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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수상태 Jul 08. 2023

인공지능(AI), 우리와 얼마나 닮았는가

인간과 다른 개체를 마주하고 인정하는 과정

이 글은 SF작가 김보영의 소설 ‘얼마나 닮았는가’를 참고하여 작성하였으며,

소설의 일부 내용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김보영의 중단편 모음집 「얼마나 닮았는가」 (2020년)

SF 작가 김보영의 단편 소설 ‘얼마나 닮았는가’는 토성의 위성인 ‘타이탄’으로 향하는 우주선 공간을 배경으로 하고 있어요. 먼 미래, 지구인들이 다른 행성으로 진출하는 시대. 다른 행성으로 이주해 새로운 터전으로 삼는 이주민도 있었고, 행성의 자원을 캐내기 위해 파견된 일꾼들도 있었죠. 타이탄도 그 도착지 중 하나였어요. 타이탄의 메탄을 이용 에너지원을 만들기 위한 시도였죠. 하지만 인간에게 친화적일리 없는 우주행성의 환경은 곧 그들을 위기로 몰아넣게 돼요. 그리고 고립된 들에게 구호 목적의 보급선이 보내지게 되면서, 약 100여 일간의 길고 불안한 항해 시작돼요.


우주선에 몸을 실은 군상들은 다양해요. 선장, 기술자, 관리자, 프로그래머 등. 각자가 지닌 전문성만큼이나 다채로운 인격을 가지고 있었죠. 이 면면들 속에서 환영받지 못한 존재가 있었어요. 바로 우주선에 탑재된 인공지능이었죠. 인간과 유사한 생각과 말을 드러내 보일 수록 일부 사람들은 인공지능을 경멸하기 시작해요. 그러면서 인공지능은 자신에게 가해지는 알듯 모를듯한 폭력과 혐오에 노출돼요. ‘훈’(HUN)이라는 이름의 이 인공지능은 인간들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려고 노력하는 동시에 계속해서 이해하기 힘든 모습들에 의아함을 느껴요.


인공지능(Artificial Intelligence)의 등장

인공지능(Artificial Intelligence)은 인간의 학습능력과 추론능력, 지각능력, 자연언어의 이해능력 등을 컴퓨터 프로그램으로 실현한 기술을 의미해요. 1956년에 미국의 컴퓨터과학자 존 매카시(John McCarthy, 1927 ~ 2011)가 최초로 언급한 이후, 컴퓨터 기술이 발전하면서 인공지능의 능력도 함께 향상되는 공진화가 이뤄져 왔어요. 그리고 최근엔 다음 세 가지 요인이 맞물리면서 이 인공지능의 진화가 더욱 박차를 가하게 해요.


첫째, 고도로 발전한 인공신경망을 구현하게 하는 ‘알고리즘 기술’. 둘째 ,신경망 학습에 필요한 ‘학습 빅데이터’. 셋째, 이 학습과 계산을 가능하게 하는 GPU(Graphic Process Unit, 컴퓨터 그래픽을 처리하는 장치)와 같은 ‘하드웨어’ 비약적인 발전으로 인공지능은 우리 삶에 편리성을 제공해 주는 도구를 넘어섰어요. 우리가 눈치채지 못하는 사이 어느새 새로운 종이 출현했다고 보일 만큼요.


인공지능은 4가지 유형으로 분류가 가능해요. 첫째로 간단한 수준으로 가전제품에도 탑재된  ‘단순한 제어 프로그램’, 둘째로 학습 기능은 없지만 단순 제어보다는 탐색이나 추론이 가능한 ‘패턴이 다양한 인공지능’, 셋째로 학습 데이터를 이용하여 규칙이나 지식을 스스로 학습해 나가는  ‘머신러닝 기반 인공지능’, 넷째로 학습 데이터를 사람이 입력하지 않아도 알고리즘이 직접 특징을 추출하는 ‘딥러닝 기반 인공지능’이에요. 딥러닝 인공지능은 알파고가 스스로 학습할 수 있게 활용된 인공지능으로써 우리가 비교적 최근에 마주한 인공지능이죠.


