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무해 Feb 26. 2022

당신의 서른일곱은 안녕한가요?

미국 외딴 시골마을에서 커피숍 오픈을 꿈꾸다.


 쿵.


 음이 무너진다는 게 이런 거구나 했다. 가족과 이별하는 공항에서도, 슬픈 영화를 볼 때에도, 몸이 많이 아플 때도, 힘들고 억울한 순간에도 좀처럼 눈물을 보이지 않던 그의 눈에서 눈물 방울이 후드득 떨어지던 그때.


 편에게 그날 아침 먹은, 멀리 뉴저지에서 친구가 여행길에 선물해주고 간 돼지국밥은 유독 특별했을 터였다. 남편과 반대로 나는 국밥 종류를 워낙 싫어하기도 하고, 괜찮은 한인 식당에 가려면 왕복 다섯 시간을 운전해야 하는 거리에 살기 때문에 우리가 일 년 중 국밥을 먹는 날이 손에 꼽을 정도니, 그에게 그 국밥 한 그릇은 얼마나 그립고 소중한 맛이었을까.


 겁지겁 먹었어야 할 국밥을 앞에 두고 이상하게 남편은 고개를 푹 떨군 채 말없이 숟가락만 휘적거렸다. 심상치 않은 분위기를 감지하곤 ‘안 먹고 뭐해, 설마 울어? 나 좀 봐봐’ 말한 순간 하염없는 눈물이 그의 얼굴을 적셨고, 그의 눈물을 보자 난 덜컥 겁이 나고 마음이 쿵 무너져 내렸다. 남편을 와락 껴안고 눈물의 이유도 명확히 모른 채 나도 함께 목 놓아 엉엉 울어버렸다.


 른일곱 동갑내기. 모든 숫자가 그렇듯 많다면 많고 젊다면 아직 젊은 나이. 가족도 친구도 없고, 의지할 데라곤 서로 뿐인 미국 작은 시골마을에서 우린 ‘커피숍 오픈’이라는 무모하고 용감한 목표를 세웠다.


 넉지 않은 자본으로 시작하려다 보니 꿈을 꿈과 동시에 힘들고 막막한 현실이 닥쳤다. 입 밖으로 내면 현실을 인정하게 되어버릴까 봐, 그러면 우리 꿈도 사라져 버릴까 봐 지친 마음을 애써 서로 모른 척하는 중이었다. 그러나 준비의 첫 단계에서부터 여러 번의 좌절이 겹쳐오자 꾹꾹 참아내던 마음과 말들이 결국 눈물이 되어 터지고 말았다.


 대로 되지 않는 일들, 충분치 못한 여건, 답답한 의사소통, 갑작스러운 문제, 생각지 못한 시련, 기다려 주지 않는 시간, 어려운 선택 등등이 불안하고 막연한 미래를 더욱 두렵게 만들었다.


  많은 문제들에 도대체 해결책은 존재하는 건지, 꿈에도 맞고 틀림이 있다면 우리는 올바르게 꿈을 꾸고 있는 건지, 도전하기엔 이미 너무 늦은 나이가 아닐는지. 느낌표 혹은 마침표, 그도 아니면 쉼표가 하나 둘 생길 줄 알았던 나이에 수많은 물음표들만 쌓여가는 나의 요즘.


 른 이들의 서른일곱은 어떤 모습일까? 나처럼 뒤늦게 혼란스러운 기분일까. 마음에 썩 들지 않는 가게 자리를 보고 온 오늘도 나는 여전히 캄캄한 어둠을 헤매는 중이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