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학으로 문화를 읽다
독문학과 무관하지만 새내기 시절 쓴 쪽글인데 2010년대 갬성이라.. (과제임에도 일기 같음 주의)
#네이트온 #싸이월드 #일촌 #퍼가요~♡
<7주차, 인문학으로 문화를 읽다>
오늘날의 첨단 정보통신 환경은 인간 사이의 소통만 돕고 있는가? 첨단 정보통신의 발달은 역설적이게도 인간 사이의 단절도 돕는 것으로 보인다. (p 285)
현대사회는 고도로 전문화 되었고 자기 전문 영역을 갖지 못한 사람은 살아남기 힘들다. 전문화는 인간의 창조적 자발성을 질식시키고, 노동자에게 생산과정의 일부일 뿐이라는 소외감을 주는 등의 심리적 병폐를 낳는다. 분업 체계가 거대화되면서 노동과정은 추상화 되고 그 결과 작업의 책임 소재가 불분명해진다. 그리고 전문화는 인간을 전문가의 도움에 익숙하게 만들어 스스로 통제하고 실천하는 능력을 잃게 한다. 자신의 전문 분야에만 한정된 편협한 지식수준으론 사회를 총체적으로 이해하지 못하고 그 결과 사회적, 생태적, 문화적 위기를 빚어냈다. 현대 사회는 디지털의 발달로 첨단 통신 기기에 익숙해져 있는데, 소통이 쉬워졌는데도 외로움을 느끼고 자기 단절 현상에 시달린다. 청소년들이 인터넷을 통해 음란물에 쉽게 노출되면서 청소년 성범죄가 증가했다. 현대 사회에서 광고는 단순한 상품 정보 제공 수단이 아니다. 상징 조작을 동원해 물신주의를 심어주고 기업 상품에 대한 판타지를 만들어 허구적 가치를 증대시킨다. 또한 광고는 상품을 사용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은 불안감을 조성해 자기 모멸감, 욕구불만 등을 유발하며 과소비를 부추긴다. 또한 광고는 기업의 권위 강조 수단이 되기도 한다. 대규모 사회를 이루고 있는 현대사회에서는 기업이든 기술이든 뭐든지 커지고 있는데 그 ‘대규모’에 많은 문제점이 숨어있다. 거대 기술은 실업과 양극화를 낳고, 거대한 초국적 기업은 사회를 좀먹으며 거대 사회 구성원은 우매해 지기 쉽다. 또한 거대함은 인간으로 하여금 무력감을 유발한다.
누군가에게 연락하려면 전화, 문자메시지, 미니홈피 방명록, 메신저, e-mail 등 빠르고 편리한 수단이 정말 많다. 제주도로 내려간 친구와도, 뉴질랜드로 유학 간 친구와도 메신저만 있으면 어제 만났던 친구마냥 매일 대화할 수 있다. 중학교 졸업 이후로 못 본 친구에게도 미니홈피를 통해 자연스럽게 오랜만이라며 언제 한번 만나자고 연락할 수 있다. 과제 조모임도 꼭 만날 필요 없이 메신저 하나면 해결된다. 첨단 통신 기기의 발달은 이렇게 인간관계 유지를 편리하게 해주고, 장거리에 있는 사람들도 엮일 수 있게 해준다는 면에서 인간적이다.
반면, 연락 수단이 늘어나면서 오히려 소외감과 외로움을 증대시킨다. 미니홈피 방문자 수가 저조하면, 메신저 쪽지가 안 오면 소외된다는 생각에 불안할 때도 있다. 일촌(일종의 친구 등록)이 100명 가까이 되도 내 미니홈피에 자주 찾아오는 사람이 얼마 없다는 생각이 들 때면 나의 인간관계에 대해 회의감이 몰려온다. 반대로 방명록이 많이 올라오면 내가 이만큼 인간관계가 폭넓구나 하는 안도감을 느끼며 착각에 빠진다. 방명록을 한번 주고받았다고 해서 내가 그 사람에 대해서 더 잘 알게 되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 오히려 더 피상적인 관계로 남기 쉽다. 미니홈피라는 것이 남에게 보이는 공간이기 때문에 나의 미니홈피 방문자 수가 나의 인간관계와 사교성을 판단하는 척도로 여겨져, 나의 인맥을 과시하려는 욕망에 의해 이어지는 관계가 많기 때문이다. 가끔 이렇게 방명록을 주고받다보면 마치 ‘어장관리’를 당하는 것 같은 기분이 들 때가 있다. (어장관리란 이성 관계에서 연애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성을 자신의 어장 안에 놓고 관리한다는 신조어다.) 꼭 이성관계가 아니더라도 진정성이 결여된 인맥 관리의 차원으로 느껴진다. 필요하면 언제든지 낚을 수 있는 어장 속에 갇힌 것처럼 말이다.
메신저나 미니홈피를 통한 인간관계는 맺기 쉬운 만큼 끊기도 쉬워 외로움이 더 해진다. 온라인에서는 잘 안보는 사이면 일방적으로 연락을 끊기는 쉽다. 메신저에서 수신 차단을 해 놓거나 그냥 쪽지를 무시하면 되기 때문이다. 과연 얼굴을 보는 사이었다면 쉽게 연락을 끊을 수 있을까 싶다.
미니홈피 방문자수와 쪽지에 집착하다보면 피로를 느끼고 제 할 일을 제대로 못할 때도 있다. 과제를 하다가도 메신저 쪽지를 괜히 한번 먼저 보내기도 한다. 허무한 인간관계 유지에 낭비할 시간과 에너지를 차라리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는 데 쓴다면 더 유익할 것이다. 폐쇄적인 인간관계를 가져야한다는 뜻이 아니라 남에게 보이기 위한 겉치레 관계와 진정 내가 인간적으로 끌려서 맺는 관계를 구분할 필요가 있다는 뜻이다. 이를 위해 습관적인 메신저 접속을 자제하고, 미니홈피 방문자 수나 문자메시지 따위에 대한 집착을 버릴 것이다. 그리고 그 시간을 나를 위한 시간으로 만들 것이다.