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를린 천사의 시- 빔 벤더스
70년대 뉴저먼시네마 시대를 열었던 Wim Wenders 감독의 영화, 베를린 천사의 시. 인생은 유한함 속에 그 아름다움을 갖는다.
천사들의 귀를 통해 들려오는 인간들의 생각은 우울하기 그지없다.
왜 이렇게 비참한 삶을 살아야하는지에 대한 불평과 슬픈 마음의 소리들을 천사들이 옆에서 듣고 가만히 손을 잡아주고 어깨를 다독여준다. 그럴때면 사람들은 직접적으로 느낄 수는 없지만 알 수없는 따스함을 느낀다.
우리가 사는 삶은 희극이라기 보단 비극에 가깝다. 하늘을 날 듯 자유자재로 공중그네를 타는 아름다운 여인도 그 화려한 모습 뒤엔, 진정한 사랑을 갈구하는 외로운 영혼이 있다. 잡아주는 이 하나 없이 홀로 위태위태하게 공중그네 위에 매달려 곡예쇼를 보이는 그녀의 모습에서 인간 삶의 단면을 보았다. 그녀의 고독을 알게 된 천사는 연민 이상의 사랑을 느끼고 그녀와 사랑을 이루기 위해 천사의 삶을 포기하고 인간이 된다. 인간이 된다는 것은 영원한 삶을 반납할 뿐 아니라 많은 제약 아래 살게 되는 것이다. 돈이 필요하고 끼니도 해결해야 하며 천사일 땐 가진 적 없는 고뇌 또한 따른다. 하지만 천사는 유한한 삶을 살더라도 사랑을 이루고 인간답게 사는 것에 행복을 느낀다.
우리는 천사가 아니기 때문에 우리가 만나고 경험하고 느끼는 모든건 사라지기 마련이다. 어떠한 것도 영원할 수 없다는 것을, 인간 모두는 죽음이라는 끝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는 것을 알기에 괴로움과 슬픔을 느낀다. 그렇지만 우리가 우리의 삶 속에서 만나는 인연, 사랑, 행복, 즐거움은 '끝'이 있기 때문에 아름다울 수 있다. 즉, 영원히 지속되지 않는다는 특성에서 그 아름다움이 나오는 것이다.
천사가 인간이 되기전에 바라 본 세상은 흑백에 불과했다. 아무런 색 없이 영원히 지겹도록 계속되고 반복되기 때문이다. 천사가 인간이 되면서 그의 세상은 색을 찾았고 그 다채로움 속에서 진정한 삶을 누릴 수 있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