을 알고 들어볼 계획인데, 여러분들에게 새로운 방법으로 다가갔으면 하는 바램이다. 어렵게 느껴질 수 있는 음악이지만 그러려니 하고 함께 해주길 ^o^


Talea

https://www.youtube.com/watch?v=glj_JTARhC0&feature=emb_imp_woyt

작곡가 제라르 그리제이(Gerard Grisey)의 탈레아(Talea)

사실 이 곡은 나(예도르노)의 최애곡이다. 이미 알고있는 사람이 있을지도. 혹시라도 알고있다면 당신에게 [음악과 지성사 애청자]표창장을 드리고 싶다. 어쨌든 중요한 사실은 내가 오늘의 컨텐츠를 너무 재미있게, 그리고 기대하면서 준비했다는 사실이다. 아무런 준비 없이 음악을 들어보고자 하는 이들이 있다면 지금 저 재생버튼을 누르면 된다!


스펙트럴 뮤직(Spectral music)

먼저 탈레아를 더 재미있게 이해하기 위해서는 '스펙트럴 뮤직'에 대해 조금 알고가야한다. '미니멀 음악'처럼 하나의 장르 혹은 스타일이다. 스펙트럴 뮤직은 한국말로 검색하면 딱히 설명이 나오지도 않고, 영어로 검색해봐도 음향, 수학, 주파수같이 어려워보이는 내용이 등장한다. 하지만 우리는 그런 어려운것까지 섭렵할 필요는 없다. 어려운건 학자들에게 맡기자. 나는 지금까지 음악을 들어오면서 혼자 깨달아왔던 스펙트럴 음악의 정의에 대해서 이야기하려고 한다.

하얀 빛 안에 다양한 색이 들어있는 것 처럼, 하나처럼 들리는 음정에도 다양한 음정이 들어있다.

'스펙트럴뮤직'이라는 단어를 듣고 스펙트럼을 떠올린 사람이 있을까? 그렇다면 정답이다. 과학시간에 스펙트럼을 사용하면 하얗게만 보이던 빛 안에 사실은 다양한 색이 들어있다는 것을 쉽게 관찰할 수 있었다. 여기서 스펙트럼이 중요한 이유는 사실 우리가 듣는 '도레미파솔라시도'같은 음정 하나에도 다양한 음정이 들어있다는 점 때문이다. 빛처럼 말이다! 예를들어 피아노로 '도'음을 누르고 손을 떼지 않은 상태에서 울려퍼지는 소리를 자세히 들으면 '미'도 들리고 '솔'도 들리고 '시플랫'까지 들리기도 한다. 우리는 이걸 '배음'이라고 부르는데 너무너무 중요한 개념이라 음악을 전공하지 않은 이들도 들어보았을 수 있겠다.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는 코드 역시 배음을 기초로 한다.

스펙트럴뮤직은 하나의 소리 속에 들어있는 매우 미세한 요소, 즉 배음들을 마치 스펙트럼처럼 확대해서 명확하게 느낄 수 있도록 만든 음악이다.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 세포를 현미경으로 확대해서 볼 수 있는 것 처럼 말이다. 그래서 스펙트럴 음악을 '배음렬 음악'이라고도 칭한다. 작곡가는 자신이 직접 현미경 또는 스펙트럼이 되길 자처한다. 그리고 음정의 세세한 분석을 통해 미세했던 것들이 명확해지도록 음악을 만든다. 이렇게 만든 곡을 들어보면 평소에는 정확히 들리지 않았던 소리들을 경험해 볼 수있다.

제라르 그리제이(gerard grisey, 1946~1998) 프랑스

그리고 이 스펙트럴 뮤직 하면 떠오르는 대표적인 작곡가중 한 명이 바로 오늘의 주인공 탈레아의 작곡가 '제라르 그리제이'이다. 여담이지만 사실 그리제이는 자신을 스펙트럴 작곡가라고 칭하는 것을 매우 싫어했다고 하는데, 그가 배음 톤 컬러 스펙트럼을 탐구하는데에 많은 시간을 보냈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이제 스펙트럴 뮤직에 대해서 대강 알아보았으니 '탈레아'라는 곡에 대해 좀 더 알아보자.


분석

더 깊은 이해를 원한다면 분석을 해보는것이 제격이다. 분석의 첫 시작은 언제나 그래왔듯 매개변수를 찾는 일이다. 그리제이는 어떤 요소로 이 시간을을 꾸몄을까? 딱 1분만 들어보고 생각해보자.

https://www.youtube.com/watch?v=glj_JTARhC0&feature=emb_imp_woyt

위로 올라가기 귀찮은 이들을 위해 다시 준비했다.