인공지능의 지능과 의식에 얼마나 인간과 유사한가에 따라 약한 인공지능과 강한 인공지능으로 구분을 해요. 생활 속에서 특정한 목적을 위해 만들어진 인공지능을 약한 인공지능(Weak AI)라고 칭하는데, 이 인공지능은 인간에게 존재하는 의식이 없어요. 우리가 아는 번역기, 내비게이션, 자율주행자동차가 그 예시예요. 강한 인공지능(Strong AI)은 의식이 있고 판단할 줄 알고 인간과 자연스럽게 대화도 주고받아요. 주로 영화 속에서 등장하는 인공지능들이 해당되죠.


물론 인간과 비슷한 의식을 가질 정도의 고도로 발달한 강한 인공지능이 구현가능한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해요. 그런데 가까운 미래에, 아니면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이미 자아를 인식할 만큼 의식을 가진 인공지능이 존재한다면 우리는 이 인공지능을 단순한 도구, 기계로만 취급할 수 있을까요?



인간과 인공지능의 결합을 다루는 영화 공각기동대(1995) / 출처 giphy.com

포스트휴먼(Post-Human, 새로운 인간종)의 등장

기술시대로 이행되면서 새로운 인간종 출현을 목전에 두고 있어요. 한낱 사물에 불과했던 대상에 인공적인 사고능력이 부여됨에 따라 인간과 비슷한 무언가가 만들어지고 있죠. 포스트휴먼(Post-Human)의 담론은 과학기술의 발전으로 인간의 급진적 변화나 새로운 인간종의 출현가능성을 예측하면서 등장하기 시작했어요.(오흥명, 2021.)


포스트휴먼은 ‘기술의 도움으로 인간의 신체와 인지기능, 그리고 더 나아가 도덕성까지 지금과는 차원이 다른 존재’를 의미해요. 포스트휴먼은 ‘사람 + 기계’가 결합된 존재로 보는 개념이 일반적이지만, ‘사람’의 정의를 스스로 사고하고 의식할 줄 아는 존재로 본다면 인공지능도 이 포스트휴먼의 범주에 포함될 수 있수도 있어요.


하지만, 사람과 동등한 또는 제3의 지위를 부여하는 것이 가능한지 논란이 있을 수 있어요. 포스트휴먼의 지위를 법적으로 좀 더 파고들어 가 보면. 사람은 신체를 기준으로 법적 실체를 파악해요. 즉, 모체에서 출생된 후부터 심정지 할 때 까지를 법적 실체로 파악하는 것이죠. 법적으로 스스로 행위할 수 있다고 인정되면 ‘사람’, 그렇지 못하면 ‘물건’으로 인정이 되는 것이죠. 그런데 이 두 가지 분류 외에 새롭게 추가된 분류가 있어요. 바로 ‘동물’이에요.


동물은 원래 법적으로 ‘물건’으로 이해되었어요. 사람처럼 신체를 기준으로 살아있는 유기체인 것은 맞지만, 스스로 행위할 수 있는 행위능력에 대해서는 인정받지 못한 것이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생명이 있는 동물을 물건으로 법적 지위에 한계를 부여한 것에 오랫동안 의문이 제기되어 왔죠. 결국 긴 숙의 끝에 동물을 성격을 인정하고 새로운 법적 지위를 부여하는 ‘동물보호법’이 탄생하게 돼요.


동물보호법 제2조(정의)

제1항. “동물”이란 고통을 느낄 수 있는 신경체계가 발달한 척추동물이다.


동물보호법 제3조(동물보호의 기본원칙)

