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도망은 도장 찍기 전에
OOO님 합격을 축하드립니다.
힘들고 길었던 면접 전형까지 끝마치고 원하던 회사에서 받은 달콤한 합격 통보.
우선 여기까지 열심히 노력한 구직자 분들께 진심으로 축하드리고 박수를 보내드린다.
주민등록 등본과 원천징수 영수증, 자격증 사본 등 회사에 제출할 서류들을 준비하고 나면
어느새 입사일이 다가왔을 것이다.
입사 첫날. 어색하기만 한 회사 건물에 도착해서 자리로 안내받고 나면 이제 본격적인 OJT를 받고
새로운 곳에서의 시작을 준비할 텐데, 꼭 기억해주시기 바란다.
처음에 안내받는 모든 것이 다 중요하겠지만
입사 첫날 이 회사를 다녀도 괜찮은지 바로 도망가야 하는지 최대한 파악해야 한다.
첫째. 근로계약서는 첫날 작성해야 정상이다.
가끔 담당자의 부재로 다른 날 작성하는 경우도 있는데 여기까진 OK.
입사 후 일정 기간 후에 작성한다고 하거나 수습기간 이후에 작성한다고 하는 회사는 Bad.
내가 먼저 "저... 근로계약서는 언제 작성하나요?"라고 물어봐야 하는 회사면 도망가라.
둘째. 근로계약서를 작성하기 전에 회사의 기본 규정 및 방침에 대해 물어보자.
많은 분들이 면접 때는 이것저것 물어보면서 막상 입사 후에는 특정 상황을 만나기 전까지 질문하는 것을
주저한다. 아마 질문을 던지는 행위 자체가 평가에 안 좋은 영향을 끼칠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인데
상식적이고 기본적인 질문 자체에 직원의 평가가 달라지는 회사는 빠르게 나오는 것이 좋다.
최소한 나와 직접적으로 연관이 있는 연차 관리, 경조, 법정공휴일 보장, 병가, 연장근로에 대한 보상 등은
미리 체크해야 한다. 회사가 변경된 근로기준법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면 빠르게 도망가자.
셋째. 근로계약서에는 회사의 문화가 담겨있다.
필자가 생각하는 좋은 계약서란 숨겨진 독소조항이 없는 계약서인데,
여기서 말하는 독소조항이란 계약 당사자 양측의 권리를 지키기 위한 안전장치의 개념이 아니라
위법이지만 회사의 관행(혹은 문화)을 표방하며 당당하게 명시하는 조항이다.
대표적으로 지각 시 벌금이 발생하여 부서 내 비용으로 사용한다는 조항,
업무 중 실수로 회사에 손해를 끼칠 경우 전액 보상해야 하는 조항,
포괄임금제인데 계약서에 명시된 금액 외에 추가 수당은 발생하지 않는 것에 동의한다는 조항 등이 있다.
읽어 봤을 때 이건 좀 아닌데 싶은 조항이 있는 계약서라면 그 자리에서
"이 조항은 이해가 잘 안 가는데 추가로 설명해 주실 수 있으실까요?"라고 요청하자.
설명하는 태도만 봐도 빠르게 도망가야 하는지 아닌지 알 수 있을 것이다.
넷째. 근로계약서 작성 후에는 회사의 "취업규칙"을 어디서 열람할 수 있는지 물어보자.
취업규칙은 흔히 얘기하는 회사의 "규정"이다.
10인 이상의 회사라면 근로기준법에서 반드시 만들어 두라고 명시하고 있으며,
열람 목적으로는 근로계약서에는 명시하지 않은 숨겨 놓은 독소조항을 찾기 위함이다.
-> 징계/상벌규정 쪽을 유의해서 살펴보자.
표면적인 취업규칙의 열람 요청 사유로는
"신규 입사자로서 회사 생활을 잘하기 위해 읽어두면 좋다고 배웠다." 정도면 충분하다.
만약 회사가 10인 이상인데 취업규칙이 없거나, 말도 안 되는 독소조항들이 보인다면
길게 보지 말고 빠르게 도망가는 것을 추천한다.
다섯째. 직원들의 대화에 귀를 기울이자.
신규 입사자가 들어오고 사람들이 입조심을 할 시기에도 부서 내 욕설, 갑질, 음담패설 등이
지속적으로 들려온다면 정말 다녀도 괜찮을지 진지하게 고민해보기 바란다.
위에서 다뤄본 다섯 가지는 회사가 최소한의 근로기준법을 지키고 있는지,
회사가 HR과 노무 이슈에 있어서 얼마나 관심을 가지고, 실제로 관련 문제가 발생했을 때 어떤 자세를 취할지 가장 쉽게 파악할 수 있는 단편적인 예시이다.
입사가 확정되기까지 마음고생을 많이 한 구직자일수록 부당한 대우와 좋지 않은 사내 문화를 참고 버티려는 경우를 자주 볼 수 있었는데 최소한의 근로기준법조차 지키지 않는 회사에서 마음고생하는 일은 없기를 진심으로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