여러분들이 생각하는 매개변수는 무엇인가? 나는 '속도'라고 생각한다. 내 주변의 누군가는 음정, 또 다른 누군가는 음색이라고 대답했다. 물론 나와 다른 생각을 가지고있다고 해서 틀린것이 아니다. 그리제이는 정답이 없다는 것의 답답함을 안다는 듯, 친절하게도 자신의 의도에 대한 설명을 남겨주었다.

다양한 언어로 번역된 곡 설명

'탈레아(Talea)'라는 제목은 라틴어로 '자른다'라는 뜻이다. 이 곡은 크게 1부와 2부로 구성되어 있고, 제목에서 그러했듯 '절단'이 중요하게 다뤄진다. 쉽게 말해서 두 덩어리로 된 음악이라는 뜻이다. 이 곡이 시작할때 갑자기 음들이 빠르게 지나간다. 그리고 또 갑자기 멈춘다. 절단이다. 이어서 아주 작고 느린 부분이 등장한다.


이 시점에서 우리가 알 수 있는 것은 빠른 것과 느린 것이 있다는 사실이다. 이 두 가지 캐릭터가 이 곡을 이끌어나가는 대장이다. 빠른 캐릭터는 포르티시모(ff)의 아주 강한 셈여림으로 상승하는 움직임을 가지고 있고, 느린 캐릭터는 반대로 피아니시모(pp)의 아주 여린 셈여림으로 하강하는 움직임을 가지고 있다. 이렇게 정반대의 특징을 가진 캐릭터들은 곡이 진행될수록 서로를 닮아가면서 서서히 침식된다. 어떤게 빠른친구이고 어떤게 느린친구인지 구별할 수 없을때까지 말이다. 이게 그리제이가 설명하고 있는 1부의 특징들이다. 그리제이의 설명대로 영상의 5분지점을 들어보면 속된말로 전부 '빽빽'거리고 있다. 빠른친구와 느린친구의 구분을 찾아볼 수 없게 된 것이다. 빠른것과 느린것, 그리고 그 둘이 사라져버렸다는 사실은 악보 없이 듣기만해도 인식할 수 있는 요소들이다. 어려운 음악인데 악보를 보지 않아도 알 수 있다니, 너무 매력적이다...


그리제이는 2부의 시작을 확실하게 명시하지는 않았지만 나는 영상의 7분 5초 경부터 시작이라고 보고 있다. 1부는 폴리포닉, 2부는 호모포닉이라고 하는데 좀 풀어서 설명하자면, 1부는 각각 악기들의 멜로디가 명확하게 들리도록 만들어졌고 2부는 악기들이 혼합된 소리가 더 중요하게 들리도록 의도했다는 말이다. 사실 스펙트럴뮤직의 매력을 알기 위해서는 2부가 더 좋다고 생각한다. 나의 추천구간은 7분, 12분, 16분이니 시간이 없다면 이 부분만은 꼭 들어보길!


사실 이 글을 쓰면서도 오늘의 음악이 어렵게 느껴져서 경계심을 가지게 되는 사람이 있을까 걱정이다. 어려운게 맞다. 부정하지는 않겠다! 하지만 어려운 이유가 비단 우리의 지식이 부족해서 그런것만은 아니다.

Talea에서는 초기 아이디어가 점차적으로 제거됩니다. 즉, 요소가 제거되고 다른 요소가 그 자리를 차지합니다. 쉬지 않고 연주되는 두 부분으로 구성된 이 작품은 작곡가의 말을 빌리면 "두 가지 측면, 더 정확하게는 단일 현상의 두 가지 청각적 각도를 표현"하기 위한 것입니다. 그러나 그의 간결한 설명은 악보를 듣는 경험을 설명하기에는 부적절하다고 느낍니다. - Brouce Hodges(그리제이의 친구이자 음악저널리스트)

그리제이의 친구도 어려운 곡에 비해 설명이 너무 부족하다고 말한다. 그러니 우리는 그리제이의 탓을 하자. 이렇게 어려운 음악을 만들거였으면 인터넷 강의라도 찍어주지. (농담이다) 이해되지 않는다면 그냥 '이런 것도 있구나'라고 생각만 해주길 바란다.


어쨌든 나는 이 곡을 너무 사랑한다. 빛이 분해되어 눈에 보이는듯한 느낌이 들고, 뭔가 분해되는 감각이 피부로 느껴지고. 만질 수 없는 음악인데도 만져지는 것 같고, 뭔가 화하고, 붕 뜨는것 같고, 나의 귀가 인간을 넘어서서 주파수까지 들리는 예민한 몸이 되어버린것 같다. 너무...너무 매력적인 이 음악을 사랑하지 않을 수 없다.



팟빵 '음악과 지성사'에서 오디오로 함께하실 수 있습니다.

http://www.podbbang.com/ch/1783350?e=247522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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