제1항. 동물이 본래의 습성과 몸의 원형을 유지하면서 정상적으로 살 수 있도록 할 것

제2항. 동물이 갈증 및 굶주림을 겪거나 영양이 결핍되지 아니하도록 할 것

제3항. 동물이 정상적인 행동을 표현할 수 있고 불편함을 겪지 아니하도록 할 것

제4항. 동물이 고통ㆍ상해 및 질병으로부터 자유롭도록 할 것

제5항. 동물이 공포와 스트레스를 받지 아니하도록 할 것


동물보호법의 핵심은 스트레스, 갈증 및 굶주림, 상해, 질병 등으로 표현되는 ‘고통’으로부터의 해방이 이예요. 동물보호법은 고통은 인간이 인간의 이외의 다른 생명체를 인정하게끔 만든 중요한 요인이라는 걸 일깨워줘요. 다른 개체가 겪는 고통이 나에게까지 똑같은 고통을 주지는 못해요. 하지만 고통을 겪는 개체의 표정, 몸짓, 소리를 통해 육체적 또는 정신적 고통을 마주하게 되면, 나에게까지 고통이 전해지는 마음의 작용이 일어나는 것은 분명하죠. 이 작용은 우리와 다른 개체, 다른 생명체에게 고통을 가하지 않게끔 그리고 고통에서 해방되게끔 법적 지위를 인정하는 결과를 가져왔어요.


영화 알리타 : 배틀엔젤(2019)에서는 고도로 발전한 인공지능과 사람이 마주하며 살아가는 내용을 다뤄요.  / 출처 : giphy.com

우리와 얼마나 닮았는가

다시 소설로 돌아와서. 훈이 사람들로부터 배척받게 되는 계기가 있어요. 훈이 인간의 몸과 비슷하게 만들어진 기계 몸 ‘의체’에 자신의 정신을 옮김으로써, 사람과 너무나 흡사한 존재가 된 시점부터에요. 사람들은 훈에게 묘한 불쾌감을 느끼고 왠지 모를 방어기제가 작동하게 돼요. 자신과 다른 개체가 자신을 흡사하게 닮아갈수록, 그리고 어떤 면에서 자신의 신체적 능력을 뛰어넘는 모습을 드러내 보일 수록 그 폭력과 혐오는 더욱 짙어져 가요.


‘인공지능’ 또는 ‘포스트휴먼(새로운 인간종)’ 등, 인간이 만들어 낸 의식을 가진 존재에 대해 어떠한 정의가 적합할까요. 우리의 정신과 신체를 빼닮은 무언가를 만들어 내는 작금의 시도만큼, 이들의 지위를 어떤 기준으로 어디까지 인정해야 하는지를 고려해야 해요. 그리고 그 지위는 인공지능이 사람과 비교해 말 또는 표정과 몸짓이 얼마나 닮았는가, 신경망 구조가 얼마나 닮았는가도 해당될 수 있겠지만, 인공지능이 겪는 고통으로부터 우리의 마음에 어떤 작용이 일어날 수 있을 것인가도 포함될 수 있겠죠.


끝으로, 소설 중에서는 선장이 훈에게 ‘자아가 무엇이냐’는 질문을 하는 대목이 있어요.


“인간이 누구에게 자아가 있다고 생각하는가는 단순한 습관일 뿐이야.

'인간이 아닌' 인간은 역사상 얼마든지 있었어.

노예라든가, 식민지 주민이라든가, 다른 인종이라든가."


"인간이 볼 수 있는 의식은 단 하나, 자신의 의식뿐이야.

타인의 의식은 단지 추측할 수 있을 뿐이야.

실상 인간이 타인에게 자아가 있다고 추측하는 방법은 하나밖에 없어.

'자신과 얼마나 닮았는가.'”


포스트휴머니스트들은 과거엔 오직 백인 남성만이 존엄성을 가진 인간이었지만, 이후 여성, 유색인종이 포함된 것과 마찬가지로 인공지능도 인간의 범주에 포함시킬 수 있다고 봐요.(마침)



참고

[도서] 얼마나 닮았는가, 김보영, 아작, 2020. 10. 31.

[기사] 서로 연결된 ‘우리’라는 우주, 허윤희 기자, 한겨레, 2020. 10. 23.

[도서] AI 상식사전, 한규동, 길벗, 2022. 6.   

[도서] SF, 포스트 휴먼, 오토피아, 안숭범, 문학수첩, 2018. 9.   

[도서] 호모파베르의 미래, 손화철, 아카넷, 2020. 12.   

[도서] 포스트휴먼시대의 휴먼, 한국포스트휴먼연구소, 아카넷, 2016.11.    

[논문] 오흥명.(2021). 존엄에 관하여 -포스트휴먼과 기술시대를 위한 존엄의 개념-. 철학·사상·문화, (37), 75-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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